
서울대 경영대 공동기획
최근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은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지난해 받은 급여 총액이 화제가 되고 있다. 팀 쿡은 지난해 기본급여 90만달러, 양도제한 조건부주식 3억7618만달러, 비주식 현금 인센티브 90만달러, 1만6520달러 가치의 연금 등을 받아 총 3억7800만달러(약 4400억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 또한 5월로 예상되는 페이스북 기업 상장(IPO)에 앞서 보유 중인 1억2000만주의 스톡옵션을 주당 6센트에 행사해 47억7000만달러(약 6조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올릴 것으로 보도됐다.
해마다 미국 주총시즌 즈음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의 주요 일간지에 심심치 않게 등장해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부러움을 자아내는 보도들이다. 한국 역시 주총시즌에 삼성전자의 사내 등기이사 3명에게 지급된 평균 연봉이 60억원에 육박한다는 등의 화제성 기사들이 쏟아지곤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천문학적인 보상을 받을까. 그리고 과연 그만한 몸값에 걸맞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을까.

미국, 평가·보상 세세하게 규정
최고경영진이 어떻게 평가받고 보상받는지는 주주, 채권자, 노동조합, 규제기관, 고객 등 기업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관심사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92년부터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강제공시규정에 의해 모든 상장사의 이사회는 최고경영진의 보상결정에 대해 자세하게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사회의 보상위원회는 최고경영자 등 보수가 가장 많은 경영진 5명의 상세한 세목별 보상규모(비금전적 보상의 금전적 가치 포함) 및 보상산정에 사용된 평가지표, 임원에게 부여된 목표설정 방법 및 수준 등 구체적인 보수규모 산정방안에 대해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미국은 2006년부터 임원의 높은 보상 수준에 대한 사회적 반감과 최고경영자의 과도한 보상 규모를 둘러싼 많은 논쟁으로 인해 공시의 수준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의 임원평가 및 보상제도 현황을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최고경영진의 평가 및 보상은 이사회와 사외이사로 이뤄진 이사회 산하의 보상위원회에서 매년 결정한다. 크게 3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첫째, 임원보상은 임원의 지위와 권한, 책임에 걸맞은 지식과 경험, 통찰력을 가진 훌륭한 후보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 둘째, 임원보상은 채용된 임원들이 회사에 남아 있도록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임원보상은 회사의 목적 및 전략과 일치된 경영자의 행동과 이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목적을 위해 기업들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회사의 프로파일에 맞는 임원을 채용, 유지할 목적으로 적정한 총 연봉을 결정한다. 또 총 연봉 및 기본급, 보너스, 스톡옵션 등 연봉구성요소의 수준이 임원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동종업계 혹은 이종업계의 비슷한 규모의 기업의 연봉수준을 지속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는 많은 경우 임원보상 전문 컨설턴트들을 고용해 적정보상수준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특히 매출액, 자산 가치, 시가총액 등 기업규모 및 성장기회에 따라 보상수준이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 목적을 위해 기업들은 보상의 구조와 보상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임원평가지표(KPI)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최고경영자들의 보상은 크게 기본급, 성과연동 현금보너스, 스톡옵션 및 양도제한부주식 등의 주식보상, 연금 및 기타 비금전적 보상으로 이뤄져 있다. 스톡옵션의 경우도 일정행사가격이 옵션 부여 시 결정되고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행사가 가능해지는 일반적인 옵션 이외에도 행사가격이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연동되는 행사가격 연동옵션이나 일정 수준의 회계 및 주가수익률을 달성하거나 혹은 동종기업의 평균 회계이익률과 비교한 상대성과에 따라 행사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성과연동형옵션 등이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기업규모 기준 톱 100 회사의 경우 고정급인 기본급이 총 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다. 총 연봉의 90%가 보상이다. 보상은 최고경영자의 최선의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성과와 연계된 현금성과급과 주식보상으로 설계돼 있다. 앞에서 예를 든 팀 쿡의 경우도 대부분의 보상이 양도제한부주식임을 알 수 있다.
또 임원의 성과를 어떤 지표를 사용해 측정할 것인가 하는 평가지표 선정의 문제가 있다. 미국 기업이 현금성과급 결정을 위해 많이 사용하는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먼저 회사의 성과와 연계된 지표로서 주당순이익, 당기순이익, 영업이익, 매출액, 총자산수익률, 자기자본수익률 등 회계지표들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고객만족도, 종업원만족도, 시장점유율, 제품 불량률 등의 비재무지표 또한 비교적 자주 사용된다. 이에 더해 최고경영자의 신성장사업 발굴능력, 수립된 전략의 우수성 등 이사회가 재량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는 임원 개인에 대한 전략지표의 사용도 상당부분 관찰된다. 최근의 추세는 해당연도의 단기성과에 연동된 성과급의 비중이 줄고 미래(예를 들어 향후 3년)의 장기성과와 연동돼 지급되는 현금 혹은 주식 장기인센티브제도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최고경영자 보상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일견 매우 높아 보인다. 그러나 임원보상의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요구로 인해 임원평가 및 보상 프로세스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공시가 강제되고 있고, 이사회에서도 프로세스의 건전성과 논리적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듯 임원보수의 개별공시를 통해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최고경영자 보수 수준의 적정성, 기업성과와 보수의 연계정도, 보상규모 결정방법의 논리적 타당성 등을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 지급한 보수의 총액만 공시하도록 돼 있다. 이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최고경영자 보수규모가 미국, 유럽 등의 글로벌 회사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경영자 보상제도를 포함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구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경영자 보상규모의 적정성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 형성으로 인해 일본의 경우도 2010년부터 임원의 보상규모가 1억엔을 넘는 경우 총액공시가 아닌 개별공시를 하도록 공시규정을 개정했다.


한국, 구체적인 보수산정방법 규정 없어
우리나라의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모든 상장법인은 금융감독원에서 고시하는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라 사업보고서 등을 작성해야 한다.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르면 등기이사의 경우 개인별로 직명, 성명, 생년월일 등의 인적사항과 소유주식수를 사업보고서에 공시하도록 돼 있다. 스톡옵션 등 주식보상 역시 임원별로 개별 공시된다. 그러나 국내 임원보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금보수의 경우 고정급과 성과급이 구분 공시되지 않으며, 구체적인 보수산정방법에 관한 언급도 전혀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보수 수준마저도 등기이사별 개별공시가 아닌 지급총액, 주총승인금액, 1인당 평균급여액만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현행 임원보수 공시제도가 사내, 사외 등기이사의 보수를 별도로 공시하도록 강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보수수준이 높은 사내 등기이사와 보수수준이 낮은 사외 등기이사에게 지급된 총액을 구분공시하지 않고 합산해 공시한다. 이는 최고경영자에 대한 과도한 보수지급 논란을 피하고, 등기이사 1인당 평균급여액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일부 기업의 경우 급여가 낮거나 무보수인 비상근 사내 등기이사를 이사에 포함시켜 등기이사 평균급여액을 낮추는 경우도 있는 형편이다.
이 같은 공시규정의 미비로 인해 우리나라의 임원평가 및 보상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우리나라 임원보상의 일반적인 추세를 여러 경로를 통해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실적저하로 임원급여 수준이 일시적으로 보합 혹은 정체됐으나 2009년 이후 점차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그 수준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일례로 우리나라 코스피 상장기업의 경우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평균 종업원 임금은 173% 성장했으나 사내 등기이사의 평균급여는 약 230% 증가했다. 이는 한국기업의 실적개선과 인재전쟁의 확대로 인해 글로벌기업의 임원보상제도가 국내에도 활발히 도입되는 데에 일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둘째, 성과주의 원칙의 정교화다. ‘타워스 왓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원의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적으로 2004년의 약 20%에서 2009년에 약 35%로 상승했다. 즉, 핵심임원에게 성과에 걸맞은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고성과자에 대해 보상의 규모를 차별화함으로써 저성과자에게 강한 메시지를 남기는 보상제도가 점점 보편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인센티브 제도의 정교성도 일부 기업의 경우 선진국과 유사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은 미국 기업도 아직 많이 도입하지 않은 행사가격 연동옵션과 성과연동형 주식보상 등 복잡하고 정교한 주식보상제도를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셋째, 비즈니스의 장기전망과 보상 간의 균형을 꾀하는 맥락에서 근시안적인 단기성과에 대한 보상이 아닌 지속가능한 장기성과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장기 인센티브 플랜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넷째, 보상 프로세스의 건전성과 논리적 타당성이 임원보상에 대한 투명성 요구와 맞물려 강조되고 있다. 아직 소수이지만 많은 상장기업들이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를 설치하고 있으며 임원보상 컨설턴트들의 도움을 받아 보상철학 및 구체적인 평가·보상방법을 숙고하고 있다.

투명한 보상제도 요구 거세
최근 사회적 약자 및 저성과자에 대한 형평성 이슈 등 기업 독자논리에 의한 보상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분위기도 주목할 점이다. 지난해 시민단체와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임원보수 총액공시가 아닌 개별공시에 대한 입법 움직임에서 보듯 사회적으로 투명하고 논리적으로 타당한 임원보상제도에 대한 요구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임원평가 및 보상제도는 최고경영자와 임원을 영입·유지하고, 이들이 기업전략의 수립과 실행, 새로운 성장기회의 발굴과 같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핵심적인 제도이며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전략적인 도구다. 일부 우리 기업에서 아직도 상존하는 오너의 주관적인 판단과 감에 근거한 주먹구구식의 임원평가와 보상제도는 글로벌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한국기업의 위상에 이제 더 이상 걸맞지 않음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