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홍근 회장이 반드시 넘어서고자 하는 벽이 있다. 바로 ‘맥도날드’다. 맥도날드는 말이 필요 없는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다. 세계 각국에 수만 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맥도날드는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 맥도날드를 추월해 세계 1위의 프랜차이즈 기업이 되겠다는 게 윤 회장이 가슴속에 품은 필생의 목표다.
맥도날드를 뛰어넘으려면 사업 무대의 글로벌화는 필수다. 윤홍근 회장은 2003년 해외 진출의 첫 걸음을 뗐다. 그 해 3월 제너시스BBQ는 지금은 ‘G2’ 국가로 부상한 중국 시장에 상륙 깃발을 꽂았다.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으로는 최초의 해외 진출 기록이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스페인으로 발걸음을 옮겨 유럽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또 2006년에는 미국과 일본 시장의 문을 열어젖힌 데 이어 호주, 베트남, 몽골 등지에도 잇달아 진출했다. 현재 제너시스BBQ는 ‘BBQ’ 브랜드로 세계 56개국에 걸쳐 350여개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제너시스BBQ는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이른바 ‘마스터 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해외 진출 방식이다. 현지 시장 상황을 잘 알고 경쟁력도 갖춘 기업에게 상표 독점사용권을 부여하고 사업 노하우를 전수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강석진 회장(이하 강 회장) | 윤 회장님께서는 치킨 프랜차이즈 세계화에도 상당한 성공을 이뤄냈지요. 우리나라가 반도체, 전자제품 등으로 세계 시장을 평정했지만, 식품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윤홍근 회장(이하 윤 회장) | 미국, 유럽 등은 고기류 등 원재료(식재료)가 풍부하잖습니까. 그래서 원재료의 맛을 토대로 하는 식품문화가 발달했죠. 반면 한국은 원재료가 풍족하지 않다 보니 어떻게든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서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문화가 발전했죠. 자연적 환경 때문이었죠. 그러다 보니 음식 맛을 내는 솜씨는 우리나라가 아주 뛰어납니다. 다만 우리가 그걸 경쟁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저희가 세계화의 모델을 만들어낸 거죠. 요즘 ‘K-푸드’나 ‘한식 세계화’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저는 한식 세계화란 한국음식의 세계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음식, 한국의 음식 브랜드, 이런 게 모두 한식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한식 하면 전통음식만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희 BBQ나 놀부보쌈, 미스터피자 등도 따지고 보면 한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식 세계화는 곧 한국음식의 세계화이자 한국인이 만들어낸 맛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겁니다. 제가 회사 이름을 제너시스(Genesis: 성서의 창세기)라고 지은 것도 나름의 뜻을 담았어요. 성서 맨 앞장에 창세기가 나오잖아요. 저는 한국의 음식과 음식문화로 세계 음식문화에 신기원을 만들고, 나아가 세계인의 건강과 행복에 보탬이 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지었어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국내 시장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세계 시장을 염두에 뒀어요. 그래서 해외로 진출한 겁니다.

토종 프랜차이즈 글로벌화의 선구자
BBQ라는 브랜드도 윤 회장이 직접 작명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믿을 만한 품질(Best Believable Quality), 즉 가장 맛있는 치킨을 제공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것이 바로 BBQ다. 또 한 가지 숨은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BBQ는 서구 사람들이 즐겨 먹는 바비큐(Barbecue)의 약자이기도 하다. 서양음식 바비큐와 자연스레 의미가 혼합되도록 했다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 시장 진출의 포석을 깔아둔 셈이다.
강 회장 | 회장님이 말씀하시는 한식 세계화의 의미는 우리 전통음식뿐 아니라 외국음식도 우리 한국 사람 손으로 한국화시켰다면 그게 곧 한국음식이고 또 세계화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죠.
윤 회장 | 그렇습니다. 한국 사람이 만들었거나 발전시킨 음식을 세계화하는 게 곧 한식의 세계화라는 생각입니다. 가령 저희 BBQ 치킨은 프라이드, 스모크, 바비큐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프라이드 치킨이 미국에서 처음 생성됐다고 해서 미국만의 문화냐, 그건 아닙니다. 우리 음식문화에도 고기를 튀기는 방식이 있거든요. 또 숯불에 고기를 굽는 방식도 있잖아요. 특히 양념치킨은 우리나라밖에 없는 겁니다. 이런 다채로운 조리방식을 모두 치킨 요리에 적용하니까 해외에서도 KFC나 맥도날드보다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이른바 ‘코벌라이제이션(Kobalization)’이란 개념을 주창한 바 있다. 코벌라이제이션은 한국(Korea)과 세계화(Globalization)의 합성어로 우리말로는 ‘한세화(韓世化)’로 불린다. 이는 선진국 경영방식을 추종하는 단계를 넘어 한국식 비즈니스 성공모델을 글로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윤 회장의 말이다. “조동성 교수가 BBQ를 가리켜 코벌라이제이션의 좋은 사례라고 합니다. 한국적인 것을 글로벌화시켰다는 거죠. 한국 기업은 이제 코벌라이제이션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입니다. 코벌라이제이션의 중심에 있는 게 BBQ라고 하더군요.”
강 회장 | 나라마다 사람들 입맛이 모두 다를 텐데요. 그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십니까.
윤 회장 | 메인 메뉴는 동일하게 가져가되 맛의 현지화를 시킵니다. 맵거나 짜거나 하는 맛은 각 국가별로 조절합니다. 메인 메뉴는 같지만 사이드 메뉴는 현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차별화합니다. 가령 중국의 경우 탕을 좋아하니까 닭고기 탕을 내는 식으로 현지화합니다. 또 샐러드라든가 또띠아(Tortilla·토르티야: 멕시코 전통음식)라든가 각 나라마다 좋아하는 음식을 우리 BBQ만의 맛을 토대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죠.
강 회장 | BBQ 브랜드로 세계 시장 진출의 성공모델을 만드셨는데, 우리나라 음식문화를 세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 회장 | 무엇보다 한식의 표준화, 시스템화가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일본 스시(초밥)가 세계적인 음식이 됐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도 일식 세계화처럼 하려면 한식에 대한 정의를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만든 게 한식이라고 말이죠. 한식이 하나의 문화로서 해외에 진출하려면 음식점 한두 개 나가서 되는 게 아닙니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는 한식재단이 만들어진 것은 잘 됐다고 봐요. 그런데 너무 학자 위주로 돌아가요. 또 아직도 한식을 전통음식으로만 해석하고 있어요. 전통음식만 갖고는 결코 외국인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없어요. 일식이나 중식도 각국 실정에 맞게 현지화시킨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한식도 ‘퓨전화’해서 각국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가령 김치나 된장도 각국 사람들 입맛에 맞게 바꿔야 합니다. 옛날 방식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얘깁니다. 요컨대 한식에 대한 정의부터 바꾸고, 이에 맞춰 정부도 한식 세계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봐요...
* 자세한 내용은 이코노미플러스 6월호 44p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