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성공적 계획 및 실천을 위해서는 고객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국내 기업경영자와 마케팅실무자들 대다수는 마케팅을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연 마케팅은 ‘기술(art)’일까, 아니면 ‘과학(science)’일까.



마케팅을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마케팅에 대한 철학을 살펴보자. 마케팅이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기업경영자와 마케팅 실무자는 마케팅에 있어서 “고객 심리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고객 행동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종종 “고객 스스로도 자신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묘사할 수 없는데, 어떻게 제3자가 고객심리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겠는가” 혹은 “고객 대부분이 특정 상품을 구매한 이유조차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고객행동을 제3자가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또 마케팅 교과서에 나오는 중요한 여러 개념들의 대부분은 이론적, 추상적, 일반적이어서 현실세계에서 마케팅 전략을 수립, 실행하는 데 활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의견 선도자라는 개념이 모든 마케팅 교과서에 서술돼 있으나, 그 어느 책도 의견 선도자가 누구인지 판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고객의 심리 측정 가능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고객의 정서, 감정에 소구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케팅을 통칭해 감성마케팅을 강조하고 있는데, 감성마케팅의 주창자는 고객의 정서, 감정을 자극해 고객을 감동시키고 공감시키는 측면에서 계량적, 합리적 방법의 영역은 매우 적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성공적 마케팅 사례로 애플의 아이팟을 언급한다. 모든 MP3 플레이어가 성능, 크기 측면에서의 차별화를 꾀할 때, 아이팟은 전혀 새로운 차원인 디자인 측면에서의 차별화에 성공했음을 강조하며, 그와 같은 디자인 측면에서의 차별화는 바로 창조적 직관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즉, 마케팅의 경우 계량화된 측정과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창조적 직관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마케팅을 ‘과학’이 아닌 ‘기술’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케팅은 과연 기술인 것일까. 이에 대한 평가를 위해 마케팅을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기본 가정부터 먼저 살펴보자. 고객심리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심리의 상당부분은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가능하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심리학에서 심리측정 방법을 연구하는 계량심리학의 경우 지금도 새로운 측정방법, 측정도구들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즈음 무의식적 판단, 의사결정을 측정하기 위해 뇌파, 뇌스캔 데이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측정방법의 개발은 향후 고객 심리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덧붙여 고객행동에 대한 행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고객 행동의 상당부분은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상품대안에 대한 구매확률 예측의 경우 예측 정확도가 흔히 80%에 달하는데, 이는 무작위 예측인 5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고객 판단, 행동에 대한 보다 정확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새로운 방법, 모형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객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측정과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신념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마케팅이 기술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창조적 직관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창조적 직관만으로 마케팅의 성공이 가능한 것일까. 이의 평가를 위해 다음의 간단한 질문을 생각해 보자. 전통적으로 마케팅에서는 기존상품에 의해서 충족하지 못한 욕구를 발굴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특정 기업이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성공적으로 발굴해 해당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출시한다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일까. 답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설혹 미충족 욕구를 충족하는 상품을 출시한다 하더라도 상품, 가격, 유통,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의 경쟁자의 행동에 의해 해당 신상품의 성공여부가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쟁자가 쉽게 대응할 수 없는 미충족 욕구를 충족시키는 상품을 출시한다면 시장성공이 반드시 보장되는 것일까. 이 또한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해당 신상품이 자사의 자원, 능력과 부합되는가의 여부가 시장성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 디자인 차별화로 성공한 애플 ‘아이팟’
- 디자인 차별화로 성공한 애플 ‘아이팟’

고객, 경쟁자, 자사 간 상호작용 이해해야

마케팅은 고객(혹은 시장), 경쟁자, 그리고 자사라는 세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마케팅의 성공을 위해서는 고객, 경쟁자, 자사 중 최소한 두 개의 적합도의 달성이 필요하다. 먼저 고객의 욕구와 자사의 강·약점이 부합해야 한다. 고객의 다양한 욕구 중에서도 자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부합되는 욕구가 성공가능성이 있는 사업기회인 것이다. 또 경쟁자의 강·약점과 자사의 강·약점을 대비해 자사가 그 어떤 경쟁자보다도 잘 할 수 있는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고객, 경쟁자, 자사 간의 적합도에 관한 전략적 평가 및 확보를 직관에 의해서만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는 보기 힘들다. 오히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분석 및 논리적 추론이 결정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마케팅은 직관에만 의존한 기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학적 접근방법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본질적으로 마케팅은 과학적, 분석적 접근방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을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과거 마케팅에 대한 교육, 경험의 제한성인 듯하다. 마케팅 학계는 크게 두 연구분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연구분야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고객의 심리, 태도, 판단, 의사결정 등을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이론에 근거해 연구하는 소비자행동 분야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지 못하는 또 다른 마케팅 연구분야는 마케팅모형 분야다. 마케팅모형은 마케팅 의사결정자가 직면한 마케팅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도록 도움을 줄 목적으로 통계적, 수학적 모형을 개발하는 분야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들 두 연구분야 중 소비자행동 분야에만 노출되고, 마케팅모형 분야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이 그들로 하여금 마케팅은 과학적 접근방법이 결여된 기술에 불과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한 듯하다.

마케팅 모형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한 기업의 전략적 목표가 향후 1년 내 시장점유율을 5% 증가하는 것이라고 하자. 이와 같은 전략적 목표는 다음과 같은 의사결정문제로 전환할 수 있다. “향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시장점유율이 5% 증가할 것인가”이다. 해당 의사결정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필요한 핵심 정보는 다양하고 가능한 전략적 마케팅 활동 각각이 시장점유율에 미치는 효과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때, 그와 같은 핵심 정보를 도출하기 위해 모형을 개발할 수 있다. 먼저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변수, 활동의 리스트를 만들고 리스트 상에 존재하는 변수 각각이 시장점유율에 미치는 효과를 계산해 내기 위한 통계적, 수학적 모형을 개발할 수 있다. 그와 같이 개발된 계량모형을 실제 데이터(예를 들면 과거 시계열 자료)에 적용해 봄으로써, 의도한 대로 리스트 상에 존재하는 변수 각각이 시장점유율에 미치는 효과를 객관적으로 추출해내는 것이 가능하다.

경영학은 마케팅, 재무, 회계 등 여러 분야로 구성돼 있다. 그와 같은 여러 경영학 분야 중 어느 분야가 가장 계량적, 분석적 접근방법을 활발히 개발, 활용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주가예측을 예로 들며 재무분야가 가장 계량적 방법을 많이 쓸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상은 마케팅이 경영학 그 어느 분야보다 계량적 접근방법을 가장 많이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대다수는 알지 못한다. 대다수의 다른 경영학 분야는 이미 타 분야에서 이미 개발된 계량적 기법을 빌려와 적용하는 것에 머물고 있는 데 반해, 마케팅 내 많은 연구자들은 타 학문분야에서 개발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모형을 개발해 통계학, 계량경제학 등 타 학문의 저널에 게재하고 있다.

- 창조적 직관과 합리적 분석능력이 결합됐을 때 마케팅은 성공한다.
- 창조적 직관과 합리적 분석능력이 결합됐을 때 마케팅은 성공한다.

마케팅 계량적 접근방법 가장 많이 개발

마케팅에 대한 계량모형적 접근방법은 통계분석기법과는 확연히 다르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수집한 자료는 다양한 통계분석을 이용해 처리되게 된다. 이와 같은 통계분석 기법은 수집된 자료의 요약을 주목적으로 한다. 마케팅모형은 비록 설문조사자료, 패널자료, 시계열자료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활용하나, 단순한 자료의 요약을 넘어서 특정 활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객관적 예측과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통계분석 기법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예를 들어, 마케팅 모형은 여러 개의 전략적 대안 중 각 대안이 실제로 실행됐을 때 예측되는 시장점유율 상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또 통계분석을 통한 자료요약의 경우 검증해야 할 가설의 개발 등 여러 측면에서 분석자의 주관성이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모형을 통한 이와 같은 예측은 주관성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객관성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존재한다.

이와 같은 논의에 근거해 볼 때, 마케팅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마케팅은 광고를 만들거나 판매기법을 고안하는 것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은 고객의 욕구를 이해하고 경쟁자에 대한 전략적 고려 하에서, 표적고객의 선정 및 표적고객의 욕구충족을 위한 상품, 가격, 유통,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마케팅활동의 최적화를 위한 과학인 것이다.

마케팅 성공은 창조적 직관에 의해서만 달성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창조적 직관과 합리적 분석능력 모두 필요하다. 창조적 직관과 합리적 분석능력이 결합됐을 때, 마케팅 성공의 가능성이 보다 커질 것이다. 두 구성요소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합리적 분석능력이 아마도 아이팟과 같은 현실적 변화방향, 즉 디자인을 도출하는 측면에서 한계점이 있을 가능성이 큰데, 이를 창조적 직관이 보완해 줄 수 있다. 역으로 창조적 직관의 경우 미래의 예상되는 결과에 대한 분석 및 예측이 결여되게 되는데, 이를 합리적 분석능력이 보완해 줄 수 있다. 현재 우리 기업이 마케팅과 관련해 창조적 직관과 분석적 사고 두 측면 중 어느 측면에 약점이 있는지를 검토해 상호 균형적인 모습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