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자체에서 열리는 국제 요트 대회부터 해외 수출 길을 활짝 연 요트와 요트 관련 부품, 그리고 속속 문을 여는 마리나(요트계류장)와 뱃길 조성이 우리나라 요트산업 성장세를 가늠케 한다. 요트 불모지에 가까웠던 우리나라가 요트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해양레저산업은 관광과 스포츠, 제조업이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세계 장비 제조 시장 규모만 500억달러(약 51조원)에 달한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전 세계 대형 조선시장인 600억달러와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큰 규모다. 장비 제조업의 80% 정도는 미국이, 나머지 15% 가량은 유럽이 차지하고 있고, 아시아는 3~5%에 불과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해양레저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트산업에서 유럽 국가들보다 뒤처져 있다. 하지만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입지 조건과 세계적인 조선기술, 자동차, 정보기술(IT) 등의 기술력을 갖춰 요트 산업의 발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요트를 즐기는 인구는 약 5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요트 면허 취득자는 2006년 약 5만6000명에서 2011년 9만8000여명으로, 요트 등록은 2006년 2척에서 2011년 4000여척으로 늘었다. 모터보트까지 합하면 총 1만대 이상에 이른다.

- 서울마리나 클럽&요트는 요트 45척을 마련해 두고 있으며, 계류시설 및 요트정비시설·웨딩·세미나 및 야외전시 공간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 서울마리나 클럽&요트는 요트 45척을 마련해 두고 있으며, 계류시설 및 요트정비시설·웨딩·세미나 및 야외전시 공간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대한항공, 영종도에 마리나복합레저시설 건립

요트 문화가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데는 다양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먼저 비교적 요트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마리나(marina: 계류시설, 수역시설, 육상시설 및 휴식 시설을 갖춘 일종의 항만 시설 또는 유사한 시설에 대한 총칭) 시설의 발전이다. 현재 국내 마리나 시설은 1986년 부산 수영만을 시작으로 전곡, 목포, 통영 등 전국 15곳으로 추정된다. 미국 1만7000여개, 독일 2400개, 일본 570개 등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하다.

그러나 5월초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마리나 산업 육성 대책을 살펴보면 2020년까지 전국의 강과 바다에 30여개소의 마리나를 추가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요트규모는 6만9000척으로 늘어나고, 이로 인한 관련 부가가치 유발액은 4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4월 문을 연 여의도 한강에 있는 서울마리나 클럽&요트는 도심에서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곳은 요트의 승하선과 보관이 가능한 계류시설, 문화공간인 클럽하우스, 요트정비수리시설 등을 갖춘 전문 마리나다. 현재 딩기요트(1인용)부터 크루저요트(6인용)까지 다양한 종류의 보트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정기 운항과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며, 초보자들도 쉽게 요트에 입문할 수 있도록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최근에는 초등~고등학생 대상인 ‘주니어 세일링 클럽’을 창단했다. 이 클럽은 요트 교육과 진학 상담 등 전문 인력 양성과 분기별 친선대회, 해외 요트 동호회와 문화 교류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아카데미 역시 요트 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통영, 마산, 보령 등 전국 30여 곳에서 요트 스쿨을 운영 중이다. 이곳은 지자체와 요트협회에서 주로 운영하는 요트 학교로 연간 1만명 이상의 요트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최근 개통된 경인 아라뱃길에는 아라마리나가 생겨 요트 산업에서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서울마리나와 아라마리나의 요트가 아라뱃길을 따라 경인항 갑문을 거쳐 서해안으로 이동하고, 다시 제주도까지 갈 수 있는 장거리 요트 코스가 생겼다.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 영종도 왕산해수욕장에 마리나복합레저시설을 건립한다. 요트 300척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의 계류시설과 해상방파제, 클럽하우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통해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적극 지원함과 동시에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역량을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레저 시설인 마리나 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 해양레저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간다는 계획이다.

- 서울엠에스에서 수입판매 중인 이탈리아의 아지무트(Azimut) 요트
- 서울엠에스에서 수입판매 중인 이탈리아의 아지무트(Azimut) 요트

선박 엔진, 반잠수정 요트 등 해외 판로 탄탄 

한국은 세계 대형 조선시장에서 50% 이상을 점유할 만큼 탄탄한 조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 입지조건, 정보기술(IT) 등 기술적인 인프라가 잘 구축돼 조선업을 비롯한 자동차, 반도체 등의 산업이 세계적인 리더 수준에 올랐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요트 제작업 역시 차세대 블루오션 사업으로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지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게 현실이다.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세계 수출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해양레저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 요트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20여개. 평균 10억원짜리 요트를 1년에 1척 팔기가 어려운 게 국내 제조업체 실정이다. 요트 제조, 판매, 정비 등을 운영하는 서울엠에스의 변병철 이사는 “수십년을 달려온 요트 강국과 비교하면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인 우리나라 제조업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안정적인 수요처를 통한 지속적인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 것 또한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뤄놓은 한국의 요트산업은 해외와 견주었을 때 비교적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있다. 특히 자동차 등의 발달한 기술 산업을 바탕으로 한 각종 부품과 관련용품들이 품질을 인정받고, 해외 요트제조회사로 수출하는 업체가 있다. 2009년 출범한 선박용 엔진 제조업체인 현대씨즈올이다. 현대자동차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작된 이곳은 선박 엔진에 디젤 엔진 기술을 발전시켰다. METS(Marine Equipment Trade Show) 등 해외 유명 요트 박람회에 국내에서는 현대씨즈올의 제품이 유일하게 소개돼 많은 관심과 조명을 받았다. 그 결과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등 새로운 딜러와의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요트와 잠수함을 결합한 독특한 디자인을 뽐내는 ‘에고(EGO)’ 역시 해외로 판로를 굳혔다. 위층은 요트 기능, 아래층은 바다 속이 훤히 내다보이는 잠수정 기능을 복합해 만든 에고의 독자적 기술이 해외 시장에 신선한 자극이 됐다. 현재 해외 60여 곳에 판매 중이다. 1983년 설립한 우성아이비는 ‘공기주입식 보트’로 세계 수상레저용품 분야 3위에 꼽힌다. 지난해 180억원 매출 중 85%를 해외수출로 거둬들였다. 중국, 베트남의 해외공장과 미국, 유럽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고, 최근 중국에 제2공장과 불가리아에 공장을 오픈해 1년에 4만대 이상을 생산 중이다. 우성아이비의 공기주입식 보트는 경영혁신, 기술 개발을 통한 기술력으로 Q마크, 미국 해양제조업체연합회( NMMA) 등 국내외 안전 규격을 획득했다. 보트와 카약을 제조하는 ‘ZEBEC’ 브랜드도 론칭해 전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청소, 대리 운전 등 요트관리산업도 성장세

요트 산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다양한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흔히 요트는 자동차에 비유된다. 가령 자동차 1대를 판매하기 위해 완성품 공장, 부품 생산광고서비스 등 여러 업종이 파생되듯 요트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의 요트 산업은 1억달러 생산 시 파급효과가 1억8200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관련 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요트 ‘수리’와 ‘관리’ 시장이 열렸다. 예를 들어 요트 관리의 경우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요트의 선체 또한 FRP(유리섬유강화 플라스틱)를 기본으로 겔코트, 안티파울링 페인트 등의 여러 재질이 적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내외장 인테리어 역시 나무, 메탈, 패브릭 등 각종 소재로 꾸며진 종합 구조물이다.

따라서 각 재질에 맞는 체계적인 세척, 광택 작업 등이 이뤄져야만 요트의 아름다운 외형과 기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해외에서는 요트 관리업 역시 하나의 전문 사업 분야로 자리 잡았고, 생산판매와 함께 요트 산업을 이끄는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엠에스가 광택, 세척, 선체 수리부터 대리 운전까지 체계적인 요트관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변병철 서울엠에스 이사는 “아직은 미흡하지만 요트 관리 의뢰가 예전보다 50% 이상 증가하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다”고 했다.

지자체에서 여는 요트 대회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지난 5월 창원시에서 열린 ‘국제 보트쇼’나 울진에서 열린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 등의 세계 대회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한다는 것은 요트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요트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해서도 큰 의미가 있다. 5월30일~6월3일 경기도와 화성시가 주최하고, 코트라와 킨텍스가 주관하는 ‘2012 경기국제보트쇼’가 화성시 전곡항 일원에서 열린다. ‘해양 선진국과의 상호협력을 강화하며, 일반 대중에게는 해양레저를 통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체험을 운영하고자 한다’는 게 개최 취지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말 완공된 전곡항 제2 마리나의 준공으로 해상 전시 규모가 예년보다 2배 이상 넓어진 4만1660m² 면적에서 펼쳐진다. 여기에 약 140척에 달하는 요트와 보트가 물 위의 해상전시장을 채운다. 실내 전시장에는 요·보트 및 요·보트 부품 등 다양한 전시품을 마련했다.

- 서울마리나에 있는 비즈 보트(biz boat)는 회의 및 미팅을 할 수 있다.
- 서울마리나에 있는 비즈 보트(biz boat)는 회의 및 미팅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