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이 좌불안석이다. 갱신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현명한 가입요령이 필요한 때다.

직장인 K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2009년 8월에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의 갱신보험료가 크게 오를 것이란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40% 이상 오를 것이란 보도엔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은 예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그렇잖아도 살림살이가 빡빡한 상태다. 도대체 얼마나 오를지, 이 보험을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실손의료보험은 흔히 국민보험으로 통한다. 가입자가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 가입자보다 많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절반 가량이 이 보험에 가입했다. 실손의료보험이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던 것은 적은 금액으로 각종 질병과 상해에 대해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상의 본인부담금은 물론 일부 비급여 의료서비스도 보상을 해준다.

문제는 보험료다. 갱신할 때마다 적잖은 폭으로 보험료가 올라 가입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보험료 납부 방식에 따라 갱신형과 비갱신형 등 2가지가 있다. 갱신형은 일정 기간마다 보험료를 재산정하는 상품이다. 대개 3년마다 보험료가 달라진다. 연령 증가, 의료수가 인상, 위험률 변동 등이 반영된다. 비갱신형은 말 그대로 계약 당시 정한 보험료가 유지된다.

- 실손의료보험은 적은 비용으로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어 ‘국민보험’의 반열에 올랐지만 갱신할 때마다 보험료가 크게 올라 가입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 실손의료보험은 적은 비용으로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어 ‘국민보험’의 반열에 올랐지만 갱신할 때마다 보험료가 크게 올라 가입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갱신할 때마다 보험료 상승 ‘골머리’

그렇다면 갱신보험료는 얼마나 될까. 40% 오른다는 소식은 사실일까. 갱신을 앞둔 가입자로선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의 갱신보험료는 가입자의 연령 증가를 반영해 기본적으로 갱신할 때마다 14~20%의 인상 요인이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위험률에 따라 추가 인상될 수 있다. 보험료를 지급해야 하는 건수와 금액이 많아질수록 위험률은 높아진다. 위험률에 따라 갱신보험료는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위험률은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정한다. 그렇다면 연령 증가와 위험률 상승에 따른 갱신보험료 인상은 얼마나 될까. 금감원의 예시가 도움이 된다. 연령 증가만 반영할 경우  최초 월 8194원이었던 보험료는 1회 갱신 후엔 9403원, 2회 갱신 후엔 1만839원, 6회 갱신 후엔 2만2451원이 된다. 18년 만에 3배 가까이 오르는 셈이다.

연령 증가에 위험률 10%를 추가하면 오름폭은 더 커진다. 8194원이던 것이 6회 갱신하면 3만9773원으로 5배 가까이 뛴다. 일정한 소득원이 희박해지는 대신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노년이 될수록 더 많은 보험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보험료 인상률은 금감원의 예시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입자들의 부담을 우려해 최대한 인상폭을 자제할 것으로 보험사들에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의 한 관계자는 “갱신보험료 인상폭은 가입자와 보장범위 별로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일률적인 인상폭을 말할 수 없다”며 “갱신 시기가 다가오는 2009년 8~9월 가입자의 경우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 보도처럼 큰 폭의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보험료가 오르지만 보장비율이 축소되는 것도 가입자들의 불만이다. 특히 2009년 8~9월 가입자들이 그렇다. 보장비율이 종전 100%에서 90%로 줄어드는 것이다. 가령 의료실비가 100만원인 경우 과거엔 전액 보상해줬지만 앞으로는 90만원만 받게 된다.

사실 실손의료보험의 보장비율이 100%에서 90%로 하향조정된 것은 약 3년 전인 2009년 10월의 일이었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과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의료실비를 100% 보상하면서 의료이용량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보험사의 손해율이 높아져 재무건전성과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이 훼손되고 있어 보장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 당시 금융당국의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새삼 가입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2009년 8~9월 가입자들 때문이다. 규정대로라면 90% 보장비율이 이미 적용돼야 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들이 조정시기에 임박해 가입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갱신 전까지 종전대로 100%를 적용했다. 하지만 오는 8~9월 갱신을 하면 보장비율은 90%로 줄고 보험료는 오르게 된다.

그렇다면 실손의료보험을 해지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보험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가급적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면 가입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의료비 부담을 더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는 있다고 덧붙인다. 이를 통해 필요한 보장을 최소한의 보험료로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하라

2개 이상의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실손보험은 중복보장을 하지 않는 ‘비례보상제도’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한 곳에 가입했든 여러 곳에 가입했든 보장되는 의료실비는 동일하다.

가령 의료비의 본인부담금으로 1000만원이 청구됐을 경우 두 곳 이상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보상되는 총 금액은 1000만원이다. 1곳에 가입했다면 1곳에서 1000만원이 보상되고 2곳인 경우 양쪽에서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이 나오는 것이다. 중복되는 보험 중 하나만 남겨두고 해지하는 것이 보험료를 아끼는 비결인 셈이다. 중복 여부를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의 홈페이지에서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다. 

2009년 금융당국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의 입원 한도는 5000만원, 통원(외래+약제비) 한도는 건당 30만원, 건강보험공단이 정한 병실보다 상급의 병실을 이용할 경우는 해당 차액의 50%(일 10만원 한도)다. 그렇다고 입원의료비 5000만원과 통원치료비 30만원을 초과할 경우 보상받을 수 없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간 기준으로 보장되는 90% 외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 200만원 초과했을 경우에는 전액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선택 특약을 활용하자

이왕에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려면 최대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건강상태나 과거 병력 등을 참조해 자신의 상황에 맞게 보장범위를 정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특약이 상당히 다양하다. 이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특약을 선택하면 여러 보험에 가입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암이나 뇌졸중 같은 중대질병에 대한 진단비, 상해질병입원일당, 운전자 특약 등이 대표적인 실손의료보험의 특약 사항들이다. 암이나 심장질환처럼 의료비 부담이 큰 질병에 대해 특약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상품마다 보장범위와 보험료, 보장기간 등이 상이하므로 이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치료비가 적게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서는 특약을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통원 치료의 경우 진료비나 약제비는 의원급은 1만원, 병원은 1만5000원, 종합병원은 2만원이 건당 공제된다. 이 정도 금액이면 대부분의 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으므로 해당 특약을 선택하는 것은 실효성이 크지 않다.

대체납입 특약을 선택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체납입이란 보험료가 인상됐을 경우 기존에 적립된 보험료(해지환급금)로 인상된 만큼의 보험료를 납입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이 경우 해지환급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 해지환급금이 소진됐을 경우 해당보험을 유지하려면 추가로 보험금을 납입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갱신형과 비갱신형의 장단점을 파악하라

대부분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은 갱신형을 선택한다. 최초 가입했을 때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갱신형은 갱신할 때마다 보험료가 상승하기 때문에 일정 시점에 도달하면 보험료가 상당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이에 비해 비갱신형은 처음엔 보험료가 비싸지만 시간이 지나도 해당 금액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고려할 만하다.

갱신형과 비갱신형을 선택하는 기준은 보장받고자 하는 질병이나 상해가 시간이 갈수록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느냐 아니냐이다. 가령 사망을 보장받고 싶은 경우에는 갱신형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리하다. 사망률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일찍 죽을 위험이 감소하므로 갱신할 때 사망에 대한 위험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

반면 위험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경우에는 비갱신형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암의 경우가 그렇다. 일반적으로 암은 연령이 높을수록 자주 발병하기 때문에 위험률도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보험료 상승의 빌미가 된다. 암처럼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질병을 보장받을 생각이라면 비갱신형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Tip l 실손의료보험 주요 면책사항

· 치과치료, 한방치료에서 발생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에 해당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

·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금의 경우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령에 의해 국민건강보험 공단으로부터 사전 또는 사후 환급이 가능한 금액(본인부담금 상한제)

· 자동차보험(공제포함) 또는 산재보험에서 보상받는 의료비. 다만, 본인부담의료비는 제1조(보상내용)에 따라 보상함

·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의 요양기관이 아닌 해외 소재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의료비

· 정신과질환 및 행동장애(F04~F99)

· 여성생식기의 비염증성 장애로 인한 습관성 유산, 불임 및 인공수정 관련 합병증(N96~98)

· 임신, 출산(제왕절개 포함), 산후기(O00~O99)

· 선천성 뇌질환(Q00~Q04)

· 비만(E66)

· 비뇨기계 장애(E66)

· 직장 또는 항문질환 중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I84, K6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