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아무런 제약이 없었던 퇴직금 중간정산은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법적으로 강력한 제약을 받게 된다. 직장을 옮길 때도 퇴직금은 일시금으로 받지 못하고 반드시 개인퇴직계좌(IRP·개인형 퇴직연금)로 옮겨 별도 관리해야 한다. 결국 달라지는 퇴직연금 제도를 잘 알고 있지 않으면 행여 노후 준비를 하는 데 있어서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새롭게 열린 퇴직연금 2.0시대를 맞아 직장인들이 꼭 알아둬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를 살펴봤다.
퇴직금 중간에 꺼내 쓰지 못해
지금까지 대다수 직장인들은 퇴직금이 마치 공돈이라도 되는 양 아무 거리낌 없이 맘껏 써온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으로는 55세 이전에 퇴직금을 자녀 학자금 대출이나 생활비 명목 등으로 꺼내 쓰기 어렵게 된다. 달라진 퇴직연금 제도에 따르면, 퇴직연금 중도 인출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일단 무주택자가 본인 명의로 집을 사거나 전세자금을 마련하고, 본인이나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 또 최근 5년 이내에 파산선고나 개인회생절차를 밟는 경우에 한해 중간정산을 받을 수 있다.
회사에서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에도 퇴직금 중간정산이 가능하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때도 퇴직금을 중간에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주거시설이 50% 이상 피해가 나거나,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다. 가입자와 부양가족이 사망이나 실종되고, 15일 이상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가능하다. 중도인출 조건을 제외한 나머지 이유로 필요한 긴급자금은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해지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퇴직급여를 노후자금 이외의 목적으로 소진하면 은퇴 후 활용 가능한 자금이 부족해지게 된다. 퇴직급여를 노후 소득원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퇴직연금 외에 추가적인 노후 소득원이 있는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중간인출 대신 적립금의 40~50% 이내에서 담보대출이 가능하고, 확정기여형(DC형)은 중간인출과 담보대출 모두 가능하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교육연구소 센터장은 “아무 제약 없이 중간정산을 했던 때와 비교하면 근로자 입장에선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길어진 노후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퇴직금 중간정산 제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평소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비상 자금 통장을 만들어 놓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Tip 개인형 퇴직연금이 개인연금과 다른 점
여러 상품 가입·운용 전략 변경 가능
새로 도입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기존에 판매되고 있던 개인연금과 이름도 비슷하고, 노후자금 마련이라는 목적도 유사하다. 두 상품은 서로 합산해 연간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절세혜택도 동일하다. 이미 개인연금에 가입 중인 직장인은 신상품인 IRP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하기 쉽다. IRP는 개인연금과 비슷하지만 가입기간과 운용방식, 과세라는 3가지 사항에서 차이가 난다.
우선 개인연금은 세금 혜택을 유지하려면 10년을 채워야 하지만 IRP는 별도의 가입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개인연금은 5년 이전에 해지하면 2.2%의 가산세를 내야 하지만, IRP는 별도의 가산세 없이 개인별 자금 상황에 따라 중도 해지할 수 있다.
둘째, IRP는 금융회사들이 제시하는 여러 상품 중에서 2개 이상을 선택해 운용할 수 있고 언제든지 운용 지시를 변경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 가입자가 노후 주머니에 여러 상품을 담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연금은 단일 상품만 선택할 수 있고 상품 전환도 제한돼 있다.
마지막으로 IRP와 개인연금은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으면 동일하게 연금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일시금으로 받을 땐 차이가 있다. 개인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기타소득세 22%가 부과되고 5년 이내 해지 시 불입한 누계액의 2.2%에 달하는 가산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IRP는 일시금으로 인출하면 퇴직소득세가 부과된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장
요즘은 한 직장에만 몸담지 않고, 좋은 기회가 생기면 회사를 옮기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지금까진 이렇게 중간에 회사를 옮기면서 퇴직금을 받게 되면 개인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7월26일부터는 55세 이전에 수령한 퇴직금은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강제 이전된다. IRP란, 근로자가 퇴직이나 이직할 때 퇴직 일시금을 근로자 명의의 퇴직계좌에 적립해 놓고 노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퇴직연금 전용계좌다. IRP는 직장인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추가로 연간 1200만원 한도 내에서 적립할 수 있고, 5년 후인 2017년부터는 자영업자도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보험설계사와 군인, 사립학교 교사 등 특수고용직도 가입할 수 있도록 확대될 예정이다. 추가로 적립한 금액에서 이자나 투자 수익 등이 발생해도 돈을 찾기 전까지는 과세 이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만약 근속연수가 10년인 근로자가 이직하면서 퇴직금 1억원을 일시금으로 받는다면 퇴직소득세로 336만원을 곧바로 내야 하지만 IRP를 활용하면 퇴직 소득세를 환급받고 나중에 연금을 탈 때 연금소득세(5.5%)로 납부하면 된다.
IRP의 특징은 절세 혜택이다. 개인연금과 합산해서 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개인연금과 약간 차이점이 있다. 우선 IRP는 별도로 가입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중도해지에 따른 페널티도 없어서 개인의 자금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다. 펀드나 채권, 예금 등 다양한 상품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단 주식 편입비율이 40%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위험자산 비중이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 공격형 투자자라면 IRP보다는 개인연금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막연하게 이곳저곳 노후자금을 쌓기보다는 세제 혜택이 있고 퇴직금을 자동으로 모아주는 IRP에 은퇴자금을 적립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DB형과 DC형 동시가입 가능해져
지금까지 직장인들은 회사가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중 어느 한 가지만 선택해야 했다.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반쪽짜리’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물론 DB형은 회사가 책임지고 약속된 수준의 퇴직연금을 지급하는 형태여서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저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DC형에 가입해서 직접 적립금을 운용해 자산 증식을 도모하는 기회를 잃는 게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한 근로자가 DB형과 DC형에 한꺼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혼합형 퇴직연금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DB형과 DC형을 적절하게 섞어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대근 미래에셋은퇴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저금리·인플레이션(물가상승) 시대에 DB형만 갖고서는 노후 준비가 부족할 수 있다”며 “수익성을 추구하고 싶어도 위험 때문에 망설였던 근로자들이 DB형과 DC형을 섞어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DB형과 DC형의 비중은 근로자마다 따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회사의 퇴직연금 규약에서 정하는 일정 비중이 근로자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Tip 꼭 알아둬야 할 퇴직연금 유의사항
1년 내 이전하거나 해지하면 수수료 부과
“내 퇴직금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퇴직연금 2.0시대를 앞두고, 퇴직연금을 둘러싼 직장인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꼭 알아야 할 유의사항 5가지’를 발표했다.
우선 퇴직연금은 첫 계약 후 1년 이내에 계약을 이전하게 될 경우 계약이전 수수료가, 퇴직연금을 해지하는 경우에는 중도해지 수수료가 부과된다. 수수료 형태는 면제, 정액식, 정율식 등으로 구분된다. 다만 해당 금융회사와 1년 이상 계약을 유지한 경우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둘째, 예금, 원리금보장 주가연계증권(ELS), 이율보증형보험 등 원금과 이자를 보장하는 원리금 보장상품은 만기 및 금리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만기 이전에 해지하는 경우 최초 약정한 금리보다 낮은 중도해지이율을 적용받게 되니 주의가 필요하다.
셋째, 자동운용상품은 가입자가 본인이 운용상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투자되는데, 주로 원리금보장상품을 말한다. 확정급여형(DB형)의 경우 사용자가 운용상품을 선택한다. 확정기여형(DC형) 및 기업형개인퇴직계좌(IRP)는 근로자가 운용상품을 선택하게 된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운용상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퇴직연금사업자는 가입자의 적립금을 수익률이 낮은 자동운용상품에 투자한다. 현재 자동운용상품으로 투자되고 있는지 여부와 자동운용상품의 만기 및 수익률을 확인해야 한다.
넷째, IRP는 회사의 이직 또는 퇴직 시에 받은 퇴직일시금을 적립하는 계좌를 말한다. IRP에 가입하면 적립시점에 퇴직일시금에 대하여 부과하는 퇴직 소득세와 운용시점에 발생하는 운용수익에 대해 이자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인출시점에 수령 형태에 따라서 연금소득세 또는 퇴직 소득세를 납부한다. 이를 과세이연효과라고 한다. 과세이연을 받기 위해서는 퇴직 후 60일 이내 퇴직급여의 80% 이상을 적립해야 한다.
다섯째,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게 되면 종합소득에 포함돼 과세된다. 다만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포함한 개인의 연간 총 연금소득이 600만원 이하인 경우 해당 연금소득에 연금소득세(5.5%)를 납부하고 과세를 종결짓는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일시금으로 수령할 때는 퇴직소득에 해당돼 종합소득과 별도로 분류 과세된다. 일시금 수령액에 정률공제(2012년 기준 40%) 및 근속연수공제를 한 후 근속연수를 감안한 낮은 세율을 적용해 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