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말 배울 때를 떠올려본다. 처음 ‘엄마, 아빠’를 외치는 것은 ‘가나다라’를 배워서가 아니다. 문장으로 말하는 것 역시 문법을 배워서가 아니다. 반복되는 경험 속에 자연스레 체득한 언어가 저절로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제2언어인 영어는 처음부터 으레 단어 암기와 문법 공부로 시작한다. 영어 공부 10년차가 되어도 외국인 앞에 서면 ‘음, 어, 아’만 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글로벌 e-러닝 기업인 로제타스톤 코리아의 스티븐 조 대표(38)는 “외국어도 모국어라 생각하고, 아이처럼 말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조 대표의 조언은 로제타스톤 코리아의 모태인 로제타스톤의 교육 철학과 직결된다. 아이들은 단어의 의미도 모르고 문법도 모르는 채 어눌하게 말문을 트기 시작한다. 하지만 옆에서 부모가 옳은 표현을 반복해 들려주고, 보여주면 이것을 통해 아이는 조금씩 완벽한 언어를 구사하게 된다. 커가면서 더 많은 경험을 통해 보다 정확하고 능숙한 어휘력이 생기게 마련. 로제타스톤은 이런 어릴 적 경험을 통해 말을 배우던 세상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학습자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수천 가지의 상황을 이미지로 접함과 동시에 들려오는 원어민의 발음과 텍스트를 매칭한다. 설명이나 해석은 없다. 학습자 스스로 언어학습능력을 일깨워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개발된 로제타스톤의 ‘다이내믹 이머전’ 학습법이다.

“다이내믹 이머전은 직감을 활용해 스스로 깨닫고 자연스럽게 흡수하도록 하는 혁신적 학습법입니다. 쉬운 예로, 지금까지 apple만 배웠는데 갑자기 pineapple 사진이 등장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배운 적 없는 단어라 순간 당황하지만, 학습자는 ‘저게 뭐지?’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답을 찾게 되겠죠. 제시된 여러 가지 보기 중에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apple은 오답으로 간주합니다. 이렇게 하나 둘 정답과 오답을 구분해 가며 답을 찾아나가는 거죠. 단순해 보이지만 이 과정이 어릴 때 무의식중에 말을 배우던 학습 방법과 흡사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잘 잊히지 않습니다.”

1992년 미국에서 출발한 로제타스톤은 현재 미국 본사 외 영국, 일본, 중국, 브라질, 그리고 대한민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다이내믹 이머전 학습법을 중심으로 영어(미국·영국)뿐 아니라 중국어, 독일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한국어, 아랍어, 히브리어 등 전 세계 30개 이상의 다양한 외국어 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 새로운 외국어 학습법은 150여개국 약 500만명에게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는 2006년 조 대표에 의해 처음 ‘토탈리’ 제품이 소개됐다. 처음 론칭 당시만 해도 교육열 높은 엄마들끼리는 이미 로제타스톤 커뮤니티가 조성돼 있을 만큼 정평난 학습 도구였다. 이후 홈쇼핑에서 수차례 매진 행진을 이어오며 명성이 높아졌다. 론칭 이후 GS홈쇼핑에서만 집계된 매출액은 700억원에 달한다.
- 스티븐 조 대표는 “잠자는 머릿속 영어를 깨우라”면서 “말 배우는 아이가 된 듯 생각하고, 듣고, 말하기”를 권했다. 그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TV 속 배경은 ‘토탈리’ 학습 코스 중 하나로, 원어민 코치와 말하기 훈련을 하는 장면이다.
- 스티븐 조 대표는 “잠자는 머릿속 영어를 깨우라”면서 “말 배우는 아이가 된 듯 생각하고, 듣고, 말하기”를 권했다. 그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TV 속 배경은 ‘토탈리’ 학습 코스 중 하나로, 원어민 코치와 말하기 훈련을 하는 장면이다.

다이내믹 이머전 학습법을 토대로 한 토탈리는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하듯 한 단어, 한 글씨도 모르는 외국어를 배울 때 적당한 프로그램이다. 말하기, 쓰기, 듣기, 읽기를 모두 다룬다. 토탈리 영어버전의 경우 국내에서는 5세 이상의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들에게 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토탈리 스페인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을 배우는 직장인 학습자도 늘고 있다. 토탈리는 기본학습 세션인 ‘코스’와 온라인을 통해 원어민 코치,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다른 학습자들과의 실시간 화상 학습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 세션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인 특성에 맞게 제작된 ‘리플렉스’를 출시했다. 리플렉스는 오랜 기간 영어를 배우고도 말하기, 듣기에 취약한 이들을 위한 집중 케어 제품이다. 출시 후 반응은 뜨거웠다. 자사 온라인 유통을 통해서만 매출액이 전년 대비 60% 이상 신장됐다.

“본사 연구·개발(R&D)팀이 한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1500〜1800개의 단어를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화하는 데 충분한 수준입니다. 리플렉스는 이렇게 알고 있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단어를 쉽고 자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인의 문제점인 ‘발음’, ‘자신감’, ‘속도’에 중심을 뒀어요.”

로제타스톤은 한국인에게 없는 R, F, V 등과 같은 발음을 정확하게 듣고, 발음할 수 있도록 음성인식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인과 미국인 영어 발음 샘플을 수집해 패턴을 연구하고 이 결과를 음성인식기술에 접목해 발음과 억양을 정확이 교정할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접할 법한 상황을 3D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며 상황별 회화연습을 한다. 다양한 상황 전달을 위해 시나리오 역시 매월 2~3개씩 업데이트된다. 훈련된 문장들은 매회 다른 미국인 현지 코치와의 1:1 실전회화 훈련을 하며 빠르고, 정확한 회화 실력을 다진다. 매번 현지 코치가 바뀌는 이유는 한국인의 특이병인 ‘외국인 공포증’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상승케 하기 위함이다.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 과정을 매일 25분 가량 꾸준히 학습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한국 시장에 더욱 특화된 신제품 출시와 신규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올 10월 론칭을 앞둔 ‘로제타스톤 영어교실’이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학습을 선호하는 학부모를 위해 오프라인 영어교실을 마련했습니다. 내년에는 한국 키즈(kids) 영어시장의 니즈에 더욱 부합한 신제품을 론칭할 예정입니다. 이미 본사에서 연구를 시작했고요.”

또 다른 계획은 기업간거래(B2B)로 국내 온라인 영어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것.  

“B2B 영어시장의 주요 공략 대상은 국내 10대 기업입니다. 이미 유수 기업에서는 공식 언어 학습 교재로 로제타스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직원들의 영어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기업은 직원 교육을 위해 투자비용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교육기관 등에서도 로제타스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업대개인간거래(B2C)만큼 B2B 시장도 키워나갈 예정입니다.”

약력  1975년생. 92~95년 캐나다 앨버타대 심리학 전공. 95~2002년 서브컨 시어스 라우드스피커 시스템 대표. 2002~2005년 윈필드 임용 서비스 대표. 2005~2009년 SGLC 인터내셔널(로제타스톤 한국 총판) 대표. 2006년~현재 로제타스톤 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