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13일 새벽(한국시간) 한국이 종합성적 5위의 위업을 달성하며 막을 내린 2012년 런던올림픽.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 메달리스트들뿐 아니라 음으로 양으로 태극전사들을 후원하는 기업인들의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자녀와 함께 수영 종목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전에 출전한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를 응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의 활약을 성원하기 위해 재벌 총수 일가족이 ‘총출동’한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장면이다. 그만큼 삼성의 스포츠 사랑은 남다르다.
스포츠는 나이, 성별, 언어, 인종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기업들이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매개체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거의 모든 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국제 스포츠 제전은 최상의 마케팅 무대로 통한다.
그런 점에서 국내 기업 가운데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케이스로 자주 언급되는 곳이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스포츠 마케팅은 올림픽과 축구가 주축이다. 세계 최대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과 지구촌 최고 인기 스포츠인 축구를 쌍두마차로 활용하는 셈이다.


올림픽 공식후원으로 브랜드 이미지 급등
삼성전자는 이번 런던올림픽에 ‘모두의 올림픽(Ev-eryone’s Olympic Games)’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무선통신 분야 공식후원사(The Olympic Partner·TOP)로 참여했다. 삼성전자가 올림픽 공식후원사로서 올림픽을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을 처음 본격화한 것은 1997년 IOC와 올림픽 후원 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필두로 모든 올림픽 대회의 공식후원사로 활동하면서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어왔다.
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 프로그램은 크게 삼성 올림픽 홍보관 OR@S(Olympic Rendezvous@Samsung) 운영, 무선 올림픽 정보 서비스 WOW(Wireless Olympic Works) 제공, 성화봉송 후원 등을 꼽을 수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OR@S는 올림픽 선수단과 관중에게 삼성전자의 앞선 무선통신 기술을 감성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장소다. 올림픽 참가자들이 자연스레 삼성전자와 친숙해지게끔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또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시작한 WOW는 삼성전자 휴대폰을 통해 경기 일정 및 결과, 메달 집계, 선수 소개 등 각종 올림픽 대회 정보를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하이테크 모바일 정보 서비스로 사랑을 받고 있다.
역시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시작한 성화봉송 후원도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는 런던올림픽 개막에 앞서 지난 5월부터 실시된 성화봉송 행사를 통해 삼성 브랜드를 직·간접적으로 노출시키는 다양한 이벤트를 벌였다.
대형 LED 스크린을 장착한 성화봉송 홍보차량인 ‘삼성 캐러밴’을 운영하는 한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성화봉송을 체험할 수 있는 캠페인 ‘삼성 호프 릴레이(Samsung Hope Relay)’도 펼쳤다. 아울러 성화가 지나가는 도시에서 개최하는 성화 환영행사 ‘이브닝 셀러브레이션(Evening Celebration)’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체험관에서 런던 올림픽폰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를 사용해보는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 활동은 삼성의 첨단 무선통신 기술력을 널리 알리고 체험시키는 것은 물론 삼성의 기술을 통해 올림픽을 더 큰 재미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은 브랜드 노출 효과는 물론 제품 판매 확대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한 언론은 삼성전자가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3 출시 즈음에 런던올림픽이 개막한 덕을 많이 보게 됐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휴대폰 판매 확대 효과를 톡톡히 얻은 바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007년 기준 11.5%에 그쳤으나 베이징올림픽 폐막 직후인 2008년 9월에는 21.2%로 거의 2배 증가하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첼시 후원으로 유럽 시장서 성공신화
삼성전자 스포츠 마케팅의 또 다른 축인 ‘축구 마케팅’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영국 프로축구단 첼시와 후원 계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축구 마케팅에 나섰다. 또 2008년에는 아프리카축구연맹(CAF)과 후원 계약을 체결하고 아프리카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로 통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손꼽히는 인기구단인 첼시를 후원하면서 매우 큰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는 게 삼성 측의 분석이다. 이른바 ‘첼시 효과’다.
첼시는 지난 5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구단 최초의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 축구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챔피언스리그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스포츠 경기 중 하나로 평가된다. 지난 200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전 세계 시청률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아울러 첼시 구단의 팬이 무려 1억명을 훌쩍 넘는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첼시의 스폰서로서 첼시 선수단의 유니폼과 경기장에 삼성 브랜드를 노출할 뿐 아니라 선수와 경기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과 첼시는 ‘블루 동맹(삼성과 첼시는 상징색이 파랑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으로 불릴 만큼 가장 성공적인 후원 파트너십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첼시 마케팅’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의 삼성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제고하면서 실질적인 매출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첼시 후원을 시작한 후로 유럽 시장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고 주력제품의 시장 점유율도 대폭 상승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평판TV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07년 23.5%에서 2012년 1분기 기준 35.9%로 증가하면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삼성전자는 첼시 구단의 연고지인 영국 시장에서 2004년 대비 3배에 가까운 매출 성장세를 달성했을 뿐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강화, 소비자 구매의향 활성화 등의 성과도 거뒀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축구 마케팅을 앞세워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2008년부터 아프리카 최대 축구대회인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비롯해 ‘아프리카 U-20 챔피언십’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브랜드 위상을 제고해왔다. 그 덕분에 삼성전자 LCD TV와 휴대폰은 아프리카 시장에서 각각 200%와 9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세계인이 환호하는 축구 영웅들을 글로벌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이른바 ‘히어로 마케팅’ 효과도 쏠쏠하다. 그간 삼성전자는 미하엘 발라크, 디디에 드로그바, 루이스 피구, 이케르 카시야스, 거스 히딩크 감독 등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세계 각국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는 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독일(휴대폰/TV)과 중동·아프리카(휴대폰), 이탈리아(캠코더), 러시아(LCD TV), 스페인(휴대폰) 시장 등지서 기대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스포츠 고유의 힘을 활용한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큰 성과를 달성했다. 이제 삼성 브랜드는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세계인들이 널리 알고 있는 브랜드가 됐다. 스포츠 마케팅에 기울인 노력이 활짝 꽃을 피운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