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영화를 보고, 한국 공연을 즐기며, 한국 제품을 쓴다….’ 글로벌 문화기업을 꿈꾸는 CJ그룹의 큰 그림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글로벌화에 적극적으로 탈바꿈해 가는 세계 속 CJ를 살펴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꿈꾸는 CJ그룹의 미래는 ‘세계 1등 문화기업’이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사업성과를 떠나 우리의 음식과 쇼핑, 영화, 방송, 음악, 유통 문화를 세계에 알리도록 CJ그룹이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최근 방영 중인 ‘문화를 만듭니다, CJ’라는 그룹 광고 슬로건도 이런 의지에서 비롯됐다.

우리 문화의 세계 전파에 대한 이 회장의 신념은 음식문화와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한층 두드러진다. 이 회장은 “우리 음식도 일본이나 태국 음식처럼 글로벌화될 수 있으며, 이를 실현하는 것이 국내 최대 식품 기업으로 출발한 CJ그룹의 의무”라고 강조한다.

CJ그룹은 지난 15년간 국내 문화산업에 1조5000억원 이상 투자했다. 돈이 안 되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재계의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이 회장은 그때마다 조부인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말을 빌려 “문화 없이는 나라도 없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의 글로벌 의지는 CJ그룹을 변화시켰다. CJ제일제당을 주력으로 국내 식품 영업에 집중하던 CJ그룹이 글로벌 문화기업을 꿈꾸며 △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신유통 등 4대 사업군으로 비중을 확대하고, ‘글로벌 문화창조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내수산업 분야의 맏형격인 CJ그룹의 글로벌 진출은 외식과 유통, 연예산업 분야의 성장 돌파구를 세계 시장에서 찾으려는 이유도 있다. 이에 CJ그룹은 2013년까지 ‘글로벌 CJ’의 사업기반을 마련하고, 2020년 전체 매출 대비 글로벌 매출 비중을 70%로 끌어올리는 ‘그레이트 CJ’를 완성할 계획이다. 2013년 목표 매출액은 38조원, 그 중 절반인 19조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글로벌 기업다운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종합미디어 강자로 급성장… 1분기 글로벌 매출 372억원

CJ그룹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CJ E&M의 글로벌 사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사업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늘어난 372억원을 기록했다. 영화 부문 해외 매출이 전년보다 680% 증가한 80억원으로 가장 큰 성과를 올렸다.

CJ E&M은 올해 초 한국영화 대작 ‘마이웨이’와 ‘7광구’를 각각 70여 개국에 수출했다. 한국영화 수출국 수로 최다 기록이다. 3D(입체)애니메이션 ‘한반도의 공룡’도 58개국으로 수출했다. 보아를 주인공으로 한 제작비 1700만달러짜리 3D댄스영화 ‘코부’도 미국 영화사와 공동 제작해 내년 초 전 세계에서 상영한다.

수출 규모가 큰 방송 부문은 184% 증가한 18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자체 제작한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는 일본과 미국, 유럽 7개국에 판매됐고, ‘브레인’, ‘닥치고 꽃미남 밴드’는 10여 개국에 팔렸다. 한류 열풍에 부응해 엠라이브(M-Live)라는 글로벌 콘서트 브랜드를 가동하면서 100억원을 투자해 브라질, 중동, 유럽 등지에서 공연을 열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CJ E&M의 해외사업 성장은 사업 패턴을 적극적으로 바꾼 게 크게 작용했다. 영화 부문에서는 단순히 수출하던 것을 미국과 일본 등에서 직배사업으로 전환해 흥행 수익을 가져왔다. 중국에서는 인터넷 업체에도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 등과의 합작 영화 또한 크게 늘렸다.

방송 사업은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를 겨뤘다. 현지 법인이나 채널을 만들어 이를 거점으로 프로그램 제작 및 송출을 강화했다. 2009년부터 미국 폭스방송사와 제휴해 tvN 아시아채널을 싱가포르 등 9개국 200만 가구에 제공하면서 한국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Mnet 채널을 운영하며 콘텐츠 제작과 수출을 병행한다.

바이오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 (왼쪽)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미국, 중국, 베트남(사진), 필리핀, 인도네시아에 총 42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비빔밥 브랜드 비비고는 미국(사진), 싱가포르, 중국, 영국 등에 매장을 두고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 (왼쪽)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미국, 중국, 베트남(사진), 필리핀, 인도네시아에 총 42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 비빔밥 브랜드 비비고는 미국(사진), 싱가포르, 중국, 영국 등에 매장을 두고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CJ그룹의 또 다른 글로벌 기업 성장축은 바이오사업이다. CJ제일제당은 2015년까지 바이오 한 분야에서만 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계획을 밝혀 공격적인 바이오사업 영역확대가 주목된다. 이들은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술경쟁력 확보는 물론 해외의 그린바이오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중국 심양에 총 4억달러를 투자해 올 하반기부터 라이신과 쓰레오닌, 핵산을 생산한다. 지난 5월 미국 아이오와주에 3억달러, 우리 돈으로 3450억원을 들여 사료용 아미노산인 라이신 10만톤을 생산사는 그린바이오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8년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 친환경 바이오공법을 활용해 생산되는 메치오닌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2013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한 말레이시아 메치오닌 공장에서 연간 8만톤이 생산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측은 “이미 세계 1위 품목인 핵산(식품조미 소재)과 라이신(사료용 아미노산)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메치오닌(사료용 아미노산) 사업까지 본격화하면 이신, 트레오닌, 트립토판, 메치오닌 등 4대 사료용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바이오 기업이 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식품&식품서비스

식품사업은 ‘해외진출’로 돌파구 열어

CJ제일제당은 햇반, 다시다, 해찬들 등 대형브랜드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물론 새롭게 커 나가고 있는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특히 글로벌시장 전략상품으로 내세운 품목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초 일본에서 선보인 캔 막걸리 제품인 ‘CJ 비비고 오이시이 막걸리’가 출시된 이후 지난해 10억원 수준이었던 막걸리 매출이 올 1분기 35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일본 전국 주요 대형마트와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서 큰 인기를 끌어 올해 매출은 1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CJ 비비고 오이시이 막걸리는 일본인 입맛에 맞게 칵테일 형태로 개발해 각종 첨가물을 배제한 대신 자몽과즙 함량을 15%까지 높인 것이 특징이다. 캔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일본 시장 특성을 감안해 캔 제품으로 출시했다.

일본 마트에서도 CJ 제품은 불티나게 팔린다. CJ제일제당은 일본 에바라사와의 합자법인을 통해 김치 등의 한식메뉴를 일본 대형마트 1위인 이온, 2위인 이토요카도 등 메인유통 채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기존 CJ JAPAN 영업망과의 시너지를 통해 2015년 3000억원 매출을 달성, 일본 내 한식카테고리 산업부문 1위 기업, 브랜드로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멕시코 시장에서는 ‘햇반’을 중심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멕시코에 총 32개가 있는 세계적인 대형 유통 브랜드 코스트코 매장에서 햇반, 고기양념장과 만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멕시코에 17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한 월마트 계열 유통채널인 ‘샘즈 클럽(SAM’S CLUB)’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CJ푸드빌은 오는 하반기 글로벌 무대 확장을 위한 잰걸음을 시작한다. 최근 영국 런던을 비롯해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에 진출한 비빔밥 브랜드 ‘비비고’는 올해 안으로 20여개의 해외 매장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비비고는 ‘한식 세계화 전문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CJ그룹의 전략 상품으로 2016년까지 진출 지역을 20개국으로 늘려 한식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신유통

CJ오쇼핑 현지인 라이프스타일 꿰뚫어 매출 쑥쑥 

- CJ오쇼핑의 다섯 번째 해외 채널인 베트남 SCJ 방송 장면
- CJ오쇼핑의 다섯 번째 해외 채널인 베트남 SCJ 방송 장면

신유통의 알짜 축인 CJ오쇼핑이 해외 시장에서 ‘홈쇼핑 한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시아 1위 온라인 유통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CJ오쇼핑은 지난 2004년 중국 동방CJ를 시작으로 2009년 인도 스타CJ, 2011년 일본 CJ프라임쇼핑과 베트남 SCJ, 올 6월 태국 G"CJ오쇼핑까지 총 5개국에 진출해 우수한 국내 중소기업 상품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고 있다. 연내 터키에 홈쇼핑 개국도 앞둔 상태다.

지난 5월 상해 동방CJ에서 론칭한 ‘입큰 진동파운데이션’ 제품은 방송 30분 동안 총 2850개(약 1억5000만원어치)가 판매되며 중국 홈쇼핑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동방CJ의 일반 상품 평균 매출보다 4배 정도 높은 실적이다. 입큰 진동파운데이션은 진동 기기에 파운데이션을 붙인 ‘진동 퍼프’라는 중국 내에 거의 없던 시장을 개척해 성공을 거둔 경우로 볼 수 있다. 인도 스타CJ에서 소개된 국내 중소기업 홈파워의 빨래 건조대도 인도 시장에서 큰 히트를 친 사례다. 몬순 기후로 3개월 내내 비가 내리는 날씨 때문에 빨래 건조에 대한 수요가 많았지만, 인도에는 실내 빨래 건조대의 개념 자체가 없었다. 이러한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2010년 12월 상품을 론칭해 3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CJ오쇼핑의 글로벌 매출 비율(취급액 기준)은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국내외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3.1%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31.2%로 10배 가까이 비중이 확대됐다. CJ오쇼핑은 여세를 몰아 2016년에는 매출 10조원 달성을 통해, 글로벌 1등 온라인 쇼핑 사업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CJ오쇼핑 글로벌 사업의 성장 원동력은 자회사인 CJ IMC를 통한 상품의 소싱(발굴)과 공급에 있다. 이들은 철저한 현지 시장조사와 고객 분석을 통한 국가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지난해부터 한솥밥을 먹게 된 CJ GLS와 CJ대한통운은 올해 안으로 해외 물류업체 2~3곳을 사들여 양사의 인수 시너지 창출에 시동을 건다. CJ GLS 소프트웨어의 장점과 대한통운 하드웨어의 장점이 맞물려서 내년부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1차적 시너지는 CL GLS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물류업으로의 진출이다.

CJ GLS의 올해 비전은 ‘2013년까지 아시아 대표 물류 기업’이다. 2013년에는 총 매출 3조원, 영업이익 1500억원, 매출의 52%를 해외에서 달성하는 아시아 대표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이에 CJ GLS는 그동안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통해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중국은 CJ GLS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이다. 중국에서 자리 잡은 국내 물류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CJ GLS는 2005년 5월 중국 청도에 ‘희걸청도물류유한공사’라는 이름으로 최초의 해외 단독 법인을 세웠다. 이는 중국을 제2의 CJ로 만들겠다는 CJ그룹의 전략에 따른 것. 현재 산둥성, 베이징, 톈진, 상하이, 요성, 광주 등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활발한 물류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총 11개의 물류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물류서비스 영역도 통관, 보관, 컨테이너수송, 거점 정기화물, 배송, 유통가공으로 확대했다. CJ GLS는 이 외에도 홍콩, 심천, 상하이 등 중국에만 4개의 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 1월에는 CJ GLS 차이나 HQ를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는 아시아, 중국, 미주·멕시코의 3대 중심을 거점으로 국내 물류 기업 중 최대 규모인 11개국 24개 법인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향후 유럽, 러시아, 중동, 인도 등지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2013년까지 16개국 30개 법인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할 방침이다.

라이프스타일

문화기업으로 변신하는 CJ人

최근 CJ그룹사에 ‘문화기업 CJ人 라이프스타일’을 따르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내용인즉슨 문화를 만드는 기업의 직원으로서 그에 맞는 생활 자세를 갖추라는 것이다. 금연, 절주, 운동, 겸허, 품격, 글로벌, 트렌드, 문화, 생활, 리프레시 등 총 9가 항목을 실천하는 것에 대한 회사의 전폭적 지지는 필수다.

한 달에 100명씩 근무 성적이 우수한 직원을 선발해 뮤지컬·영화·공연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관람 기회를 주는가 하면, 영화·공연 등 문화 콘텐츠를 감상하는 ‘술 없는 회식’ 문화를 권장하고, ‘회사 건물 1㎞ 반경 금연’ 구역을 지정해 금연정책을 펼친다.  

CJ그룹이 이처럼 문화기업 CJ人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 것은 최근 이 회장이 직접 ‘문화기업’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회장은 “슬로건만 ‘문화기업’을 외쳐서는 안 된다. 직원들이 먼저 문화기업에 맞는 회사 생활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화기업에 걸맞은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해 나갈 때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상품과 서비스 역시 질적 향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 영역뿐 아니라 금연·절주·문화생활 등 라이프스타일에서도 문화를 선도해나가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겸허’ 역시 이 회장이 평소 가장 좋아하는 생활신조로 꼽는 덕목으로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항상 부족하다는 자세로 끊임없이 학습하고 더 높은 목표를 가지는 도전정신’을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