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세’ 라는 소리를 자주 접한다. 그러나 ETF는 요즘에 와서야 주목받은 상품이 아닌 그야말로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대세인 상품이다. 또 앞으로도 20년, 30년 후에도 주목받을 혁신적인 금융상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ETF에 어떻게 투자할 수 있을까. ETF는 펀드지만 투자는 주식처럼 하는 상품이다. 펀드지만 상장이 돼 주식처럼 거래되도록 고안된 상품이기 때문이다. 예로 KODEX 삼성그룹주 ETF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삼성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 투자하는 펀드다. 여기에 투자하는 가장 일차적인 방법은 바로 주식처럼 증권사를 통해 매매를 하는 것이다. 상장이 돼 있어서 일반 종목처럼 사고 팔 수 있다. 1주씩 단주로 거래할 수 있고, 호가 단위는 5원으로 촘촘하다. 하루 동안의 15% 상한가, 하한가 제한 규칙도 주식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최근 변동성이 극심한 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레버리지 ETF의 경우에는 수익률이 일간 지수 움직임의 두 배를 추구하므로 가격제한폭도 상·하 30% 기준을 적용받는다.
이번에는 주식과 ETF에 투자하는 각각의 의미를 가격을 통해서 들여다보자. 주식의 가격은 기업의 본질가치와 시장 참가자들의 투자심리에 따라 결정된다. 기업의 본질가치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모두 다 정확한 계량과 측정이 상당히 어렵다. ETF는 보유 종목들의 가격을 보유비중대로 반영한 펀드의 1주당 기준가(NAV)로 가격의 수준이 정해진다. 매매시간 동안 계속해서 변동하는 보유 종목들의 가격은 ETF 순자산가치에도 실시간으로 변동을 가져오고, 1주당 기준가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것을 ETF의 실시간 추정기준가(iNAV)라고 하는데 거래소가 10초에 한 번씩 계속해서 공시하며 주식매매 시스템에 반영이 된다. 바로 이 가격 주변에서 ETF 거래 가격이 정해진다.
간혹 ETF의 유동성에 관한 우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상장된 모든 ETF는 제도상으로 유동성공급자(LP : Liquidity Provider)가 추정기준가 주변의 적정 호가 범위 내에서 매도·매수 호가를 공급하도록 하는 장치가 있다. 이러한 장치는 유동성공급자들이 매매거래시간 중 호가 스프레드비율이 국내기초자산 ETF의 경우 1% 이내, 해외기초자산 ETF의 경우 3% 이내 범위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매도·매수호가는 100주 이상 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ETF의 유동성과 관련해서 조금 어려운 표현을 하자면, ETF의 유동성은 화면에 보이는 유동성이 아닌 ETF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의 유동성이 진정한 ETF의 유동성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해당 종목의 유동성이 풍부하다면 ETF의 유동성 공급은 무한히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는 ETF의 유동성 공급자가 보통 호가 당 1만주 이상의 물량을 공급하고 있고, 해당 물량이 소진되면 바로 또 추가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ETF는 일반 종목들과는 달리 보유 종목 전체가 상한가·하한가를 달성하지 않는 한 일방적인 매도·매수 즉, 거래량에 밀려 상한·하한을 오르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추정 기준가 주변에서 합리적인 가격 선에서 거래가 된다.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ETF는 다양한 투자자들의 참여가 많은 탓에 추정기준가에 보다 근접한 가격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시장에 상장된 ETF들을 보게 되면 대개는 이름만 봐도 해당 ETF가 어떤 종목들에 투자하는 ETF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이름지어져 있다. 앞에서 예로 든 KODEX 삼성그룹주 ETF, KODEX 반도체 ETF 외에도 각종 시장 인덱스(Index), 업종 인덱스, 테마 인덱스, 해외 인덱스, 상품 인덱스 등에 투자하는 ETF들이 있다. 최근에는 콩과 같은 농산물 ETF 또는 금, 은과 같은 상품 ETF 등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ETF는 특정 인덱스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기는 하지만, 이러한 인덱스의 수익률은 참으로 다양하고 상황에 따라 일부 ETF는 개별 종목의 공격적 수익 그 이상의 수익률 달성을 가능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다양한 ETF가 국내 거래소에는 100개 이상 상장돼 있으며 과거 수익률을 보게 되면 투자의 기회를 놓쳐 안타까운 생각을 들게 하는 ETF들이 많다. 투자자들이 ETF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것은 종목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것과 유사할 수도 있다. 친근한 종목에 손이 가는 것처럼 종목에만 익숙한 투자자들의 경우 업종 ETF 또는 테마 ETF 등의 해당 업종이나 테마에 익숙하지 않아 좀처럼 손이 가지 않고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유효하고 효과적인 투자 기회를 놓쳐 버리는 것은 정말 안 될 일이다. 이러한 투자자들에게 좋은 ETF 투자 방법이 있다. 바로 은행의 신탁상품과 증권사의 ETF랩 상품이다.
ETF의 장점 중 하나는 운용비용이 싸다는 것이다. 여러 면으로 펀드의 운용이 효율적이고 중간에 거쳐 가는 단계를 줄여 놓은 탓에 총 투자비용이 상당히 저렴하다. 따라서 직접 매매가 가장 좋은 수단일 수 있으나, 주식과 마찬가지로 전문가의 손을 빌린다면 투자자에 따라서는 비용 대비 우월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운용자의 측면에서도 ETF의 투자비용이 워낙 저렴해 운용 대상으로 상당히 효율적인 수단이다. 또 종목처럼 회전을 자주할 필요가 적기 때문에 실제로 운용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현재 은행의 경우에는 국민은행, 외환은행, 하나은행 등에서 ETF 특정금전신탁상품으로 다양한 ETF에 투자할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증권사에서도 ETF랩 상품을 출시해 놓고 있으며, 전문 매니저가 직접 ETF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 최근 대우증권의 폴리원 ETF랩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그 외에 동양증권, 하나대투증권, 한투증권, 현대증권 등의 ETF랩도 주목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