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31일 KDB산업은행이 뜻밖의 발표를 했다. HSBC 서울지점의 인수를 포기한다는 선언이었다. 은행업계는 그 배경에 주목했다. 산업은행에게는 HSBC 서울지점이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영업점 부족이라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데다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업계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산업은행의 다이렉트뱅킹에서 연유를 찾았다. 다이렉트뱅킹은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은행거래를 할 수 있는 기법을 말한다. 거래를 원하는 고객은 은행 홈페이지에서 기본계좌를 신청하면 된다. 그렇다고 은행 직원을 전혀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으로 계좌를 신청하면 은행 직원이 고객을 찾아가 실명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현금카드와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OTP) 등을 발급해준다.
산업은행, 다이렉트뱅킹 확대 본격화
다이렉트뱅킹은 오프라인 상품에 비해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지점 운영비용을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개념이다. 무엇보다 금리가 높다. KDB다이렉트는 수시입출금식요구불계좌인 ‘하이 어카운트’, 정기예금인 ‘하이정기예금’, 자유적금 상품인 ‘하이자유적금’ 등 3가지 상품으로 구성돼 있는데 모두 고금리 상품이다.
‘하이 어카운트’는 타은행 정기예금에 준하는 연 3.5%의 금리를 제공한다. 타은행들이 판매하고 있는 고금리 수시입출금 예금이 이런저런 조건을 달고 있는 것과 달리 아무런 조건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이다. 일정 조건만 충족되면 자행은 물론 타행의 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하이정기예금’의 금리는 4.05%, 우대금리 혜택을 받으면 최대 4.25%의 금리가 제공된다. 현재 은행권에서 거의 유일한 4%대 예금상품이기도 하다. ‘하이자유적금’의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3.71%, 우대금리를 모두 받으면 최대 4.21%가 된다.
은행 입장에서도 다이렉트뱅킹은 남는 장사다. 특히 산업은행처럼 영업점이 부족한 은행의 고민을 풀어줄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영업점 없이도 예수금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절감된 지점 운영비로 충당할 수 있으니 손해볼 것이 없다. 고객이나 은행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셈이다.
산업은행의 계산은 적중했다.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편리한 데다 금리가 높다는 매력이 통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영업점 부족으로 고심하던 산업은행에게 여유가 생겼다. 영업점이 11개에 불과한 HSBC를 굳이 인수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보다는 이후 우리은행 인수 등 ‘큰 경기’에 대비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산업은행이 다이렉트뱅킹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얘기다.
사실 다이렉트뱅킹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에 HSBC가 운영한 적이 있다. 지점망 부족으로 인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당시의 시도는 실패했다. 본인 확인을 위해 별도의 직원이 필요해 비용 대비 효과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철수했다.
그러나 이번 산업은행의 경우는 아직까지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판매 10개월 만에 수탁액이 3조원을 훌쩍 넘겼다. 산업은행은 다이렉트뱅킹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7월 다이렉트뱅킹을 전담할 60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했다. 이에 따라 서비스 도시도 기존 8개에서 20개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고차 다이렉트론 금리 ‘절반 수준’
다이렉트금융은 이제 예금을 넘어 대출 부문으로 번져가고 있다. 특히 중고차 오토론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기본적인 구조는 다이렉트뱅킹과 같다. 대출을 받기 위한 절차가 대폭 축소된다. 대출을 해주는 캐피탈사와 고객 사이에 있던 중고차 매매인과 대출 중개인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고객이 직접 캐피탈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최대 매력은 대출금리다. 기존에 비해 10%포인트 안팎 저렴하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대출금리는 신차의 2배 이상이다. 거쳐야 하는 단계가 복잡해 수수료가 많이 붙은 결과다. 다이렉트 대출은 중간 단계가 필요 없어 금리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현대캐피탈이 판매하고 있는 다이렉트 중고차론의 금리는 신차 대출 수준인 8.9%에서 시작한다.
다이렉트 중고차론은 최근 들어 한층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출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올 상반기 다이렉트 중고차 대출액은 7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2%나 증가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자도 많아지고 있다. 현대캐피탈에 이어 아주캐피탈, 신한카드 등이 속속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도 다이렉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구조는 역시 유사하다. 카드 모집인을 거치지 않고 카드를 신청할 수 있으며 모집인을 거치는 것보다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모집인에게 투입되는 비용을 돌려주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현대카드의 다이렉트카드와 KB국민은행의 온쇼핑카드를 꼽을 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나 ARS를 통해 카드를 신청하면 된다. 혜택은 파격적이다. 현대카드 다이렉트는 사용액의 1%를 무조건 적립해준다. 인터넷 전용상품인 온쇼핑카드는 최대 5만원까지 할인을 해준다. 온라인몰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할인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