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로 바꾼 지 이제 두 달이 됐습니다. 갤럭시노트가 출시된 게 지난해 11월이니 반년이나 지나 구입한 셈이군요. 얼리 어댑터였으면 쉰 세대가 아니겠죠.

스마트폰을 쓰면서 다음 휴대폰은 피처폰(일반 휴대폰)을 쓸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스마트폰의 너무 많은 기능과 콘텐츠에 질렸다고 할까요. 하지만 결국 스마트폰을 다시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것도 갤럭시노트로요.

갤럭시노트로 바꾼 것은 여러 이유에서였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의 고장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이전에 쓰던 스마트폰은 ‘아이폰 3GS’였습니다. 사용한지 채 6개월이 되기 전에 소리와 진동을 바꾸는 부분이 고장이 났습니다. AS센터에 갔죠. 결국 수리하진 못했습니다. 비용이 20여만원이었습니다. 도저히 고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사용한지 2년이 넘어서자 이제는 아예 먹통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꺼지지도 않고, 켜지지도 않고 미칠 노릇이었죠. 다시 AS센터에 갔습니다. 프로그램이 불안정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바꾸기로 했습니다.

여러 기종의 스마트폰 중에 갤럭시노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저의 딸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는 그동안 S펜을 활용한 갤럭시노트의 TV CF가 나올 때마다 “다음엔 저걸 꼭 사라”고 졸랐습니다. 그나마 사달라고 하지 않은 게 다행이죠. 그래도 지금은 제가 집에 있을 땐 갤럭시노트는 딸 차지입니다. 아주 잘 씁니다. 저보다도요. 매뉴얼, 이런 건 필요 없습니다. 그냥 직관적입니다. 저의 휴대폰에는 딸아이가 그린 그림과 알록달록하게 편집한 사진이 수두룩합니다.

저도 메모를 할 때 S노트를 활용합니다. 종이에 펜으로 쓰는 것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필기감이 뛰어나더군요. 급하면 펜 대신 손가락으로도 적을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S노트에서는 필기노트, 회의록, 일기 등 7가지 템플릿을 기본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S펜으로 수식이나 도형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삐뚤삐뚤하게 동그라미를 그리면 정확한 원을 그려 주는 식이죠. 복잡한 방정식을 쓰면 답도 구해줍니다. 조만간 수첩이나 펜으로부터 자유로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구입하고 나서 업그레이드에 무심했다면 이 기능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 기능은 지난 5월 이후 ‘프리미엄 스위트 업그레이드’를 하신 분들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S메모’만 있고, ‘S노트’가 없다면 환경설정에 들어가서 휴대폰 정보에서 안드로이드 버전이 아이스크림샌드위치(버전 4.0)인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진저브래드(버전 2.3)라면 삼성전자 휴대폰 관리 프로그램인 키스(Kies)를 이용해 업그레이드를 해야 합니다.

지난 8월16일 갤럭시노트 10.1을 출시한 삼성전자가 이번엔 진화된 펜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수화기 들고 통화하듯 펜으로 얘기하는 ‘보이스펜’이라고 하는데요. 갤럭시노트를 가방에 둔 채로 펜을 들고 통화할 수 있다는 얘기죠. 제가 이 펜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갤럭시노트 10.1, 앞으로 나올 갤럭시노트2뿐만 아니라 기존 갤럭시노트에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갤럭시노트에서 S펜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커다란 화면입니다. 갤럭시노트의 화면 크기는 5.3형입니다. 3.5형 화면의 아이폰 3GS와 비교해 보면 거의 두 배 정도 크기의 느낌입니다. 아이폰에선 화면을 확대하지 않으면 글자를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는 평상시 화면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처음엔 너무 큰 화면에 오히려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니 적응이 되더군요. 이젠 예전의 스마트폰 크기의 화면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갤럭시노트는 야외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즐길 수 있습니다. HD 슈퍼 아몰레드(AMOLED)를 얹었기 때문이죠. 출퇴근하면서 초고화질 화면으로 동영상이나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됐습니다. 아이폰 3GS처럼 인코딩을 할 필요 없이 동영상 파일을 옮기면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워드나 엑셀 파일도 마찬가집니다. 또 화면이 크고 깨끗해 내비게이션으로 쓰기에도 아무런 불편이 없습니다. 전 차에 부착했던 내비게이션을 이번에 떼버렸습니다.

화면이 커졌지만 그렇다고 들고 다니기 불편할 정도로 덩치가 커진 건 아닙니다. 갤럭시노트는 화면 크기를 최대한 늘리되 화면 테두리(베젤)를 최소화해 손에 잡기 편하게 디자인했습니다. 전화를 걸고 받는 데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무겁지도 않습니다.

비교할 대상은 아니지만 아이폰3GS와 갤럭시노트의 성능 차이는 엄청납니다. 무엇보다 빠른 웹 브라우징 속도가 가장 인상적입니다. 인터넷이 팍팍 돌아갑니다. 물론 3G(세대)와 LTE라는 통신 네트워크의 차이도 있겠죠. 하지만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LTE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갤럭시노트는 듀얼코어 1.5㎓의 두뇌를 장착했기 때문입니다. 1.5㎓의 퀄컴 스냅드래곤은 CPU 외에 기지국과 단말기 간 통신을 담당하는 모뎀 칩(베이스밴드)을 따로 달지 않은 원칩(One Chip)입니다.

큰 덩치와 초고화질 화면, LTE이면서도 배터리는 상당히 오랫동안 버팁니다. 충전된 아이폰3GS라도 점심 때쯤이면 경고음을 보냅니다. 충전 장비를 꼭 챙겨야 합니다. 갤럭시노트는 오후 3~4시까지는 가더군요. 거기다 보조 배터리가 있으니 불안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국내에 나온 5인치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높은 배터리 용량은 1930㎃h였습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는 이보다 22% 더 많은 2500㎃h짜리를 쓰고 있습니다.

손날로 화면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한 번 훑으면 화면이 캡처되거나, 음악을 듣거나 DMB방송을 보다가 손바닥을 덮으면 일시정지되는 기능도 편리합니다. 키보드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밀어 한 손으로 문자 입력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불만도 있습니다. 애플의 ‘앱스토어’에 비해 콘텐츠가 너무나도 부족한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 때문입니다. 앱스토어에 비하면 쓸 만한 ‘앱’이 없습니다. 이는 안드로이드 진영이 풀어야 할 과제겠죠.

시간이 지날수록 갤럭시노트의 장점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숨어 있는 기능을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갤럭시노트2가 나오는 이때, 이제 갤럭시노트를 쓰면서 아는 체 한다는 게 쑥스럽군요. 그래도 전 갤럭시노트만도 버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