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로 자고 나면 쑥쑥 생긴다는 게 호텔이다. 그 틈에 전 객실 디자인을 달리하는 ‘독특함’으로 도전장을 내민 국내 최초 1급 C&C 호텔(Concept&Compact hotel : 관광비즈니스호텔) ‘호텔 더 디자이너스’가 있다.

지난 6월16일 서울 삼성동에 문을 연 이 호텔은 안재만 호텔 더 디자이너스 총지배인(43)의 톡톡 튀는 세련된 감각이 묻어난다. 호텔리어로 뛰었던 현장 경험과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며 진행한 국내 특급호텔의 컨설팅 업무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그는 호텔 더 디자이너스를 일컬어 ‘호텔계의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 널리 퍼져야 할 아이디어를 모토로 기술, 오락, 디자인에 관련된 지식이나 재능을 전하는 일종의 재능기부 프로그램)’라 소개하며 자신감을 피력한다.

이 호텔이 관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객실마다 다른 디자인 때문이다. 특급호텔 객실보다 1.5배 가량 작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유일한 답이었다. 파리, 마드리드 등 유명 C&C 호텔을 벤치마킹해 내린 안 총지배인의 결정이었다. 다만 디자인은 사진·인테리어·그래피티·조각가 등 각 분야 15명의 아티스트에게 모두 맡겼다. 이들은 자신들의 존재와 재능을 색다른 채널로 알린 특별한 경험을 맛보았다.

서울은 요즘 ‘호텔 홀릭’이다. 호텔 더 디자이너스만해도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홍대, 을지로, 종로, 동대문 등 체인망을 확대한다. 투자 대비 연 수익률이 10%를 넘는다는 말에 앞 다퉈 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호텔계 TED’를 자청한 그는 호텔 건설에 있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을 귀띔한다. 

“호텔 수익의 핵심은 객실입니다. 우리 호텔은 딱 90실이 전부죠. 지금 이 구조에서는 더 이상 소화할 수 없어 과감히 버렸습니다. 대신 콘셉트룸이란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 거죠. 비용이 많이 드는 식음과 부대시설도 최소화했어요. 호텔 임직원도 23명이 전부고요. 모두 파크하얏트, 리츠칼튼 같은 특급호텔 출신 호텔리어입니다. 나머지 인력은 외부 협력업체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이렇게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죠. 이런 구조다 보니 객실 단가도 강남권 호텔에 비해 낮게 책정할 수 있는 거고요.” 

호텔 더 디자이너스는 안 총지배인이 운영하는 홍보회사와 호텔 개발 전문업체인 HDNC의 합작법인으로 설립됐다. 자재, 인테리어, 인사, 총무, 마케팅, 부동산 등 호텔 산업에 필요한 전반적인 요소를 모두 갖춘 강소기업체나 다름없다. 이들이 끌어올릴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은 외부에서 더욱 높다.

“호텔 신축을 의뢰하거나 컨설팅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어요. 마치 ODM처럼 자신들의 콘셉트에 맞는 호텔을 지어달라는 요구도 있었죠.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 호텔도 건물주가 먼저 제안을 해왔어요. 본전 까먹는 건물만한 애물단지도 없거든요.”

250억원 가량이 투입된 호텔은 공사 시작 7개월 만에 완공됐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지금 건물 평가금액은 오픈 초반 대비 100억원 가량 높게 측정됐다. 땅값도 시세 대비 15% 가량 올랐다.

“호텔은 결국 부동산이에요. 가치가 떨어진 깡통빌딩이나 맹지 같은 곳을 보석으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호텔 부지만 찍고 나면 술술 지을 것 같지만 난항을 겪는 곳도 많습니다. 욕심을 줄이는 마음이 필요해요. 이건 버리는 게임입니다. 어떤 걸 어떻게 버리느냐가 핵심이죠.” 

약력  1970년생. 92년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2009년 연세대 법무대학원 최고위과정 수료. 94~2000년 호텔신라 서울 홍보팀. 2002년~현재 애플트리 대표. 2011년~현재 호텔 더 디자이너스 총지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