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 IGH본부의 고객군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건설산업이다. 본부 전체 수익구조에서 약 35%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IGH본부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건설산업은 사상 유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장기적인 주택경기 침체, 공공 부문 공사발주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업기회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미 많은 건설업체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상태에 놓여 있는 현실이 업계가 처한 난국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더욱이 국내 건설시장은 주택, 도로, 철도 등 여러 분야에서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 이상 고도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주택시장만 놓고 보면 암울하다는 탄식마저 나오고 있다. 아파트만 지으면 절로 돈을 벌던 시대는 저물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고부가 플랜트 사업 수주에 집중
이처럼 국내 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업계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대형 건설업체들은 해외 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에너지, 발전, 수(水)처리 분야의 대규모 플랜트가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다. 사업규모가 크고 부가가치도 높기 때문이다.
방용원 본부장은 “국내 건설시장이 성숙단계에 이르러 이제는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해외 진출은 생존의 화두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오일달러가 넘치는 중동은 물론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미 등지로 진출 지역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해외 시장 진출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점이다. 상위권 건설업체들은 해외 사업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많은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그나마 어려움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해외 사업 노하우가 일천한 나머지 기업들에게는 글로벌 시장이 사실상 ‘그림의 떡’인 경우가 대다수다. 해외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방 본부장은 “자체 역량을 갖춘 대기업과 달리 중견기업들의 해외 진출에는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작은 기업이 해외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도 보증을 받기 어려운 게 가장 큰 문제다. 그 때문에 국토해양부와 해외건설협회를 중심으로 보증기관 설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시장은 우리나라 건설산업 발전에 젖줄 역할을 한 기회의 땅이다. 지금도 국내 건설업계가 가장 강점을 가진 해외 시장이 바로 중동이다. 그런 중동에서도 불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강력한 경쟁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 위기로 인해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유럽 선진 건설업체들이 중동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또한 중국 건설업체들의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에게 ‘제2의 홈구장’이나 다름없던 중동에서도 거센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Tip l 삼정KPMG IGH본부는…
“공공 부문 효율화 기여하는 데서 큰 보람”
삼정KPMG IGH본부는 건설·항공·항만·물류 등 국가기반시설 산업 부문(Infrastructure), 정부기관·공기업·공공기관을 아우르는 공공 부문(Govern-ment), 제약·병원 등 의료 부문(Healthcare)을 주된 고객으로 삼고 있다. IGH본부의 이름도 3대 고객 영역의 영문 첫 글자에서 따왔다. 이밖에 비중은 좀 적지만 교육 부문도 담당하고 있다. IGH본부는 일반적인 회계감사를 비롯해 국제회계기준 도입 자문, 정부기관 관련 자문, 재무전략 자문, 사업 타당성 분석 등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2011년 공기업의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과정에서 국내 회계법인 중 가장 많은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방용원 본부장을 비롯한 6명의 파트너(임원)가 약 100명의 산업별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을 이끌고 있다. 방 본부장은 “국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공공 부문의 문제개선과 효율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기업 국제회계기준 도입 자문 ‘넘버원’
IGH본부는 공공 부문의 회계 인프라 선진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과정에서 가장 많은 컨설팅 용역을 수행한 실적이 객관적인 지표다. 또한 IGH본부는 중앙 정부가 단식부기를 버리고 복식부기를 도입할 때도 회계감사 노하우를 활용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IGH본부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갖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 대형 공기업들은 상당수가 부채비율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의 경우는 부채비율이 무려 400%를 웃돌고, 가스공사나 지역난방공사도 200~300%대의 부채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민간기업이라면 투기등급에 해당할 만큼 재무구조가 매우 불건전한 상태다. 물론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느라 차입금 규모가 커진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공기업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외부 기관의 컨설팅을 받는 경우도 많다. 특히 삼정KPMG IGH본부는 부채문제가 가장 심각한 LH공사의 의뢰를 받아 재무구조 개선 자문용역을 수행한 바 있다. 나아가 재무구조 진단결과를 토대로 LH공사의 재무위험관리(FRM·Financial Risk Management) 시스템 구축까지 맡아 진행했다고 한다.
방 본부장은 “공기업들은 경영시스템 선진화를 위해 여러 가지 도구를 많이 도입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게 재무위험관리 시스템이다. 또 재무위험관리 시스템을 포함한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 수요도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현재 선진국 회계·컨설팅 시장에서 공공 부문의 비중은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공공 부문에 대한 서비스의 성장 잠재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 까닭에 IGH본부는 공공 부문 서비스 범위를 더욱 확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방 본부장은 “향후 업무 영역을 국가의 재정, 정책, 제도 등의 분야로도 넓혀나갈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데, 가령 남북 연결 교통망 등 통일 이후의 인프라 수요에 대한 재원조달 방안 등을 연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와 국민들의 약값 부담 경감을 위해 이른바 약가(藥價)인하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적용 대상 약품 가격이 평균 14% 인하됐다. 아울러 약가인하 정책으로 연간 1조7000억원 정도의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관측이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은 국내 제약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복제약(제네릭 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소규모 제약업체들의 타격이 크다고 한다. 그 때문에 대형 제약업체와 중소형 제약업체 간의 양극화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제약업계의 양극화는 인수합병(M&A) 시장의 활성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 다수의 대형 제약업체들이 알짜배기 매물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한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 2위권인 녹십자는 간암 치료제 분야에 강점을 가진 유망한 생명공학업체 이노셀을 인수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다만 제약업계에서 실제 M&A 성사가 이뤄진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양극화 심각 M&A 활성화 가능성
방 본부장은 “약가인하 정책으로 제약업계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대형 제약사 위주로 M&A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국내 제약업체들이 신약이나 바이오 분야로 사업 확장을 하면서 M&A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수 수요는 있는데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어서 크게 가시화된 딜(Deal)은 아직 드문 편”이라고 밝혔다.
국내 제약업체 숫자는 통상 300여개 정도로 추산된다. 자그마한 군소업체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중에서 상장기업은 30~40개 정도밖에 안 된다. 전체 제약업체 중 10% 남짓한 수준이다. 그만큼 소규모 제약업체들이 많다는 뜻이다.
자잘한 제약업체들이 존속할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제네릭 의약품 두어 가지만 갖고도 의사들을 상대로 영업만 잘하면 일정한 수익을 계속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의료 산업의 고질병 중 하나인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근본 원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정부는 수 년 전부터 국내 제약업체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세계 의약품 시장을 주름잡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하려면 덩치를 키우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 제약업체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신약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일정 수준의 외형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조차 매출액이 1조원에 못 미친다. 그런데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통상 1000억원 이상 소요된다. 더욱이 개발 기간도 아주 오래 걸린다. 신약개발에 엄두를 내기 어려운 것이다. 또 신약개발에 나서더라도 끝까지 못 가고 중간에 ‘라이선싱 아웃(기술이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구 중심의 중소형 바이오 기업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방 본부장은 “국내 제약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외형이 1조원도 안 되는 기업들이 투자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더라도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제약업체의 대형화와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