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차장(38)은 최근 쏘나타에서 폴크스바겐의 신형 파사트로 차를 바꿨다. 그랜저를 생각했던 그는 큰 고민 없이 파사트를 선택했다. 우수한 성능과 멋진 디자인, 거기다 4000만원이 안 되는 가격마저도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었다. 김 차장은 “‘수입차=사치품’이란 고정관념이 사라지면서 직장 동료나 친구 중에도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 예전처럼 눈치 볼 일도 없다”고 말했다.
김 차장처럼 멋과 개성을 좇아 수입차를 찾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편안한 승차감, 우수한 주행성능에다 ‘착한 가격’의 수입차들이 수입차 시장의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사상 최초로 10만대 판매를 돌파한 수입차는 올해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10%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2009년 4.94%에 비해 3년 만에 두 배 가량 높아진 수치다.
시장점유율 10%는 국내에서 수입차가 더 이상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다. 10%를 넘으면 15%까지 가는 것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재희 수입차협회장(포드코리아 사장)은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는 올해가 수입차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차의 대중화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등록된 수입차는 8만3583대다. 이는 2010년 판매대수(9만562대)에 육박하는 수치다. 반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올 8월말까지 현대차의 누적 판매량은 42만4018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45만5316대) 대비 6.9%나 줄어든 수치다.

2000cc 이하 수입차 판매 급증
수입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중저가 수입차가 대거 등장해 ‘수입차=비싼 차’, ‘수입차=대형차’라는 공식이 허물어지면서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샐러리맨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입차 평균 판매가는 6300만원으로 2003년 7700만원 대비 1400만원 가까이 내려갔다.
올 8월말까지 등록된 배기량 2000cc 이하의 차는 4만913대로, 전체 수입차 판매대수의 48.9%다. 5000만원 미만 차량의 판매율도 45%가 넘는다. 반면 배기량 3000cc 이상인 대형 차량은 1만4362대가 등록되는 데 그쳤다. 수입차 2대 중 1대가 2000cc 이하, 5000만원 미만이라는 얘기다.
수입차를 선호하는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06년 이후 40대를 앞질렀던 30대의 수입차 구매율은 36.4%에 달하며, 20대(7.6%)의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차종도 다양해졌다. 수입차 모델은 10년 전만 해도 150여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5개 수입차 브랜드에서 매년 평균 60~70여종의 신차를 출시한다. 최근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컨버터블(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자동차)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 2006년 이후 빠르게 증가한 레저 인구만큼이나 SUV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CUV)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수입차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 1~8월에 판매된 SUV 모델은 1만6815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컨버터블은 전년 동기보다 54.7% 증가한 1549대가 판매됐다.
과거 국내에는 생소했던 쿠페 모델도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쿠페 모델은 매월 100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4도어 쿠페의 효시인 메르세데스-벤츠의 CLS350 블루 이피션시는 890대 팔렸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9월24일 콤팩트 쿠페인 더 뉴 C클래스 쿠페를 출시하고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입 디젤차는 가솔린 차량보다 연비와 유지비가 덜 드는 데다 정숙성까지 갖춰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월 1000~2000대에 그쳤던 수입 디젤차 판매는 올 3월 처음으로 가솔린 모델을 뛰어넘었다. 현재 수입차 전체 판매 가운데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9.1%에 달한다.
SUV와 컨버터블, 디젤차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은 세단보다 개성을 더 드러낼 수 있는 수입차를 원하는 젊은 수입차 고객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수입차 업체들도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디젤차, SUV 등 다양한 신차를 쏟아내고 있다. 수입차를 대표하던 중후한 멋의 고급 세단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트렌드다.
비싼 부품가격·수리비 개선돼야
수입차의 대중화에도 A/S 서비스 네트워크의 확대, 비싼 부품가격과 수리비 등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국산차보다 서너 배 비싼 수리비 무서워 정비공장 못 간다”는 수입차 소유자들의 불만은 아직도 많은 편이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한·EU 및 한·미 FTA 효과 등으로 수입차의 대중화가 확산되면서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며 “한국 소비자를 위한 차별화된 고객서비스와 A/S 강화를 통한 소비자 만족 증대 등 질적인 내실화에도 노력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신형 파사트
품질·가격 눈길 ‘확’…수입차 대중화 시대 견인
폭스바겐코리아가 올 하반기 출시한 신형 파사트는 지난 2012 부산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4046명이 관심고객으로 등록하며 높은 인기를 이어왔다. 사전예약 1주일 만에 약 400대가 계약됐으며, 출시 나흘 만에 237대라는 판매고를 달성하는 등 중형세단 시장의 강자로서 수입차 대중화 시대를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신형 파사트의 이 같은 인기 요인은 우수한 주행성능과 플래그십 세단과 같은 위엄,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두루 갖추었다는 데 있다. 이전 세대에 비해 눈에 띄게 차체는 커지고, 실내공간은 넉넉해졌지만 연료 효율성은 더욱 향상됐다. 신형 파사트의 트렁크 공간은 골프백 4개를 동시에 적재할 정도로 넓다. 가격은 3990만원. 1973년 첫선을 보인 파사트는 6세대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1500만대 이상 판매되며 높은 인기를 이어온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C클래스 쿠페’
역동적 디자인·파워풀 성능 ‘최강’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 9월24일 ‘더 뉴 C클래스 쿠페’를 국내 출시했다. ‘더 뉴 C클래스 쿠페’는 AMG모델과 디젤 모델 2가지가 출시됐는데, 이번에 국내에 선보인 모델은 디젤 엔진이 탑재된 쿠페다.
2011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더 뉴 C클래스 쿠페는 C클래스 본연의 스타일 유지하면서도 쿠페 전형의 강렬하고 역동적인 디자인, 파워풀한 성능을 갖춘 동급 최상의 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25년 이상 축적된 경험과 자동차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콤팩트 쿠페’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다.

도요타 ‘뉴 캠리’
렉서스의 정숙성에 역동적 주행성능 결합
도요타의 뉴 캠리는 정숙성과 세련된 디자인, 뛰어난 승차감을 갖춘 글로벌 세단이다. 도요타자동차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모델이다. 지난 1983년 미국에서 첫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1400만대 이상 판매됐다. 국내 시장에서는 올 8월말까지 3701대가 팔렸다.
뉴 캠리의 개발 콘셉트는 ‘시대’를 뜻하는 ‘ERA’다. 이는 ‘감성적(Emotional)이면서도 이성적(Rational)인 이질적인 양면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이성적인 캠리는 전통적으로 호평받아온 정숙성과 승차감을 말하고, 감성적인 캠리는 뛰어난 감성품질의 인테리어와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나타낸다.
뉴 캠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넓고 쾌적한 실내공간이다. 전체 길이는 기존 모델에서 1㎜도 커지지 않으면서 뒷좌석 탑승자의 다리 공간을 15㎜ 확대해 더욱 안락해졌다. 또 기존 7개의 에어백에 보조석 무릎 에어백과 뒷좌석 사이드 에어백 2개가 추가돼 안전성도 더욱 높아졌다. 가격은 3390만원.

크라이슬러 ‘짚 컴패스 스포츠’
2000만원대 가격으로 SUV 대중화 선도
짚 컴패스 스포츠는 2000만원대의 가격대로 SUV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모델이다. 컴패스 스포츠는 짚 브랜드 중 가격 부담이 가장 적으면서도, 짚의 고급 라인업에도 적용되는 모든 첨단 안전 사양들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전자식 주행안정 프로그램, 크루즈 컨트롤, 전자식 전복 방지 시스템, 어드밴스 멀티스테이지 에어백, 커튼 에어백 등의 안전장비를 갖추고 있어 탑승자의 안전을 보호한다.
컴패스 스포츠는 짚 브랜드 고유의 스타일링을 적용하면서도 도심형 SUV에 걸맞은 모던하고 도시적인 스타일을 표현했다. 뒷좌석을 완전히 접었을 경우 적재 공간을 1158ℓ까지 확보할 수 있어 다양한 크기의 짐들을 쉽게 실을 수 있다. 짚 컴패스 스포츠의 판매가격은 2950만원이다.

미니 시승기
폴크스바겐 신형 파사트
화려함보다 실용성 강조…
탄탄한 기본기 매력
“좋은 차란 최첨단 기능과 다양한 옵션이 들어가고 제원표상 화려한 수치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해 많은 사람의 일상을 즐겁게 하는 차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소개하는 파사트다.
이번에 시승한 파사트 2.0 TDI는 박 사장의 말대로 밟으면 밟는 대로 나가고, 밟으면 밟는 대로 서는 그야말로 ‘잘 달리고 잘 멈추는 차’였다. 스티어링은 가벼운 편이었지만 속도를 높이자 무게감이 느껴졌다. 코너링도 양호했다. 구불구불한 도로에서도 충분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변속기를 ‘D’에서 ‘S(스포츠모드)’로 내리면 반응은 더욱 빨라져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중저속이나 고속에서도 풍절음, 주행소음 등이 일반 가솔린 엔진 자동차와 별반 차이가 없이 조용했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느낌이다.
실내 인테리어는 후방 카메라나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의 고급스러운 장치 대신 실용성을 강조한 기능들이 눈에 띈다. 뺄 건 뺀 덕분에 오히려 깔끔했다. 차량의 성능이나 안전과 무관한 전자식 브레이크, 오토 홀드, 파크 어시스트(자동주차시스템) 등의 편의사양들도 빠졌다.
운전석과 보조석의 실내공간이 넓어 중형세단인 데도 대형 세단의 안락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뒷좌석도 넉넉했다. ‘동급 최고’의 뒷좌석 레그룸 덕이라는 것이 폴크스바겐 측 설명이다.
파사트의 전체적인 외관 스타일은 튀지 않으면서도 감각적이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수평으로 연결하는 등 패밀리 룩을 적용했다. 측면 캐릭터라인은 다이내믹한 스타일이며, 뒷모습은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이미지였다.
튀거나 돋보이지는 않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신형 파사트는 폭스바겐코리아가 경쟁 모델로 꼽은 현대차의 그랜저와 도요타 캠리를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