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지구촌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다. 한마디로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도 매 한가지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들어선 ‘김대중 정부’나 이어진 같은 성향의 ‘노무현 정부’가 임기 내내 망가진 경제의 회복에 총력을 기울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경제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지구촌 경제가 한몸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시대에 우리나라만 잘 한다고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 것. 그리고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의 키워드도 역시 ‘경제’ 였다. ‘경제 살리기’를 내걸었던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BBK라는 엄청난 악재에도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5년이 흐른 2012년 18대 대선도 화두는 ‘경제’다. 그런데 과거와는 좀 다르다. 무조건적인 경제 살리기가 아니다. 이제는 경제민주화다. 그동안 경제는 독점, 자원 집중 등으로 민주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대다수 국민은 생각하고 있다. 권력 독점, 인권 탄압 등으로 점철된 군사정권 시절의 정치민주화 열망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오는 12월19일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핵심 시대정신·어젠다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은 경쟁적으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대선 후보 3인이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는 어떤 내용인지 <이코노미조선>이 철저하게 해부했다. <편집자주>

대권 정국 달구는 경제민주화 공약

박근혜·문재인·안철수 18대 대선 후보

    

“경제민주화 통해 대권 고지 오른다”

‘경제민주화 아이콘’ 김종인 박사, 새누리당에 합류 …

경제민주화, 어젠다로 급부상

오는 12월19일 열리는 18대 대통령 선거가 6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유세로 대한민국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이번 대선은 50만표의 박빙 승부가 점쳐지면서 이들 후보 3인방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올해 4·11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동층의 표심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것을 목도한 터라 이들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이 부동층을 겨냥해 들고 나온 것은 바로 ‘경제민주화’다. 부동층은 주로 무당파나 중도층으로 확인되고 있다. 보수나 진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이들은 여야의 대립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어젠다를 내세워야 했다. 아울러 18대 대선을 관통할 ‘시대정신’이어야 했다. 표에다 명분까지 얻으니 일거양득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경제민주화는 입맛에 딱 맞는 어젠다인 셈이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양극화 문제는 우리나라를 짓눌러 왔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는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어야 한다. 또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라면 더욱 그렇다. 정치권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액션을 취해야만 했다. 복지를 확대하고, 재벌 개혁의 칼을 드는 것이 불가피했다. 이 시대에 경제민주화는 필연이었던 셈이다.



경제민주화가 여야의 공통 관심사였지만, 이번 대선에서 핵심 어젠다로 만든 것은 새누리당이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해부터 재벌개혁론자인 김종인 박사와 접촉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경제민주화 조항’이라고 불리는 헌법 제119조 2항을 만든 김 박사는 현재 박 후보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경제정책 공약을 총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을 품에 안은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할 수 있었다. 이로써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로 대표되던 박 후보의 경제정책이 경제민주화로 확 바뀌었다. 그 결과 문 후보는 물론이고, 안 후보마저 기선을 제압당했다. 문 후보는 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었다. 안 후보도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던 때여서 어젠다를 내세울 상황이 되지 못했다. 

- 오는 12월19일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0월1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과학기술 나눔 마라톤 축제’에 참석해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 오는 12월19일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0월1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과학기술 나눔 마라톤 축제’에 참석해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문 후보 캠프 이정우 교수, 안 후보 캠프 장하성 교수 영입

경제민주화 이슈를 뺏긴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만회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만 했다. 그래서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기획위원장을 역임한 이정우 경북대 교수를 경제민주화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이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토지공개념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등 개혁성향의 경제학자다. 특히 경제민주화의 대척점이라 할 수 있는 경제자유화에 ‘노무현 정부’가 경제정책의 방점을 찍자 바로 청와대에 사표를 냈던 인물이다.



이에 맞서 안 후보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에게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기며, 경제민주화 행보에 불을 댕겼다. 장 교수는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재벌개혁론자로 통한다.



이렇게 차례로 진용을 갖춘 뒤 가장 먼저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놓은 곳은 문 후보다. 그는 지난 10월11일 재벌개혁 공약 10개를 발표했다. 문 후보는 재벌개혁을 크게 △소유지배구조 개혁 △재벌 총수일가 부당 사익추구 방지 △재벌반칙 엄단 등 3대 축으로 나눴다. 각론으로는 △재벌 순환출자 금지 △10대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지주사 부채비율상한 200%에서 100%로 강화 △금산분리 원칙 강화 △일감 몰아주기 제재와 과세 강화 △재벌 내부 견제장치 강화 △공정거래법 위반 손해액 3배 배상 △기업범죄 사면과 집행유예 제한 △범법자의 임원 취임 제한 △대기업의 중대한 반시장범죄 처벌 강화 등 10개 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상당히 강도 높은 재벌개혁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지난 7월 발표한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기업 육성 대책에 이은 두 번째 경제민주화 분야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질세라 안 후보도 사흘 후인 지난 10월14일 재벌개혁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공개했다.

안 후보는 △재벌 총수의 편법 상속·증여,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 각종 불법 행위 방지 △총수 및 임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재벌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검토 △금산분리 규제 강화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에 대한 부채비율 축소,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상향조정해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투명하고 단순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강화 및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등 7대 재벌개혁 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특히 이 중 계열분리명령제 도입은 대기업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계열분리명령제는 체계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이 거시건전성을 위협할 경우 재벌그룹이나 금융지주사에서 강제로 분리하는 것이다. 안 후보 측은 “SIFI에 대한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한 뒤 상황을 봐서 비금융기관에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 캠프의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기관에 대한 계열분리명령제는 재벌계열의 거대하고 복잡한 연계 많은 금융기관이 포함될 수도 있고, 거대 금융지주회사나 그룹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는 이처럼 모두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김종인 박사를 새누리당에 뺏긴 후 선명성에서 뒤처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후발주자로서 더 강도 높은 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 실제로 안 후보 측 전성인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관련, “김종인 위원장의 생각이 굉장히 강하다”고 실토할 정도다.



대권 후보 3인방이 이렇게 개혁성향의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경제민주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각 캠프 내부에서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충돌이 있어 왔다. 경제민주화 추진이 단순히 표를 의식해 립서비스로 그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실행의지를 퇴색시키는 사건들이 있었다...

 

 

* 자세한 내용은 이코노미플러스 11월호 82p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