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영목 웨스틴조선호텔 대표, 맹무섭 호텔리츠칼튼서울 사장, 김광욱 노보텔 강남 사장, 정기택 곤지암리조트 총지배인, 강병직 더 클래식 500 대표, 이종헌 스탠포드호텔 서울 대표, 안재만 호텔 더 디자이너스 총지배인, 김곤중 아벤트리 리츠 대표이사 등은 모두 호텔신라 출신이다.
호텔신라 출신들이 이처럼 호텔업계에 포진한 이유로 삼성그룹의 체계화된 교육 시스템이 꼽힌다. 호텔신라 출신들은 마케팅과 인사, 재무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쳐 조직 전반을 관리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에서 ‘호텔신라’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은 매우 위력적으로 발휘되고 있다. 국내의 많은 기업가들이 삼성 출신 인재를 선호하고, 삼성의 경영기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약 1000억원을 들여 리노베이션을 마친 웨스틴조선은 2011년 실적 부진에 삐걱거리자 특단의 조치를 마련했다. 전 호텔신라 사장이었던 성영목씨의 웨스틴조선호텔 대표를 영입한 것이다. 이는 성 대표는 2011년 호텔신라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약 1년이 채 되지 않아 경쟁업체인 웨스틴조선호텔 대표이사로 취임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웨스틴조선호텔 측은 “경영성과 기여도가 탁월하고 미래 경쟁력을 견인할 핵심역량을 보유한 우수인재를 엄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빠른 의사 결정과 실행력을 본받아… “삼성스타일”
성 대표는 기획·관리·영업에 밝고, 업무 친화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났다. 특히 ‘공격형’ 경영스타일로 평가된다. 그는 2002년 호텔신라 제주호텔사업부 부장을 시작으로 호텔업계에 몸을 담아왔다. 2007년 호텔신라 대표이사를 맡았을 때는 취임 이래 매해 두 자릿수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끌어왔다. 신라면세점을 통한 유통업의 강점을 적극 활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는 2010년 12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 대표로 취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개 기업은 퇴직 후 1~2년은 동종 경쟁업체에 재취업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그에 맞는 보수나 특례를 제공하는 이른바 ‘전관예우’ 관행이 있다. 그러나 성 대표의 경우에는 호텔신라 퇴직 1년이 채 안 돼 ‘적의 심장’으로 들어갔다. 이후 이부진 사장은 삼성 계열사 고위 임원에게 제공되는 삼성 라움카드 회원에서 성 대표를 제외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부진 사장은 성 대표 대신 2010년 제주신라호텔 총지배인이었던 최태영씨를 중용했다. 1987년 신라호텔에 입사한 그는 2001년 조선호텔과 2005년 롯데호텔을 거쳐 호텔신라에 다시 입사했다. 친정으로 복귀한 최 총지배인은 제주신라호텔을 진두지휘하면서 2010년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이부진 사장은 그의 탁월한 마케팅 능력과 경영 성과를 인정해 2010년 12월 서울신라호텔의 총지배인(상무)으로 승진시켰다.
Tip l 호텔로 간 삼성물산 사람들은 누구?
“경영은 혼자 할 수 없다.” “물건은 주어도 사람은 못 준다.”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경영신념 중 핵심가치 하나는 바로 ‘인재제일(人才第一)’이었다. 유능한 인재를 모으고, 마땅한 자리에 배치했을 때 올바른 경영활동이 가능하다는 거다. 이런 경영 DNA는 삼성그룹 전반에 스며들어 기업문화의 근간이 됐다.
이부진 사장 역시 인재에 대한 욕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진 사장은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맡으면서 자신과 호흡을 같이할 몇몇 인물을 그룹 측과 논의해 인사를 단행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른바 ‘이부진 개혁’이다.
이 사장은 스스로도 준비하지만 준비된 인물에 대한 평가도 적극적이라는 후문이다. 소비자 서비스, 디자인, 명품 등 감수성이 필요한 면세, 호텔 사업 등에 있어 개인의 역량과 판단력이 중요하기에 손발을 맞추는 인사의 면모는 또 다른 그의 경쟁력 척도라 할 수 있다.
호텔신라 주요 인사들 면면을 들여다보면 호텔 토박이 임원들 외에 삼성물산과 인적교류가 활발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부진 사장의 대표적인 인물로 차정호 호텔신라 전무를 꼽는 이들이 많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삼성물산에 재직해온 그는 2007년부터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면세사업개발담당도 겸직하는 등 폭넓은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삼성물산 상사부문 출신으로 삼성물산에서 2003년 상무보, 2006년 삼성물산의 루마니아 제철공장 오텔리녹스 사업부장(상무)을 맡았다. 2010년 이부진 사장 취임 이후 임원진의 보직과 역할이 대폭 바뀌었을 때도, 차 전무가 계속해서 면세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면세사업부문은 이부진 사장이 각별히 신경써온 사업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부터 면세유통사업부 MD본부장을 맡아온 이길한 호텔신라 상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0년 이부진 사장과 함께 승진해 최초로 임원을 달았다. 그 역시 2006년 삼성물산 모스크바지점장을 역임했다.
호텔신라 운영총괄을 맡고 있는 김정수 호텔신라 부사장은 2010년 이부진 사장 취임과 동시에 호텔신라에서 손발을 맞춰오다가 지난해 말 재차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그는 지난 2001년 상무보로 승진, 2008년 전무 승진과 함께 삼성물산 전자사업본부 본부장 겸 화학본부 본부장을 맡는 등 물산과 호텔에서 이 사장을 보좌하고 있다. 전무 승진 2년 만에 부사장 승진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삼성그룹 안팎에서도 적잖은 관심을 모으는 인물 중 하나다.
시니어타운으로 잘 알려진 ‘더 클래식 500’에는 삼성맨 출신 강병직 사장이 있다. 강 사장은 삼성전자 상무, 호텔신라 부사장, 삼성에버랜드 부사장을 거쳐 지난 2009년 11월 ‘더 클래식 500’에 들어와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최근 호텔 붐에 힘입어 지난 9월 더 클래식 500의 호텔 사업 브랜드 ‘펜타즈’를 선보였다. 론칭 당시 강 사장은 “그동안 쌓아온 호텔의 개인 서비스·시니어타운 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호텔사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10여명의 호텔신라 출신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도 있다. 오크밸리, 청풍리조트 등 9개의 호텔과 리조트의 위탁 운영 및 컨설팅을 맡아하는 ‘HTC’다. 이곳 수장 김곤중 아벤트리 리츠 대표는 1996년 호텔신라 관리과장으로 일하며 위탁운영 방법을 체득하고 1997년 HTC를 만들었다. 15년이 흐른 지금 HTC는 국내 최초 최대의 호텔, 리조트, 레지던스, 연수원 등의 운영·개발 및 컨설팅전문회사로 성장했다. 2011년에는 ‘아벤트리 리츠’라는 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해 서울 견지동에 호텔 오픈을 준비 중이며, 이를 시작으로 호텔 리츠라는 새로운 부동산 투자 모델을 통해 국내와 해외 주요거점에 호텔 체인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감성경영으로 성장을 극대화한 맹무섭 호텔리츠칼튼서울 사장은 1973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한 정통 삼성맨이자 신라인이다.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 총지배인을 지냈고 경영지원실장, 면세점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부사장에까지 오르며 26년 동안 삼성에서 일했다.
호텔리츠칼튼서울의 소유주인 전원산업은 2006년 호텔 경영이 몇 년째 악화되자 같은 해 11월 맹 사장을 스카우트했다. 당시 그는 ‘비상경영 선언’을 했다. 간부들에게 20% 연봉 삭감, 사원들에겐 10% 추가 근무를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낙후된 객실·피트니스센터·중식당을 개보수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늘어나는 의료관광에 발맞춰 지난해에는 호텔 내에 노화방지클리닉을 들였다. 흑자전환은 물론 재작년부터는 성과급까지 지급할 정도로 사정이 나아졌다.
Tip l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외모·일 욕심·승부욕 꼭 닮은 ‘리틀 이건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이자 고(故) 이병철 창업주의 손녀다. 이 사장 위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아래로는 이서현 제일모직ㆍ제일기획 부사장이 있다. 3남매 중 이 사장은 유일한 ‘파격 승진’의 주인공이다. 2010년 12월3일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때 이 사장은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2009년 1월 호텔신라 전무로 승진한 지 만 2년도 안 돼서 2단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대원외고,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이부진 사장이 지금 지휘봉을 잡고 있는 호텔신라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부터다. 그녀는 그해 8월 호텔신라 전사기획 담당 부장으로 입사해 호텔리어가 됐다. 이 사장이 부임한 뒤로 호텔신라는 대대적인 변화의 물결을 맞는다.
그는 호텔신라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여러 특급 호텔들의 특징을 꼼꼼히 살폈고, 호텔 관련 전문서적도 탐독했다.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절대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한다. 사업에 필요한 일이라면 이 사장이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현장주의자이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은 “일 욕심이 대단하다. 지고는 못 배기고, 승부욕이 강하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이 사장이 부임한 이후 호텔신라의 성장세는 눈부셨다. 특히 2002년 2300억원이던 면세점 매출은 2010년 1조1000억원으로 5년 만에 5배 가까이 규모가 늘었다. 또 호텔신라 전체 매출은 2002년 4200억원에서 2010년 1조4000억원, 2011년 1조501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2010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 유치한 것이 매출 신장에 크게 작용했다. 특히 이 브랜드를 품에 안기 위해 이 사장이 직접 나선 터라 승리의 의미는 남달랐다. 평소 이 사장이 “성장 없는 혁신은 없고, 혁신 없이 성장은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한 경영 철학과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