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마케팅업계에서 3040세대를 지칭하는 말이 새롭게 생겨났다. ‘뉴어덜트(New Adult)족’. 이들은 결혼해도 각자 일을 하면서 안정된 수입을 올리며 가치 있는 삶을 위해 기꺼이 소비하는 세대다. 실용적이면서 맵시 있다는 뜻의 단어 ‘스타일리시(Stylish)’도 뉴어덜트족을 함축해 설명해주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3040세대는 대한민국 소비시장의 주도세력이 됐다. 명품업계를 비롯해 주요 은행, 증권사, 카드사들도 3040세대, 그중에서도 3040부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내수시장의 황금세대로 부상한 3040세대, 3040부자들의 소비·투자 등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봤다.

3040세대(30·40대 연령층)는 숨 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의 역사를 압축해 설명해주는 세대다. 가령 40대는 고도 성장기에 태어나 대학에서 민주화라는 사회변화를 맛봤고 편안한 직장생활이 펼쳐질 쯤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사상 초유의 외풍을 맞았다. 30대도 비슷하다. 40대처럼 대학시절 이념의 틀에서 고민하지는 않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사회상을 몸소 체험하면서 이상보다는 현실에 일찍 눈을 떴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외환위기는 평생직장 개념을 허물면서 벤처기업 열풍을 만드는 토대가 됐다. 더군다나 이 세대는 사실상 우리나라 인터넷1세대다.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인생역전 드라마를 쓴 것도 지금의 3040세대부터다. 또 1987년 여행자유화 조치로 균형 잡힌 글로벌 시각을 쌓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또한 3040세대는 대학 시절 서울올림픽과 한·일월드컵이라는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를 경험하면서 문화적 자긍심을 한창 드높였다.

우리나라 인구 구성에서 볼 때 3040세대는 2차, 3차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된다. 통계학계에서 추정하는 우리나라 2차 베이비붐 시대는 1968~1974년, 3차는 1979~1985년까지다. 이 중 과거 X세대, Y세대로 불렸던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최근 우리나라 경제활동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2차 베이비붐 세대, 국내 경제활동 중심

3040세대, 그중에서도 3040부자들의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부자연구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이전 세대인 5060부자들이 스스로 부를 일궈냈다면 3040부자들은 부모세대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자수성가형 부자들도 있습니다. 벤처기업 경영자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표적인 예죠. 그런 의미에서 3040부자들은 성공에 이르는 과정이 이전 세대와 비교해 다양합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맞벌이를 해야 하고 자녀 양육 등 집안일은 분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죠.”

이 밖에도 이들은 어떤 성향을 갖고 있을까. 국내에서 아직까지 3040부자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경우는 없다. 다만 일반 3040세대 조사결과로 추정만 할 뿐이다.

얼마 전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재미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냈다. 2차 베이비붐 세대 7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상당수가 ‘돈은 인생에서 중요하고 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다’(83.3%)라고 답했고 ‘급한 돈이 필요해도 가급적 대출은 이용하지 않는다’(56.7%)는 것은 1차 베이비붐 세대(58.5%)보다 낮게 나타났다. 또 ‘재테크 방식으로 금융보다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2.4%가 ‘그렇다’고 대답해 50.5%를 기록한 1차 베이비붐 세대보다 낮게 나타났다.

종합하면 40대에 해당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는 금융상품을 활용한 재테크에 관심이 많으며 금융권 대출에도 적극적이라는 뜻이다. 관련업계에서는 30대 등 연령대가 내려갈수록 이 같은 성향은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때문에 금융업계에서는 3040세대, 더 세분화시켜 3040부자를 위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산하 주요 PB(프라이빗뱅킹)센터마다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는 것도 3040부자들을 가급적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들 금융서비스는 대상자를 연령대로 한정짓기보다는 금액을 중심으로 규정짓는다. 그러나 사실상 서비스 수혜자는 3040부자들이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지난 2월부터 금융자산이 2000만~1억원에 해당하는 계층인 ‘신흥부유층’을 위한 자산관리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한국씨티은행은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씨티프라이빗클라이언트 서비스도 출시했다. 씨티프라이빗클라이언트 서비스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상품을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국내 명품시장에서 3040세대는 가장 큰 소비층이다. 몽블랑 스타 4810 오토매틱 컬렉션
국내 명품시장에서 3040세대는 가장 큰 소비층이다. 몽블랑 스타 4810 오토매틱 컬렉션

은행·증권사 PB센터 전용서비스 마련

그렇다면 이들 3040부자는 어떤 재테크 특징을 갖고 있을까. 정복기 한국씨티은행 본부장의 설명이다.
“해외에서 공부하고 오거나 다른 나라와 관계된 사업을 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세계 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상당수가 다른 나라 금융기관과 글로벌 시티그룹을 활용한 맞춤형 금융상품입니다.”

하나금융그룹 WM(웰스매니지먼트)본부에서 근무하는 조완철 팀장(상품설계담당)은 얼마 전 한 40대 고액자산가 고객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고객은 “스페인 A회사 주식에 투자하고 싶은데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조 팀장의 설명이다.

“저희 회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계 금융사에 문의해보니 스페인 주식시장에도 상장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인 데다 현재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더군요. 그래서 해당 고객에게 전했더니 “알았다”고 하더군요. 요즘 30~40대 고액자산가들은 우리보다 글로벌 경제에 대해 정보가 빠릅니다. 그게 이전 세대들과 다른 점이죠.”

정복기 본부장도 “전문가인 우리보다 유럽 우량기업 회사채, 금융채 정보를 빨리 듣고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달라고 요청하는 고객들도 꽤 있다”고 했다. 은행들마다 가업승계와 관련된 절세 서비스를 속속 제공하기 시작한 것도 3040부자를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 일환이다. 안경섭 IBK기업은행 세무사는 “가업승계 과정에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명의를 변경하느냐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기업은행은 가업승계와 관련된 서비스를 PB센터의 중요 서비스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부문에서도 3040부자들은 강력한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단순히 3040고액자산가들만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3040세대 전체가 소비력이 크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2010년 연령대별 신세계카드(씨티, 삼성, 포인트 카드) 매출분석 결과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1%를 기록했고 26%인 40대가 그 뒤를 이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대규 신세계 홍보팀 과장은 “한 연령대의 매출 비중이 3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명품 소비에 있어서도 이들은 강력한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다. 신세계에 따르면 30대가 신세계백화점 명품관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10년 35%로 2008년 31%, 2009년 32%보다 다소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이유로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은 큰 소비력을 보유한 3040세대, 더 자세히 말하면 3040부자들을 위한 다양한 부대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신세계만 해도 3040부자들을 위한 해외유명 아티스트 공연과 콘서트,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행사를 작년보다 20~30% 정도 늘렸다. 소비력이 크다 보니 카드시장을 전체적으로 주도하는 연령대 역시 이들 3040세대다. 현대카드에서 가장 많은 연회비를 내는 블랙카드에도 3040부자 비중이 상당하다. 허윤정 현대카드 과장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마련한 것도 소비력이 큰 3040부자들을 위해서이며, 실제로 상당수가 블랙카드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진출하거나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소비층도 3040부자다. 남성 수트, 구두 메이커들이 이른 시간 내 국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3040부자들의 소비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한 명품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단순한 디자인이 3040부자들에게 어필될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서 “특히 시계는 무늬가 화려한 클래식 시계보다는 단순한 색깔에 두께는 얇은 ‘씬’ 패턴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용시계 스타일의 밀리터리워치나 항공시계, 아쿠아시계 등이 주요 시계 브랜드마다 주력 상품으로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독일 시계 브랜드 몽블랑의 스타 4810 오토매틱 컬렉션이 좋은 예다. 300만원대인 이 시계는 전체적으로 간결하게 디자인해 3040 남성 부자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지원 몽블랑 홍보담당은 스타 4810 오토매틱 컬렉션에 대해 “첫 출시된 지난해 몇 달 만에 전제품이 팔려 올해 초 추가로 들여왔는데 현재 남은 것이 전국적으로 10개 미만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고 말했다. 

3040세대들은 나눔에 대한 관심이 많다. 사진은 한국IBM에서 마련한 교육기부 행사 모습.
3040세대들은 나눔에 대한 관심이 많다. 사진은 한국IBM에서 마련한 교육기부 행사 모습.

아파트보다 단독…레저·여행업 성장

앞으로 3040세대의 소득이 늘어나 3040부자층이 두터워진다는 것은 새로운 시장의 탄생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3040세대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여가, 취미활동을 즐기려는 성향이 높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3040세대들은 스포츠 활동, 사회활동 등 본인의 취미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5일 근무제와 맞물려 레저, 스포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 역시 3040세대, 3040부자들의 소비력 증가와 맥을 같이한다.

앞서의 한동철 교수는 “3040부자들은 물질의 양보다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서 “자기계발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도 그런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3040부자 대다수가 해외경험이 많아 남과 차별화된 측면에서 폴로, 요트처럼 북미, 유럽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 종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주목받는 시장 중 하나는 여행 산업이다. 이들은 20대 시절부터 해외여행 경험을 가진 세대다. 또 주거문화도 획일적인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보다는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와 강남보다 수도권 전원형 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전원주택전문가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는 “서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100㎡(30평) 미만 전원주택이 실속파 3040부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이 같은 경향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며, 그래서 이 같은 실속형 주택을 ‘콤팩트 하우스(Compact House)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건물임대업을 하는 서초동의 40대 구준석, 구준학 형제는 지난해 말 가난한 이웃을 위해 쓰라며 각자 1300만원씩을 사회복지모금공동회에 기부했다. 구씨 형제 외에도 최근 국내 사회복지기관마다 기부에 적극적인 3040부자들의 행렬이 늘어나고 있다. 손세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보담당은 “3040부자들은 부모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참여가 많으며, 단순기부보다는 재능기부와 같은 방식의 후원에 대해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