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Digital Versatile Disc)와 VHS(Video Home System) 둘 다 볼 수 있는 DVD 콤보 플레이어를  몇 달 전 오랜만에 작동시켜 보았습니다. 6살 난 외동딸에게 보여주려고 구입했지만 수준이 너무 높아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던 애니메이션 영화 ‘라푼젤(Tangled)’을 아내가 보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눈을 의심했습니다. 어찌해서 이렇게 화질이 나쁠까요? 영화 ‘볼케이노(Joe Versus The Volcano)’ DVD를 재생시켰지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름 영화를 꽤 즐겼기에 이외에도 ‘토탈 리콜(Total Recall, 1990)’, ‘미션 임파서블3(Mission: Impossible III)’ 등 꽤 많은 영화의 DVD를 갖고 있어 틀어보았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도저히 시청할 수 없는 저화질이었습니다. 콤보 플레이어가 고장난 것이 아닌가 해서 데스크톱PC에서도 재생을 해봤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원인은 저의 높아진 눈높이였습니다. 그동안 FULL HD(High Definition) TV로 HD급의 여러 콘텐츠를 시청했기에 SD(Standard Definition)급인 DVD의 화질에 실망할 수밖에요. 예전에 저렇게 화질이 떨어지는 영화를 보고 즐겼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궁리 끝에 방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업 스케일링(Up Scaling) 기능이 있는 플레이어를 구입하는 것입니다. 업 스케일링은 DVD, 캠코더 등의 SD급(480P; 화소수 720×480) 동영상 콘텐츠를 HD급(720P; 화소수 1080×720)이나 Full HD급(1080P; 화소수 1920×1080) 영상으로 업그레이드해 보다 선명한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입니다. 요즘 나오는 대다수 플레이어는 이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만족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왕이면 가전제품이 아닌 IT기기로서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이런 제품이 있었습니다. 가격도 20만원대에 불과했습니다. 삼성 스마트 블루레이 플레이어(제품명 BD-ES6000)가 그 주인공입니다.

블루레이(Blu-ray) 디스크는 물론이고, FULL HD 3D 멀티미디어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최고 사양의 플레이어입니다. 게다가 랜(LAN)이 내장돼 있어 인터넷을 통해 일반 TV에서 스마트TV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스마트TV처럼 스마트 블루레이 플레이어에도 ‘스마트 허브’가 있고, 다양한 앱이 깔려 있습니다. 저희 집에 이미 스마트TV가 있긴 하지만, 업 스케일링 기능이 있는 스마트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통해 ‘스마트 허브’를 주로 이용합니다.

삼성의 전자제품은 ‘AllShare’ 기능으로 휴대폰, 갤럭시탭, PC를 모두 하나로 묶을 수 있습니다. PC에 저장해 놓았던 각종 멀티미디어 파일은 물론이고, 휴대폰이나 갤럭시탭으로 찍은 사진, 촬영한 동영상을 스마트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볼 수 있답니다. 가령, 갤럭시탭에서 AllShare 기능을 실행시키면 멀티미디어 파일이 리스트로 나옵니다. 그 다음으로 이 파일을 구동시킬 기기로 스마트TV와 스마트 블루레이 플레이어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합니다. 여기서 스마트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터치하면 업 스케일링을 통해 선명해진 화질의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PC의 경우 들고 다니기가 어려워 AllShare 기능을 이용하는 것은 좀 불편합니다. 보통 가정에서 PC와 TV(스마트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서재나 거실로 떨어져 있습니다. 저는 주로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놓은 용량이 큰 FULL HD급 콘텐츠를 볼 때 외에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인터넷은 유선을 이용해야 합니다. 무선인터넷인 와이파이를 통해 FULL HD 화면을 볼 경우 느리게 재생되거나 동작이 끊깁니다. 무선공유기를 통한 와이파이의 데이터 전송속도가 유선 인터넷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휴대폰이나 갤럭시탭에는 주로 SD급 멀티미디어 파일을 저장해 놓아 와이파이로도 화면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볼 수 있습니다.

또 스마트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자동으로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코덱이 나오더라도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를 재생할 수 있게 해줍니다. 즉, 재생 안 되는 동영상이 거의 없답니다.

한때 ‘디빅(DivX) 플레이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기기를 TV에 연결하면 확장자가 AVI(Audio Video Interleaved), MKV(MatrosKa multimedia container for Video) 등인 멀티미디어 파일을 재생시켜 줍니다. 그런데 멀티미디어 파일은 용량이 커서 인터넷으로 업로드나 다운로드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하드디스크 공간도 많이 차지합니다.

그래서 멀티미디어 파일은 보통 영상·음성 데이터를 압축하는데요. 이 과정에 코덱(codec)이 필요합니다. 물론 재생할 때도 압축을 풀어주는 코덱이 있어야 합니다. 디빅(DixX)은 1990년대말 개발된 코덱의 일종으로 DVD(4.7G) 데이터를 CD(700M)에 담을 수 있는 수준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화질 저하도 크지 않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처럼 코덱은 얼마나 화질 저하를 막으면서 압축률을 높이느냐가 관건입니다. 때문에 치열한 개발 경쟁으로 성능 좋은 코덱이 계속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디빅 플레이어 생산업체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코덱을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업데이트해줘야 하지만 이를 못하니까 재생되지 않는 파일이 늘어갔습니다. 그래서 디빅 플레이어의 인기는 시들해졌죠.

세상은 유비쿼터스(Ubiquitous)화 되고 있습니다. TV와 DVD·블루레이 플레이어는 물론이거니와 디지털 카메라에도 랜이 장착되고 있습니다. 가전제품이나 전자제품이 점차 정보기술(IT) 기기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겠죠. 그런 점에서 가전·전자제품을 구입할 때는 유비쿼터스에 적합한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 생활의 지혜일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