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년 역사·전통 잇는 부경대
해양수산·바이오 등 특화교육 집중…
국·공립대학 논문 게재 1위
부산 최초의 대학교인 ‘부경대학교’. 88년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임에도 학교의 존재를 제대로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지만 대학의 위상은 그에 따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부경대의 역사, 교육 수준, 취업률, 연구 성적 등 그 면면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부경대는 1924년 한국 최초 근대식 공업기술 교육기관으로 출발한 부산공업대학교와 1941년 수산고등교육기관으로 출발한 부산수산대학교가 1996년 통합해 탄생한 학교다. 현재 대연캠퍼스와 용당캠퍼스 두 곳에 적을 두고 2만7000여명의 학생들과 580여명의 교수진, 76개의 학과 구성으로 국내 10대 국립대학의 위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부경대는 △지구환경 △에너지 △해양수산 △나노 △바이오 △공간정보 등 학문별 특성화가 잘 구축돼 있는 대학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특히 분야별로 구축된 연구·개발(R&D) 센터야말로 부경대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국내 최초의 LED-해양 융합기술 연구센터를 비롯해 해양바이오프로세스연구단(노화, 암, 알츠하이머 관련 연구), 원자력 부품소재산업 전문인력양성센터, 해양용 LMO(유전자형질전환생물체) 위해성 평가센터, ‘이공계의 MBA’로 불리는 기술경영대학원 등 국책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연구기관은 곧 부경대의 경쟁력이다.
이러한 교육의 성과는 학생들의 질과 사회 진출로 이어진다. 냉동공조공학과의 경우 2010년 8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졸업생 134명 중 64명이 대기업(삼성전자 45명, LG전자 19명)에 취업했고, 조선해양시스템과가 93.8%, 국제통상학과가 80%, 해양공학과가 74.1%의 취업률을 자랑한다.

특성화 교육 전략으로 높은 취업률 달성
부경대는 인재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장학 지원사업과 기초학력 및 학습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Basic 학습역량 강화사업,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취업과 진로에 대한 방향을 잡아주는 맞춤형 취업지원 프로그램 등이 대표 사레다. 독서를 통한 인문학적 사고력 향상을 위한 독서삼품제, 유엔 참전용사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유엔 서포터스, 동아시아 3개국이 함께하는 국제공동계절학기 등이 부경대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교육 및 연구 활동에 매진해온 부경대는 최근 잇따른 호재에 신바람이 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9월 전국 국·공립대학 가운데 전임교원 1인당 국내외 학술지 논문 게재 실적이 가장 높은 학교로 부경대를 선정했다. 2011년 581명의 전임교원이 모두 735.3편의 논문을 발표해 1인당 논문 게재 실적이 1.27편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의 1.11편에 비해 14.4%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국·공립대 상위 10위권 대학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2006부터 2011년까지 부경대학교가 추진한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인 2단계 BK21사업으로 논문 실적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대학의 연구역량이 크게 강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영섭 부경대학교 총장은 “부경대의 LED-해양융합기술연구센터와 동남권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단, 해양바이오프로세스연구단 등 특성화분야를 적극 살린 국책사업단의 연구실적도 대학 연구역량 강화에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10일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역량강화 지원 사업 성과평가에서 3년 연속 ‘성과 우수대학’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부경대는 2011년 대학 교육역량강화 지원 사업 우수사례 공모 우수대학, 2010년도 대학 교육역량강화 지원사업 성과평가 우수대학 및 사업계획 컨설팅 결과 최우수대학, 2009년도 대학 교육역량강화 지원사업 우수사례 공모 우수대학 및 성과평가 결과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더불어 올해는 교육역량강화 지원사업에 5년 연속 선정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인 42억2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여기에 이번 우수대학 선정에 따른 인센티브를 포함해 총 44억28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부경대의 교육역량강화 지원 사업은 다짐트랙(인성교육), 키움트랙(글로벌역량), 이룸트랙(취업역량) 등 3단계로 나눠 기초 학습부터 취업역량까지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운영하는 ACM(Academic Credit Mileage)이라는 포인트 적립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한 차별화된 국제화 프로그램 운영에도 적극적이다.

부경대 산학협력
부산 특성 살려 해양 연구에 집중…
세계적 경쟁력 갖춘 신성장 사업 추진
부경대 산학협력단은 2004년 설립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미래 해양바이오산업을 이끌어갈 정부의 해양바이오프로세스연구단, 국내 유일의 해양용 LMO 위해성 평가센터, 부산의 환경연구를 전담하는 부산녹색환경지원센터 등도 부경대 고유의 특성화분야를 살린 국책사업이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가장 부산다운 사업, 가장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신성장 사업이 이곳 부경대에서 자라나고 있다.
전세계의 관심사는 대륙에서 해양으로 옮겨진 지 오래다. 인류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새로운 에너지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보고(寶庫)’를 찾은 셈이다. 부경대는 산학협력을 통해 ‘바다’라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공간에서 얻어지는 각종 자원을 선점하고자 각 분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자원 빈국’이 아닌 ‘천혜의 조건’을 가진 나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부경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지식과 기술을 산업과 접목시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대학 내 연구자들을 위한 연구지원뿐 아니라 창업지원, 기술이전, 각종 행정기관과 연관된 프로젝트 수행, 국책사업단 등을 통해 대학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 유치실적이 최근 2년간 18건 1208억원에 달해 부경대의 위상 변화를 크게 실감케 한다. 최근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해양바이오에너지의 개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망간단괴 등에 함유돼 있는 희토류는 그 활용성이 석유에 비견될 정도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해양생물로부터 신의약품을 만드는 등 바다의 잠재력을 방증하는 분야는 무수히 많다.
부경대의 해양바이오프로세스연구단은 2004년 당시 해양수산부가 해양바이오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한 마린바이오 21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해양생물의 새로운 활용가치를 찾고자 마련된 연구센터다. 2013년까지 10년간 계속되는 중장기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600억원 규모다.

해양자원으로 신약 개발
이곳은 해양생물에서 유용한 신물질을 추출해내고, 해양바이오 프로세스 및 산업화에 필요한 대량생산공정기술 개발이 주된 목표다. 올해로 9년째 사업을 진행하면서 총 245편의 SCI급 논문을 발표했고, 국내에서만 128건의 특허를 출원해 61건의 등록을 마쳤다. 또한 자외선 차단 효능을 가진 감태 추출물, 매생이 고형분을 이용한 혈청지질 개선 효과 및 간보호 기능성 식품, 해양 동물 플랑크톤 배양액 중의 대사산물을 유효성분으로 하는 간기능 개선용 조성물 및 제조방법 등 총 5건의 기술을 이전했다. 또 매생이 추출물을 이용한 기능성 식품 ‘참 매생이’와 해양한방기능성 화장품 ‘에끌로바’ 등 2개의 제품을 자체적으로 상품화시켰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해양바이오프로세스연구단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하는 ‘국가연구개발 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해양생물을 통해 식품, 의약, 화장품 등 우수한 결과물을 생산해낸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해양생물의 유용성을 해외에 알리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에는 건강기능성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키틴과 키토산의 생리활성, 활용방법 등을 정리한 영문서적을 미국 대형 출판사인 CRC에서 펴냈다.
2010년 국내 최초로 부경대에 설립된 ‘LED-해양 융합기술 연구센터’는 LED와 선박조명 등 해양산업을 접목한 기술을 연구해 상품화하는 데 앞장선다. 이 사업단의 주된 목표는 녹색 신성장 분야인 LED와 부산 등 동남권 전략산업인 해양산업 간 융합을 토대로 해양에 특화된 LED기술 및 제품을 개발, 지역과 국가 LED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지식경제부가 2008년부터 국가 LED산업 발전 전략으로 추진 중인 지역별 LED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일환이다.
주관기관인 부경대는 센터 운영과 해양 LED 조명시스템, 형광체, 기판재료 개발, 기업지원 등을 담당한다. 부산을 포함해 동남권은 조선, 조선기자재, 수산·양식, 항만·물류 등 해양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산업이 발달해왔다. 육상에서의 다양한 LED 응용 확대에 이어 선박 LED조명이나 양식 LED조명, 친환경 항만 LED조명 등 해양 LED 분야는 세계적으로 시장 초기 단계다. 유영문 LED 해양융합기술연구개발 센터장은 “해양 LED라는 신산업을 개척하고 있는 만큼 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투자와 기술개발에 따라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리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평가기관까지 갖춰 연구 신뢰감 상승
센터는 지경부와 부산시가 지원하는 국비와 시비, 그리고 민간자본까지 총 393억여원을 투입, 2014년까지 5년 동안 선박용 조명, 인공양식, 해양바이오, 항만물류, 해양 문화·관광, 해양도시조명 등에서 참여기관 및 기업과 해양 LED 융·복합 제품과 기술을 개발한다.
현재 51대의 장비구축과 전담연구인력을 갖추고 한국광기술원, 한국조명연구원 등 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대양전기공업, 극동일렉콤 등 지역 주요 LED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발 빠른 상용화가 가능한 기업주도형 해양 LED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유 센터장은 “사업에 나선 지역 기업이 신제품 개발과 신사업 발굴에 부담 없이 나설 수 있도록 연구개발의 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 여부는 세계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해양 LED 융합기술과 제품 개발에 달렸다. LED-해양 융합기술센터는 개소 준비과정에서 이미 LED광소자 등 센터가 주도적으로 R&D를 이끌 전략제품 7종을 선정했고, 관련 기술과 제품 개발 동향을 DB로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대응기술 개발 및 특허 전략도 수립해 놓은 상태다.
특허 1단계 10건, 2단계 80건(해외 3건), 3단계까지 총 180건(해외 6건 포함)을 획득해 센터 자립에 필요한 수입(기술료 등)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본격적인 제품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2014년 3단계에서 특허 등 지식재산권 확보를 통해 재정자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2018년까지 5000억원의 매출과 2500여명의 고용 창출이라는 중장기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또한 부산이 꿈꾸는 LED조명 도시로의 변화 역시 목전에 두고 있다.
유 센터장은 “해양 LED라는 신산업 창출을 목적으로 설립한 국내 유일의 해양 LED 특화 센터다.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우리나라 LED기술과 전방위 해양산업을 동반 성장시켜 해양 LED를 국가와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LMO(Living Modified Organisms : 생산량 증대나 고부가가치 창출, 유통 및 가공 상의 편의를 위해 유전자변형 기술로 개발한 생물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LMO가 인위적인 유전자변형을 했다는 이유로 생태계가 파괴될 수도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8년 1월 LMO의 인체·환경위해성 평가를 대폭 강화한 이른바 LMO법을 발효했다.
LMO의 경우 유해한 유전자가 밖으로 유출되면 계속 번식하며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를 요한다. LMO의 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까다롭게 평가해야 한다. 산업에 유용하게 쓰일지라도 생태계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용도에 관계없이 모든 LMO는 평가심사를 받아야 한다.
부경대 ‘해양용 LMO 위해성 평가센터’는 이러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국내 유일의 해양용 LMO 평가기관이다. LMO가 수입돼 들어오면 평가기관이 절차에 따라 평가한 후 심사기관에 평가서를 제출하는데 이 심사가 끝나야 정식으로 LMO를 수입할 수 있다.

여성과학기술자 육성 앞장
해양 LMO는 부경대 해양용 LMO 위해성 평가센터가 평가를 맡고 국립수산과학원이 심사를 맡는다. LMO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평가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평가기관은 상당한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해양용 LMO 위해성 평가센터는 2010년 ‘더블 형질전환 불임성 형광 바다 송사리’를 개발했다. 송사리의 세포골격과 근육의 수축, 이완에 관여하는 유전자 프로모터에 산호의 형광단백질 유전자를 융합시킨 것으로, 국내 최초의 기술이다. 국내 연구진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린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형광 바다 송사리는 간에서만 형광체가 발현되는 것과 전체 몸이 붉은색을 띠는 것 등 두 가지다. 간에서만 발현되는 송사리는 오염이 나타날수록 더 빨갛게 변하도록 만들어 해양생태계를 감시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전체 몸이 붉은 종류는 LMO 어류가 유출되었을 경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됐다. 센터는 앞으로 LMO의 생산과 유통, 관리에 사용 가능한 실용적인 기법을 개발하고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위해성 평가기술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출범한 ‘WISET(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동남권역사업단’은 부경대, 부산대, 신라대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여성들의 과학기술분야 진출을 위한 다양한 정부 국책사업을 설치,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 즉, 공과대학 여학생의 역량 개발을 통해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으로 육성해 전공분야로의 진출을 확대하고자 함이다.
또한 여학생의 이공계 친화성을 제고하고 나아가 여성과학기술자 육성의 토대가 된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성인지적 공학교육 시스템, 현장 적응력 향상 교육, 산학협력 및 취업촉진, 과학친화형·전공체험형·진로개발형·지역 특성화·멘토링 프로그램 등이 추진되고 있다.
윤종태 부경대학교 WISET 동남권역사업단장은 “조선, 해양 등 분야는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번 사업은 지금까지 남성들의 세계로 여겨졌던 바다에 여성과학기술인들이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는 산학협력 선도모델을 다양하게 창출·확산하기 위한 대책으로 ‘A+ LINC 사업단’도 설립했다. 부경대는 부산대, 경상대와 함께 동남권 기술혁신형 대학으로 선정, 5년 동안 해마다 42억7000만원을 지원받아 창의적 기술 인재·혁신 연구인력 양성 및 원천·혁신기술 개발 및 기술 사업화 지원 등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부경대는 공과대학, 수산과학대학, 환경해양대학 등 3개 단과대학 39개 학과가 참여하는 수송기계 및 해양바이오 융합산업의 인프라시스템을 운영하고, 특성화 교육과정 및 인력양성 프로그램과 기업지원 및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부경대는 창업교육센터, 현장실습센터 등 교육센터를 신설해 운영함으로써 산학협력 강화를 위한 교육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산학협력 연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산학협력 가족 회사 350개 업체를 확보하고, 기업의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을 위해 맞춤형 기업 지원을 펼치기로 했다. 교원인사 분야에서는 SCI급 논문 1편 대비 산학협력 실적 반영 비율과 산학협력 실적물의 연구실적물 대체가능비율을 확대하고, 산학협력중점 교수 채용을 늘려 산학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Mini Interview | 임권택 부경대 산학협력단장
“21C 동북아시대 선도하는 일류 산학협력단 될 터”

2004년 설립 이래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온 부경대의 산학협력단. 임권택 부경대학교 산학협력단장에게 현재 수준을 평가해 달라고 하자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여느 대학과 마찬가지로 부경대 역시 아직 시작 단계”라고 했다. 그러나 부경대는 국내 유일의 해양과학기술 연구센터를 설립해 신소재 관련 국책사업을 유치해 첨단기술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임 단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산학협력단 경쟁력, 개선점,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 타 태학과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단연 해양과학기술 연구다. 해양과학기술은 독립적인 과학기술영역이 아닌 해양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융합적인 과학기술이다. 이는 해양자원, 해양공간, 해사활동을 통해 경제적 이익 획득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을 총칭하는 해양산업과 명백히 구분이 되는 개념이다. 부경대의 해양과학기술 연구는 해양바이오 분야를 비롯한 해양생명과학, 수산형질전환, 해양LED, 해수담수화, 해양로봇연구 등 저탄소 녹색성장연구를 주도해온 해양과학기술의 ‘종가’로서 해양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고를 향해 가야할 것이다.”
- 산학협력을 통한 기업의 인적자원 개발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고용노동부의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사업을 유치해 우리대학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재직자 직무능력향상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기업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그 예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중소기업형 계약학과’를 유치한 것이다. 등록금의 70%를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지원받아 14개 중소기업체 18명의 재직근로자를 3학년 부경대 편입생으로 입학시켜 여건이 어려워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중소기업체 근로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부여했다. 기계자동차공학과 기계IT융합시스템공학 전공 분야가 대표적이다. 올해 1기에 이어 2013년에도 중소기업형 계약학과 2기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 각 연구센터를 위해 산학협력단에서 하는 노력은.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연구 분위기를 조성해 교수에게 탁월한 연구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연구비중앙관리 업무 절차를 간소화하고 연구비관리전산시스템을 개선해 연구자가 연구비 정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한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되, 책임감을 강화해 연구비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연구수행을 통해 도출된 기술이전, 특허 등의 성과가 지자체 및 민간기업과 확고한 산학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지원시스템을 강화한다. 국책연구 사업 유치를 통해 산학협력단 재정을 확충하고 우수 대학원생과 연구원 인력을 육성해 무엇보다 연구자들의 연구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 최근 국가 R&D 지원액의 향상과 더불어 연구진의 연구윤리 의식 확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기업의 경우 필요한 연구개발 및 실질적 역량강화를 목적으로 산학협력에 접근하고 있는 반면, 대학은 이러한 목적의식이 부족하고 협력과정에서 기업이 필요한 수준의 교육을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 교수들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부경대는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연구 수행에 필요한 연구관련 각종 교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외부 연구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을 유치해 연구윤리, 연구노트, 연구비 관리, 연구계획서 작성, 정부 R&D 지원 계획 등에 대한 교육을 통해 전략적인 연구 사업 유치와 투명한 연구비 관리, 연구 윤리 의식을 고취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기업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학교가 보유한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보다 높은 관심을 가져 기술 이전 관련 협력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기업은 기업에서 필요한 기술 개발과 함께 해당 과제에 참여한 학생을 취업과 연결해 맞춤형 인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 학과 등 기업 수요 만족형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의 직원 재교육은 물론 산학 과제 도출과 인력 교류를 원활하게 할 수 있으므로 큰 관심이 필요하다.”
- 부경대 산학협력단의 비전은.
“21세기 동북아시대 지역선도 산학협력단이 되는 것이다. 지역혁신 선도 동남권역 산학협력 허브를 구축해 특성화 우수 연구그룹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공융합, 인문사회·경영, 수해양 분야 등이다. 또한 지역대학 공동 전용공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산학협력지원시스템 구축을 통한 산학협력 수익창출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
“대학의 기본인 교육이 살아야 연구가 살고,
연구가 살아야 대학이 삽니다”
누구나 꿈꾸는 회사가 있다.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회사. 단지 일하기 위해 엮인 계약 관계가 아니라 공동의 가치관을 가진 동지와 함께 일하는 회사. 돈과 이익만 탐하는 무생물이 아니라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 이제 막 취임한 김영섭 부경대학교 총장(57)의 마음도 이렇지 않을까.
그는 지난 8월5일 부경대학교의 5대 총장이 됐다. 취임 소감을 묻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국가 정책뿐 아니라 대학이 변화해 가는 시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회와 대학이 함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대학이 차별화된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사회에 존재 가치가 큰 대학이 될까, 이런 것들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책임감이라 할까요.”
1996년 설립된 부경대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부경대의 모태인 부산수산과학대는 1941년 한국 최고의 수산고등교육기관이었으며, 부산공업대는 1924년 한국 최초의 근대식 공업기술교육기관이었다. 당시 수재들만 모인다는 두 학교는 명문 교육기관이자 해양 수산과 공업을 이끌며 국가 발전의 근간이 된 주역이었다. 대학 통합 이후 부경대는 인재 유치와 양성, 교수진의 역량, 대외 평가 등 전반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며 성장해왔다. 무엇보다 해양수산을 비롯한 환경, IT분야 등 특화된 학문분야가 타 대학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부경대의 해양수산 분야는 ‘잘 한다’ 정도가 아니라 ‘종가’라고들 하죠. 지금 군산대, 경상대, 해양대, 제주대의 일부 해양 생물을 연구하는 교수들 역시 수산대학 출신입니다. 아주 작은 대학이 국내에 특성화된 우리나라의 산업·공업화에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했어요.”
부경대의 강점인 해양 분야의 오랜 연구 노하우가 활용된 특성화 사업이 활발하다. LED 해양 융합기술 연구 개발 사업, 미래 해양바이오산업을 이끌어갈 정부의 해양바이오프로세스연구단, 국내 유일의 해양용 LMO 위해성 평가센터, 부산의 환경연구를 전담하는 부산녹색환경지원센터 등도 부경대 고유의 특성화분야를 살린 국책사업이다. 대형 국책사업 유치실적이 최근 2년간 18건 1208억원에 달해 부경대의 위상 변화를 크게 실감케 한다.
김 총장은 앞으로 4년 임기 동안 총장으로서의 모토를 ‘졸업생이 잘 되는 대학이 명문대학’이라고 정했다. 이는 곧 ‘교육’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그는 “대학의 존재 이유 중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면서 수준 높은 교육을 위해 집중 투자할 것을 강조했다.
교육의 첫째는 품성이다. 상대방이 ‘저 친구와 함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품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전문성이다. 전공능력은 물론 ‘기본’ 교육을 심화시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운다.
그 다음은 국제화 능력이다. 해외여행 다니는 수준의 국제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과 토론하면서 협상하는 비즈니스 능력을 말한다. 어학 능력은 물론 상대방 국가의 문화와 시장에 능통한 국제화 능력을 보유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식 창출의 메카인 대학의 R&D가 중요하다.
“교육이 살아야 연구가 살고, 연구가 살아야 대학이 살아납니다. 이를 위해 교수 연구와 산학협력 역량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또한 이러한 대학발전 사이클의 핵심은 교수들의 능동적인 역할이 중요하죠. 따라서 교수들에 대한 교육·연구·산학협력 지원을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으며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에는 산학협력단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기술 개발을 하고, 계약 회사에 취업하고, 기업인을 재교육시키는 것, 대개 여기까지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기업과 정부는 산학협력 문제를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어 말한다.
“고품질 학생 취업률 향상에 최우선”
“경쟁력을 갖춘 사람을 길러내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은 R&D입니다. 이를 통해 기초과학 기술력을 확보하는 거죠.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자체 R&D 센터를 운영하는데, 그 중 1%라도 산학협력에 투자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기부금을 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기부금이라도 공짜로 줄 것 없습니다. 지원을 받은 연구팀은 약속한 결과를 내놓으면 됩니다.
공짜 밥 먹자는 이야기가 아닌 거죠. 산학은 단순한 협력관계가 아닙니다. 국내 대학의 R&D는 정부의 국책사업이 대부분입니다. 정부는 조급해 하지 말고 안정적이고 차별화된 산학협력의 성공적인 모델을 창출해내야 합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MIT는 산학협력의 가장 좋은 예입니다.”
진정한 지역화가 이뤄져야 세계화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흐름을 무시한 지역화나 지역을 제쳐둔 세계화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 지역이 발전해야 대학이 발전하고, 대학이 발전해야 지역도 발전하듯 대학은 지역화와 세계화의 길목에서 든든한 다리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수도권 중심 이데올로기가 변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국립대가 취할 수 있는 발전방안은 매우 제한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취업시장에서 우리 학생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슴이 아픕니다.
그나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은 졸업생들이 취업을 실질적이고 현실성 있게, 학생들이 원하는 유망 대기업 또는 연구소 등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대학이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시켜 배출하는 것이죠.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 전반의 인식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면, 또는 가깝게 지역사회에서만이라도 인식을 확실하게 바꿀 수 있다면 지역 국립대라도 수도권 대학들과 경쟁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부경대는 ‘고품질 학생 취업률 향상’에 최우선을 두고 있습니다.”

▒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1955년 출생. 1978년 부경대 어업학과를 졸업하고 92년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군산대에서 교직을 시작해 92년부터 부경대 교수로 재직하며 교무처장, 대한원격탐사학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