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 CF(Corporate Finance)본부는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 그룹이다. 하병제 CF본부장을 만나 M&A 시장의 현재 동향과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삼정KPMG는 국내 M&A 자문 시장에서 꾸준하게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순위에서 2010년 거래건수 기준 자문실적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삼정KPMG에서 M&A 자문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 바로 CF본부다. CF본부는 M&A와 관련된 인수·매각 자문 외에 밸류에이션(Valuation: 기업이나 자산의 가치평가) 업무도 비중 있게 수행한다. 또 합작법인 설립 자문도 하고 있다.

M&A 자문 시장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이어가는 삼정KPMG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가장 큰 비결은 폭 넓게 구축된 고객 네트워크라는 게 하병제 본부장의 설명이다. 회계감사, 세무자문, 재무자문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웬만한 기업들은 모두 고객 또는 잠재고객으로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비결은 M&A 자문에 관한 고도의 전문성이다.

“CF본부는 M&A 자문이라는 한 우물만을 파온 조직입니다. 그 덕에 높은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죠. M&A 자문은 재무실사나 가치평가 외에도 다양한 업무들이 수반되는 일종의 ‘종합예술’입니다. 그런 점에서 삼정KPMG의 ‘원스톱 서비스’ 제공 역량도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는 토대가 되고 있죠.”

삼정KPMG는 최근 수년 사이 대우인터내셔널, 쌍용자동차 등 대형 매물의 매각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M&A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아왔다. 2012년에도 포스코의 해외 철광석 광산 지분투자 자문, 한전과 유럽계 기업의 합작법인 설립 자문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2년 국내 M&A 시장은 다소 침체 국면이었다. 하이마트, 웅진코웨이가 매각되는 빅딜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M&A 거래가 부진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국내 M&A 시장은 IMF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의 매각에 따른 이른바 ‘퍼블릭 딜(Public Deal)’이 주도하는 모양새를 띠었다. 그런데 퍼블릭 딜 물량이 거의 다 소진되면서 이제는 ‘프라이빗 딜(Private Deal: 기업들끼리 필요에 따라 진행하는 M&A)’이 그 자리를 대체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프라이빗 딜 시장도 상당히 위축된 상태라는 진단이다. 향후 경기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어 선뜻 M&A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때문이다.

하병제 본부장은 “요즘은 글로벌 경기가 아주 불확실한 데다 거의 모든 업종이 어려운 시기다. 그러다 보니 M&A 수요자들도 다들 ‘관망세’로 돌아선 것 같다. 어떤 곳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M&A 투자를 주저한다면, 또 어떤 곳은 보다 싼값에 매물이 나올 때까지 좀더 기다리자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록 M&A 거래 자체는 냉각되고 있지만 M&A를 추진할 수 있는 대기자금은 매우 풍부하게 풀려 있다는 분석이다. 언제든지 타이밍만 잡으면 돈을 쓸 수 있는 큰손들이 많다는 것이다. 주로 재무적 투자에 치중하는 사모펀드(PEF)든, 전략적 투자를 수행하는 기업이든 M&A를 위한 실탄은 두둑하게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요즘 고객들을 만나보면 ‘어디 좋은 기업 없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상황에 관계없이 알짜배기 매물에는 다들 관심을 갖고 있는 셈이죠. 사실 자본과 기업은 속성상 지금 아무리 경기가 어렵더라도 지속적으로 시장을 늘려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려는 욕구를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M&A 거래 위축됐지만 ‘실탄’은 풍부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의 해외 M&A(크로스보더 딜)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알짜기업들이 해외 투자자의 사냥감이었다면, 요즘에는 외국의 괜찮은 매물들이 국내 기업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 주체로 나선 성공적인 딜이 종종 보도되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요즘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전자 등 한국 대표 기업 몇몇을 제외하면 아직 상당수 기업은 초보적인 글로벌화 단계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제 국내 시장이 성장한계를 넘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이 지속성장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세계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세계시장 진출을 꾀할 때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크로스보더 딜이다.

특히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그 지역의 노른자위 기업들이 왕왕 매물로 나오고 있다는 소식은 국내 기업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하지만 군침이 도는 기업이 M&A 시장에 나오더라도 인수 추진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하병제 본부장의 조언이다.

그는 “고객들은 흔히 ‘좋은 회사(매물)’를 찾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좋은 회사를 찾는다는 것은 너무 막연한 접근이다. 특히 국내 M&A도 아니고 해외 M&A인 경우에는 자기의 본업과 전략, 방향성에 맞게끔 얼마나 M&A 준비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하병제 본부장은 해외 M&A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몇 가지 검토사항을 제시했다. 대략적으로 M&A 대상 기업의 △지역 △섹터(업종) △규모 △장점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M&A에 대한 스스로의 준비가 얼마나 철저하게 돼 있느냐 하는 점이 해외 M&A 추진에 필수적인 요건이라는 지적이다.

M&A 자문업무는 실제 기업을 사고파는 당사자 못지않게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다. 큰돈이 오가는 거래에서는 조그만 실수 하나가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 본부장은 2000년 무렵부터 줄곧 M&A 자문업무를 해온 베테랑이다. 그가 느끼는 M&A 자문의 매력은 무엇일까.

“M&A 자문을 하다 보면 케이스마다 늘 새로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새로운 고객, 새로운 이슈, 새로운 파트너들을 만나게 되니까요. 일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가 크긴 하지만 늘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M&A 자문은 고객의 미래를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스몰딜’ 자문도 큰 성취감 느낄 수 있어

흔히 수천억~수조원대에 이르는 빅딜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물론 M&A 당사자들이나 M&A 자문사들도 빅딜에 대한 욕구가 큰 게 사실이다. 빅딜을 제대로만 성사시키면 큰 보상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 본부장은 의외로 작은 규모의 거래에서도 큰 성취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어떤 의미일까.

“가령 1000억원짜리 기업이 700억~800억원짜리 매물을 인수한다고 할 때, 그 기업은 정말 사운을 걸고 M&A를 시도하는 겁니다. 당연히 긴장감도 극에 달하죠. 그런 규모의 기업이 M&A 자문을 의뢰해오면 저는 그 고객사의 ‘등대’가 돼야 합니다. 자칫 M&A가 잘못되면 고객이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으니까요. 사실 M&A 전담조직이 있는 대기업은 오히려 부담감이 덜합니다. 반면 M&A 경험과 조직이 없는 작은 기업의 자문을 맡을 때는 더욱 큰 책임감과 몰입도를 갖고 일하게 됩니다.”

2013년 국내 M&A 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 2012년의 거래 침체 국면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까. 또 유망한 매물은 어떤 게 있을까. 하 본부장은 새해 M&A 시장의 관전 포인트를 ‘구조조정 매물’로 지목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여파로 각 기업들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가면서 당장 수익성이 없는 계열사나 자산을 매각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례로 최근 STX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해운 계열사인 STX팬오션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요컨대 기업들의 구조조정 압박이 커지면 커질수록 M&A 거래가 활기를 찾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하병제 본부장은 삼정KPMG의 각 사업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본부장단 중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자신과 함께 일하는 후배 파트너(임원)들과도 비슷한 연배다. 그래서인지 리더십 스타일이 수평적이고 개방적이다. 그는 “파트너들과 나이가 비슷하고 호흡이 잘 맞는다는 점은 본부 전체에 상승작용을 한다. 동반자이자 동료로서 같이 성과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정KPMG CF본부의 목표이자 비전은 ‘넘버원 M&A 하우스’라고 한다. 특히 거래건수나 거래금액보다 고객의 신뢰도와 구성원의 만족도를 더욱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 대목이다.

“저는 CF본부를 외부 고객과 내부 고객(구성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조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M&A 자문실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요.”

Tip | 삼정KPMG CF본부는

M&A 자문과 가치평가 업무가 양대 축

삼정KPMG CF본부는 M&A 자문 분야에 특화된 조직이다. 기업의 인수·매각을 위한 자문을 주로 수행하며, 기업이나 자산에 대한 가치평가 업무도 맡고 있다. 전체 수익 가운데 M&A 자문과 가치평가의 비중이 7 : 3 정도 된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가치평가 업무의 수익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재무보고를 목적으로 하는 가치평가 자문 의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CF본부는 약 70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공인회계사뿐 아니라 M&A 전문가들도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본부를 이끄는 파트너는 하병제 본부장을 비롯해 총 7명이다. M&A 자문 쪽이 5명, 가치평가 쪽이 2명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