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1월 11일 인천 ‘송도 더샵 마스터뷰’ 모델하우스 모습.
지난 2012년 11월 11일 인천 ‘송도 더샵 마스터뷰’ 모델하우스 모습.

요즘 국내 부동산시장은 매서운 겨울 날씨처럼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무엇보다 심리 위축이 단기간 집값을 끌어올리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2012년 12월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소속 회원 건설업체 50여곳을 대상으로 언제 집값이 바닥을 보일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56.1%가 ‘2013년 하반기’를 지목했다. ‘상반기’는 22%였으며 심지어 2014년 상반기와 하반기를 꼽은 의견도 각각 17.1%, 4.9%를 기록했다. 

전셋값 오름세는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2년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2.16% 올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2012년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1년보다 절반으로 줄었지만 수도권과 대체 상품인 오피스텔 및 도시형생활주택이 늘어나 전세 상승폭이 줄어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집값이 다시 오르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선 정치적인 변수다. 소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집값 반등론의 핵심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 부양론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새 정부도 중산층 경제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부동산경기 부양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까지 내려온 것도 ‘집값 바닥’을 뒷받침한다. 지난 10여년간 금리는 부동산 경기와 함수관계를 형성해왔다. 금리는 곧 유동성의 규모를 측정한다고 볼 때 저금리 기조가 형성된다는 것은 시장에 풀린 돈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익에 따라 움직이는 돈의 특성상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만 떨어지면 금세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얘기다. 조금씩 오르고 있는 전세가율 역시 지켜봐야 할 점이다. 매매값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전세가율은 전셋값 상승이 매매값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척도로 사용돼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펴낸 ‘전세/매매가격의 비율 추이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수도권의 경우 60%에 다다르면 전셋값이 매매값을 끌어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지난 2012년 10월말 기준 서울의 전세가율은 54.0%였다. 

2012년 대거 지어지면서 공급 과잉 논란을 빚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
2012년 대거 지어지면서 공급 과잉 논란을 빚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

도시형생활주택 공급과잉 우려
물론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거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부동산 붐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소유에 따른 시세차익보다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큰 틀에서 시장환경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1차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에 나서면서 매달 꼬박꼬박 월세를 받는 서구식 투자법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총 가구의 점유형태는 2005년에 비해 월세(21.5%)가 7.0%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전세(21.7%)가 8.0%포인트 감소한 것은 임대시장의 중심축이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재 지역별로는 투자 위험도가 낮은 도심지가 수도권 외곽보다 낫다. 지난 2007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식’ 아파트 분양에 나섰는데, 그 대상지역이 현재 공급과잉을 기록 중인 수도권이었다. 2기 신도시로 대표되는 이들 지역은 입주가 비슷한 시기에 몰린 데다, 고분양가로 미분양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인천, 경기의 상당수 신규 아파트 단지에 분양세대들이 입주하지 않고 해당 건설사와 대치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또 소형 평형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큰 흐름에서 보면 이 같은 조짐은 지난 2007년부터 나타났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2년 1월~11월까지 대형 평형은 2.2% 하락했지만 소형 평형은 1.0%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민석 KB금융경영연구소 부동산팀장은 “경기호황기 때 대형 평형이 지나치게 많아 수익률이 떨어진 것이 소형주택 돌풍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국내 가구구조는 2인 가구가 24.3%로 가장 높았으며 1인 가구(23.9%), 4인 가구(22.5%), 3인 가구(21.3%)가 뒤를 이었다. 은퇴 인구 증가는 1~2인 가구 비중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소형주택에 대한 선호는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소형주택이 유망상품인 것은 아니다. 주변에 공급된 것들을 봐가며 투자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여기서도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대표적 수익형 부동산 상품인 오피스텔은 2012년의 경우 2011년보다 임대수익률이 0.06%포인트 떨어진 5.95%를 기록했다. 서울은 5.5%, 경기는 5.99%로 이들 모두 지난 4년 중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공급량 증가로 인한 임대수익률 하락과 고분양가에 따른 투자수익률 저하다. 특히 서울은 2012년 오피스텔 3.3㎡당 매매값이 1010만원까지 올랐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익률 하락이 예상되는 상품은 2013년부터 입주가구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형생활주택이다. 인허가 가구수는 2009년 1688가구에서 2010년 2만529가구, 2011년 8만3859가구, 2012년(10월 기준) 9만6300가구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 투자는 부동산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정책당국의 의지가 확고해 당분간 분위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불황기 유망 투자 상품인 경매는 예외다. 가격 하락을 우려해 입찰자 수는 크게 늘고 있지 않지만 하우스푸어 증가로 인해 경매로 내몰리는 부동산이 늘면서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감정가 대비 60~70%대 선에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2013년 법원 주변은 실수요자들로 붐빌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