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부 이희정씨는 얼마 전 우연히 카드사에서 날아온 이메일을 열어봤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평소 애용하던 혜담카드가 2013년 4월부터 혜택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통합 할인한도가 신설되고 항공마일리지 추가 연회비가 2배로 인상되는 등 8가지 항목에 걸쳐 할인혜택이 줄어들거나 조건이 강화됐다. 지난 2012년 2월 국민카드가 분사 1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혜담카드는 고객이 각자의 취향에 맞게 12가지 서비스를 하나의 카드에 담을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10만원 안팎의 연회비에 5~6가지 서비스를 신청하고 매월 120만원 가량 사용하면 5만~6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서비스 비용이 매출의 3%에 달할 정도로 적자가 커지자, 결국 부랴부랴 출시 1년 만에 서비스를 변경하게 됐다.
경영악화로 카드사 서비스 대폭 축소
카드사들은 신용카드에 대한 캐시백 적립률을 낮추고, 놀이공원이나 커피전문점·영화관 할인 서비스 등을 줄이거나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잇달아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현대카드도 연회비보다 혜택이 큰 신용카드의 부가서비스를 올해부터 축소하기로 했다. 연회비가 각각 60만원, 30만원인 퍼플카드와 레드카드의 바우처 이용 조건을 강화해 올해부터는 이용실적을 고려해 지급한다. 지금까지는 카드 이용실적과 관계없이 바우처를 발급했다. 하나SK카드는 오는 2월부터 ‘SK Touch’ 등 41개 카드에 대해 서비스 제공조건을 전달 3개월 합계 금액 20만~60만원 이상에서 전달 1개월 30만원으로 바꿀 예정이다. ‘롯데마트 DC100 카드’는 1월부터 롯데마트에서 전월에 50만~100만원을 써야 월 1만원 한도에서 5% 할인해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20만~40만원만 써도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비씨카드는 1월 신청 분부터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20포인트당 1마일로 전환해 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18포인트당 1마일이었다. 삼성카드는 7월부터 ‘생활비 재테크 서비스’를 중단한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는 만큼, 소비자들도 똑똑하게 ‘방어’에 나서야 한다. 가장 먼저 매달 카드 사용액을 점검해 보자. 대부분의 카드는 일정한 액수를 사용하지 않으면 혜택을 주지 않는다. ‘최근 3개월 사용액이 30만원 이상’이라든가 ‘전월 사용액이 30만원 이상’ 등의 조건이 붙어 있다. 사용액이 기준에 미달하면 혜택을 놓치게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기준 금액 이상을 썼다고 하더라도 카드사의 할인 혜택을 받은 구매내역은 이용실적에서 빠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다양한 혜택을 주는 카드를 여러 장 갖고 있을수록 ‘남는 장사’였다. 카드사들이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을 하다 보니 부가 서비스 혜택이 푸짐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신용 결제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외국과는 딴판이었다.
하지만 이젠 여러 장 카드를 보유해도 쓸모없는 상황이 됐다. 카드사들이 수익 보전을 위해 갑자기 부가 서비스를 대폭 줄이고 이용 조건을 엄격히 한 탓이다. 이렇게 상황이 달라지면 소비자 입장에선 쓸모 있는 똘똘한 카드 한 장만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전월 이용 실적에는 현금서비스, 세금, 등록금 등 제외되는 부분이 많아 적어도 매월 50만원 정도는 카드로 결제해야 줄어든 부가 혜택이라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매년 물가가 올라 카드사도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월 사용실적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전월 실적이 30만원 정도 돼야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가 서비스나 할인 혜택이 사라지거나 조건이 까다로워지는 만큼, 소비자는 쓸모 있는 카드 한 장을 선택해서 소비를 집중하는 것이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카드 관련 소득공제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연말정산에선 공제율이 신용카드 20%, 체크카드 30%인데 올해부터는 신용카드는 15%로 축소되는 반면 체크카드는 그대로 30%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때 적절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액의 조합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무작정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만 고집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체크카드와 현금만 쓰면,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소득 25%는 신용카드, 나머진 체크카드로
그렇다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현금 사용의 황금 비율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3가지 팁을 제시한다.
①카드 사용액이 연소득의 25% 미만이면 신용카드만 써라 ②연소득의 25%를 넘게 쓰지만 연소득의 25%에서 1000만원을 더한 금액보다 낮게 쓴다면 25%는 신용카드를 쓰고 나머지는 체크카드를 써라 ③‘25% 문턱’에서 1000만원을 초과할 정도로 많이 쓰면 체크카드는 1000만원까지만 쓰고 나머지는 신용카드를 쓰라.
다소 복잡게 보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쉽다. 우선 ①은 어차피 소득공제 받지 못한다면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가 좋다는 뜻이다.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다면 카드의 부가 서비스 혜택을 챙기는 것이 최선인데, 신용카드는 사용액의 1% 안팎을 포인트나 할인서비스로 되돌려주니 체크카드 혹은 현금보다는 유리하다.
②는 신용카드 사용액을 ‘문턱’을 채우는 데 쓰고 공제율이 보다 높은 체크카드 사용액을 공제 대상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③은 카드의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으로 상한선이 있기 때문에 많은 금액을 쓰는 사람이라면 굳이 체크카드를 필요 이상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소비를 아주 많이 하는 사람은 소득 공제율 차이를 무시하고 신용카드만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참고로 학자금이나 아파트 관리비 등은 신용카드로 계산하더라도 소득 공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비 금액이 얼마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Tip | VVIP카드 혜택은 여전
연회비 200만원으로 1000만원 서비스
카드사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일반 신용카드의 부가 서비스를 절반 이상 줄였지만 초우량 고객(VVIP) 카드는 예외가 될 전망이다. VVIP 카드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공지한 카드사는 없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VVIP카드 혜택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아직 부가 서비스 혜택 축소는 하지 않았으며, 다만 조만간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토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VVIP 카드 고객에 대해서만 유독 파격적인 혜택을 유지하는 이유는, 큰손 고객들이 많을수록 카드사의 이미지 제고와 장기적인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VVIP 카드 가입 자격은 보통 연매출 500억원 이상 기업 경영자나 종합병원 부원장급 이상 의사 등으로 제한돼 있다. 카드 회원은 4000명 정도다. VVIP 카드 회원의 월평균 사용액은 1000만원을 넘고 대부분 일시불이다. 그러면서 연체율과 해지율은 0%에 가까워 카드사로선 놓치기 아까운 고객이다. 국내에 출시된 VVIP카드는 현대카드 ‘더 블랙’, 삼성카드 ‘라움 0’, 롯데카드 ‘인피니트’, KB국민카드 ‘테제’, 하나SK카드 ‘클럽원’, 신한카드 ‘프리미어’ 등이 있다. ‘더 블랙’과 ‘클럽원’, ‘라움 0’은 연회비가 200만원이다.
VVIP의 부가 서비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만원의 연회비를 내면 부가 혜택을 최대 1000만원 이상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 등을 탑승 시 1등석으로 올려주거나 미국행 비행기 탑승 시 동반자 무료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제공한다. 특1급 호텔 객실 할인권, 최고급 스파 이용권, 아이패드나 아이폰도 공짜로 받을 수 있다. 에르메스 등 명품도 할인해주며 대학병원 무료 건강검진권, 요트 대여, 여행 시 렌터카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러니 카드사들이 VVIP 카드에서 발생한 손실을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대출 수익으로 메워 서민에게 번 돈으로 부자들만 좋을 일을 시킨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일반 카드와 달리 VVIP카드는 연회비가 워낙 비싸 부가 혜택을 함부로 줄일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VVIP 고객을 놓치고 싶지 않아 카드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Tip | 무실적 카드 이용 유리
전달 이용액 없어도 할인·포인트 적립
카드사들이 경영난으로 부가 서비스 이용 조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전월 이용액이 없어도 할인과 포인트 적립을 받을 수 있는 ‘무실적 카드’가 인기를 끌 전망이다. 매달 수십만원씩 카드로 결제하기 어려운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런 틈새 카드를 이용하면 유리하다. 현재 무실적 카드로는 삼성카드의 ‘삼성카드4’, 신한카드 ‘RPM카드 PLATINUM#’, 롯데카드 ‘포인트 플라스 GRANDE 카드’, KB국민카드 ‘스타카드’, 하나SK카드 ‘스마트 포인트카드’, 비씨카드 ‘중국통(通) 스카이패스카드’ 등이 꼽힌다.
‘삼성카드4’는 전월 이용액에 관계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0.7% 할인해준다. 전국 영화관에서 1만원 이상만 결제하면 2500원 할인해준다. 모든 가맹점에서 5만원 이상 쓰면 2~3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 ‘신한 SIMPLE 카드’는 할인점 등에서 2만원 이상 결제 시 1000원 미만의 잔돈을 할인해주고 조건 없이 어디서나 결제 금액의 0.5%를 돌려준다. ‘롯데포인트플러스 GRANDE 카드’는 전월 이용액 제한 없이 일반 가맹점에서 결제 시 0.6%를 롯데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롯데멤버스 제휴사를 이용하면 롯데포인트를 두 배 쌓아주고 결제대금 포인트 납부 서비스도 제공한다. ‘KB스타카드’는 전월 이용액에 관계없이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50% 할인, 캐리비안베이 입장권 30% 할인 혜택을 준다. 또 영화 예매 티켓 1장당 3500원씩 할인해준다. 외화 환전 수수료도 최고 30%까지 감면해준다. ‘하나SK 스마트포인트카드’와 ‘포인트엔카드’는 전월 이용액에 상관없이 하나SK 캐시백을 0.5% 적립해준다. NH농협카드 ‘디원카드’도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액의 0.5~1%를 할인받을 수 있고 할인 한도액도 없다.
비씨카드가 중국은련카드와 제휴해 발급하는 ‘중국통(通) 스카이패스카드’는 전월 이용액에 상관없이 사용액 1500원당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한다. 중국과 한국의 유명 호텔 및 레스토랑 할인 서비스, 중국 노선 항공권 이용 시 7% 할인 혜택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