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들이 세계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영환경의 어려움이 감지될 때 최우선 과제로 자산매각, 감원, 투자축소 등 다양한 ‘비용절감’ 방안을 고려한다. 그러나 기업별 상황이나 전사전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단기 효과만 기대되는 부문에 집중하는 획일적인 비용절감은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훼손시킬 뿐이다.

한때 세계 최고 기업으로 칭송받았던 소니의 신용등급이 최근 ‘정크’ 등급으로 강등됐다.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기술혁신의 아이콘이자 소니의 근간이었던 엔지니어들의 감원과 연구소 규모 축소 및 개발비용 감축 등 단기적 효과를 위한 비용절감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소니의 인재들은 기술을 경시하는 회사에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고 경쟁사로 빠져나갔고, 그 결과 소니는 혁신보다는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데 급급해 현재와 같은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지금, 우리 기업들이 소니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기업 체질을 확립하기 위해 단순한 비용절감(Cost Saving)을 뛰어넘어 ‘코스트 트랜스포메이션(Cost Transformation : 혁신적인 비용절감)’이 요구되는 시기다. 코스트 트랜스포메이션은 비용절감 노력을 통해 비용을 줄이거나 통제함과 동시에 기업의 경쟁 포지션 강화까지 모색하는 것을 뜻한다.

유니레버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라는 슬림화 경영 아래 브랜드 수 감축, 구조조정 등의 경영정책을 지속해왔다. 2005년 유니레버는 고급향수 사업부인 유니레버 코스메틱스 인터내셔널(UCI)을 코티에 매각했다. 유니레버는 UCI 매각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비용감소 효과를 이루었으며 매출은 2004년 97억8000만유로에서 102억2000만유로로 약 4.5% 증가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후 유니레버는 포화된 경쟁 시장에서 더 이상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해 새로운 고객층 창출을 위해 저소득층에 주목하게 됐다. 저소득층의 소비 성향과 제품 선호도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유니레버의 주력 상품은 바로 세제였다. 기존 상자 포장에서 벗어나 플라스틱 봉투 포장을 통해 약 30%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었으며, 유통망 확대를 통해 각 지역 내의 소규모 상점과의 독점공급 계약을 맺고 지역별 영업망을 구축했다. 유니레버는 코스트 트랜스포메이션 실현을 통해 새로운 고객층 창출에 성공했고, 영업이익 또한 회복됐다.

코스트 트랜스포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전사적인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사업 관련 글로벌 경쟁상황, 소싱 옵션, 실적, 사업과정, 시스템·도구, 기능, 가치 및 전략을 완벽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구조적 접근은 내부 구조 개선의 합리화에 중점을 두는 방법으로, 이익증대 달성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이와 함께 비용과 전략적 우선순위의 최적화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 다음 기업 내 모든 조직 간의 업무 협조를 통해 사내 모든 참여자들은 새로운 비용절감 전략이 전사적으로 지니는 의미를 이해하고 사업적 시야를 넓힘으로써 코스트 트랜스포메이션 활동으로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사업운영 방식을 개선하며 나타나는 변화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감시·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기업은 비용과 전략적 목표의 연계성을 최적화함으로써 재무실적 향상, 구조적·기능적 효율성 개선, 경쟁기업 대비 실적 향상이 가능해질 것이다. 더불어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증대 또는 기타 전략 실행에 투입될 자금의 창출과 함께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날 것이다. 결과적으로 코스트 트랜스포메이션은 사업구조 개선 및 자원 배분과 사업체계 효율성 향상을 통해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축소함으로써 최적의 재무실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