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수반으로 한 새 정부가 오는 2월25일 출범한다. 차기 정부는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대내외 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가시지 않았고, 이는 국내 경기의 장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선진국 문턱에서 좌초해 ‘중진국 함정’(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중진국 수준에 도달한 이후 성장 동력이 상실되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거니와 경제민주화 요구, 복지 욕구 등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차기 정부의 성공은 결국 올바른 정책 목표의 채택과 적절한 정책 방향에 달려 있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 즉 ‘근혜노믹스’(박근혜+이코노믹스)는 향후 우리 경제의 방향을 제시한 바로미터여서 온 국민의 관심사다. 근혜노믹스는 상충되는 성격의 성장과 복지를 같이 담았다. 멀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가깝게는 현 시대를 관통하는 ‘경제민주화’를 화학적으로 결합시킨 것. 따라서 근혜노믹스에는 산업화와 경제민주화가 도도하게 흐른다. <이코노미조선>은 ‘박근혜 정부’ 출범에 즈음해 향후 5년 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 근혜노믹스에 숨겨진 코드를 샅샅이 파헤쳐봤다.

근혜노믹스 거시·금융정책

‘추격형’에서 ‘선도형’ 경제로 체질 개선
 중소기업·내수·서비스산업에 무게 중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근혜노믹스’의 목표는 ‘경제 안정’과 ‘경제 민주화’, ‘성장’과 ‘복지’를 모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거시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장기 저성장’의 위험을 피하는 ‘안정적인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창조경제를 통해 새 시장과 새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 당선인이 지난 1월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3 글로벌 창업 대전’ 개막식에서 행사 참석자들과 함께 희망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창조경제를 통해 새 시장과 새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 당선인이 지난 1월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3 글로벌 창업 대전’ 개막식에서 행사 참석자들과 함께 희망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근혜노믹스의 핵심은 ‘고용있는 성장’과 ‘경제민주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 주어진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의 굴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고, 한국 경제 역시 ‘장기 저성장’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8%다. 당초 예상했던 3.2%보다 0.4%포인트, 정부 전망치 3%보다도 0.2%포인트 낮다. 대내외 경기 상황이 신통치 않아서다.

특히 저성장 흐름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거란 점은 더욱 우려스런 대목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잠재성장률 제고를 정책과제로 삼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그동안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처럼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성장에 대한 고민은 불가피하다. 경제적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령화로 인한 경제·사회적 문제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새 일자리와 새 시장을 만들어 5년 내 코스피 3000 시대를 꼭 열겠다”며 “세계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지만 어쨌든 경제를 살려내 돈이 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에 대해 일종의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는 가장 먼저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장기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에 최대한 빨리 활기를 불어넣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근혜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최근 한 언론사의 강연에서 “적자부채를 발행하더라도 새 정부 초기에 적절한 경기부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있다. 단기 경기부양보다는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장을 통해 세수를 확보하고 이를 복지 확대에 사용하는 이른바 ‘재정의 선순환구조’ 정착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정책의 개발보다는 기존 정책의 실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계적인 경기 부진 속에서 한국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중·장기적으로 3%대 중반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 바로 ‘창조경제론’이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모든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대·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균형적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게 주요 구상이다.

- 차기 정부는 5년 내 코스피 3000 시대를 연다는 목표다. 사진은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모습.
- 차기 정부는 5년 내 코스피 3000 시대를 연다는 목표다. 사진은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모습.

과학기술 기반의 신성장 동력 창출

창조경제론은 차기 정부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청사진이다. 기존의 경제발전 방향이 추격형·모방형, 경제성장률 지향, 양적 성장 추구였다면 창조경제는 선도형·창의형, 고용률 지향, 질적 성장의 추구다.
박 당선인은 창조경제에 대해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 기반의 경제운용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성장률에만 파묻힌 사고에서 벗어나 고용률을 높이는 경제운영방식으로 바꾸고 토목 기반의 단기 성장이 아닌 지식 기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가겠다는 복안이다.

창조경제론은 이스라엘의 경제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연자원이 전무한 이스라엘은 IT 원천기술과 인적 자원의 역량을 극대화해 세계적인 불황에도 투자 자금이 몰려들고 일자리가 넘쳐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창조경제의 핵심 실행정책으로 ‘스마트 뉴딜’을 채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전통산업은 고용없는 성장 추세를 보임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인 IT를 산업 전반에 활용하고 융합하겠다는 것이 스마트 뉴딜의 주요 내용이다. 제조업은 물론 농업, 서비스업에 IT를 적용해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과학과 산업을 조화시켜 이스라엘과 같은 창조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특히 미래부는 차세대 먹을거리와 당장의 성장 동력까지 모두 챙기는 창조경제 전담부처로 거듭날 전망이다. 기초과학 및 융합시너지과학, 두뇌 집약적 창조과학 등 미래 선도 연구를 지원하는 한편, 미래 사회 전반에 대한 연구와 과학기술 기반의 미래 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한 국가정책 수립도 지원하게 된다. 특히 국가 R&D예산 배분·조정 기능도 갖게 되면서 옛 과학기술부 복원과 비교할 수 없는 위상을 가지게 됐다.

창조경제론에서는 지난 1960〜1970년대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 읽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과학입국, 기술자립’의 기초를 닦아 ‘한강의 기적’을 이뤘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과학기술처 발족 등은 오늘날 ‘IT강국 대한민국’의 초석이 됐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박 당선인이 치열한 세계 경쟁 속에서 생존하는 것을 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과학입국’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창조경제’를 신성장 엔진으로 삼은 것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아버지의 집념을 다시 한번 경제발전의 키워드로 삼은 셈이다.

키워드는 닮았지만, 내용면에서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그동안 성장 일변도의의 경제정책으로 대기업의 이익 극대화에만 치중해 공동체 이익을 경시한 것을 원칙과 공정경쟁이 바탕이 된 경제민주화로 그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당선인사에서 “다시 한번 ‘잘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어 소외되는 분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화’(박정희)가 ‘경제민주화를 담은 창조경제’(박근혜)로 바뀐 것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기도 하다...

 

* 자세한 내용은 이코노미플러스 2월호 50p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