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발은 대단했다. 지난 1999년 설립 당시 이트레이드증권은 ‘일본 IT업계 신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부모의 고국인 한국에서 온라인 증권 서비스라는 신개념을 도입한다고 해 세인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이트레이드증권은 소프트뱅크가 40%, LG투자증권이 15%, 미국 이트레이드파이낸셜그룹이 11% 지분을 보유하는 등 든든한 우군이 받쳐주고 있어 도약의 발판은 충분했다.
이렇게 시작한 이트레이드증권은 이후 2003년 선물시장에 진출하고 2000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2005년 주요 주주였던 LG투자증권이 우리증권에 인수·합병되면서 경영에서 발을 빼더니 2008년에는 전체 지분의 87%를 보유했던 이트레이드재팬이 경영권을 지앤에이 케이비아이씨(G&A KBIC)사모투자회사로 넘기면서 다소 혼란을 겪었다. 이트레이드재팬은 일본 최대 온라인 종합증권사로 금융지주 회사인 SBI(소프트뱅크인베스트먼트) 홀딩스 계열사다. 이러다 보니 한 해 전인 2007년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려던 사세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얼어붙은 국제금융시장은 이트레이드증권과 같은 중소 증권사에게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남삼현 대표가 등장한 2008년은 공교롭게도 대주주 교체 등으로 이트레이드증권 내부가 뒤숭숭한 때였다. 남 대표는 LG투자증권에서 기업금융팀장, 주식운용팀장, 관리본부장, 영업본부장 등을 두루 거친 정통 LG증권맨으로 과거 LG투자증권의 자회사였던 이트레이드증권의 영화를 재현시킬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이트레이드증권은 혼란을 정비하고 작지만 경쟁력을 갖춘 강소증권사로 변신에 성공했다.

2. 지난해 4월 선보인 MTS서비스 씽큐스마트2.
온라인·파생상품 거래 절대강자
특히 온라인시장에서 이트레이드증권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통적인 브로커리지와 투자은행(IB) 업무에서는 영업력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온라인 주식거래시장에서 이트레이드증권은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3강’체제를 구축했다. 그중에서도 이트레이드증권의 HTS 씽큐(xingQ)는 증권업계 최초로 주식과 선물옵션, 여기에 해외증권까지 통합시킨 국내 최초 글로벌 통합 HTS다. 사실상 모든 주식관련 서비스가 하나로 결합돼 있다. 남 대표는 그 비결을 연구·개발(R&D) 투자로 설명했다.
“지난 2년간 시스템 개발에 3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증권사가 우리 말고 있다면 나와 보라고 하세요. 웬만한 중소 IT기업도 쉽지 않은 일인데요. 저는 우리의 정체성에서 해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사장으로 취임해 종합증권사로 사업영역을 늘리려 했는데 그게 단기간에 쉽지 않더군요. 물론 전혀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만, 이제는 온라인에서 다시 그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막강한 개인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장점이더군요.”
최첨단 MTS 기술 업계 최고…선물 거래 시장점유율 1위
지난 2011년 기준, 이트레이드증권의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리테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가장 많다. 트레이딩이 27%, 법인영업과 IB업무가 각각 12%, 개인자산관리(PB) 서비스는 9%다. 남 대표 취임 전 온라인 리테일 서비스가 73%로 절대적인 것과 비교하면 부문별로 골고루 안배됐지만 최근 남 대표는 다시 온라인 서비스 쪽에 좀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생각이다.
“저희가 개인 트레이딩 외에도 강점을 가진 시장이 선물(Futures)이에요. 선물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은 우리가 1위죠. 선물 투자하는 사람들이 왜 우리 시스템을 많이 찾겠습니까. 빠르고 안전하니까요. 선물투자에서는 속도와 안전성이 돈이기 때문이죠. 선물하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죄다 주식전문가인데 그들이 우리 서비스를 인정한다는 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세를 몰아 MTS 분야에서도 이트레이드증권은 현재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출시한 MTS 씽큐스마트2는 사용자가 지정한 기간에 설정한 조건과 맞으면 자동으로 입력한 수량과 호가로 주문이 실행된다. 이른바 ‘자동 스톱(STOP) 주문’ 기능이다. 여기에 보유 종목 뉴스 등 정보를 제공하는 ‘마이투자비서’ 기능과 투자자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Q클릭검색’ 기능도 갖추고 있다. 때문에 씽큐스마트2는 출시 7개월 만에 사용자가 6000명에서 1만800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유가증권시장에서 MTS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14%인 데 비해 이트레이드증권은 40%에 육박한 것만 봐도 고객들의 만족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저도 처음에는 MTS가 기존 HTS의 보조수단에 불과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안 할 수는 없지만 큰 돈을 벌 수 있겠나 싶었죠. 물론 지금도 여기서 큰 수익을 올리는 건 아니지만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카카오톡이 나온 뒤로 우리의 주고객층인 50대가 MTS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게 긍정적인 신호예요.”
지난 1월초 남 대표는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콘텐츠팀과 IT지원본부 내 채널운영팀을 합쳐 채널지원담당을 신설하고 그 산하에 △HTS지원팀 △스마트지원팀 △채널개발팀 꾸렸다. IT기획팀과 업무개발팀을 합친 IT지원본부 IT업무기획팀 산하에 있는 IT운영팀은 영업지원파트와 경영지원파트로 분리시켰다.
물론 종합증권사로의 변신은 올해도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기업공개(IPO) 등 전통적인 IB 업무를 놓고 대형사와의 경쟁은 버거운 만큼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 핵심전략이다. 이 같은 자신감에는 막강한 개미(개인투자자) 고객들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중소 IT기업에게 이트레이드증권의 온라인 청약은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3월 단독으로 청약을 진행한 제너시스템즈의 경우 경쟁률이 673.57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씨씨에스충북방송 청약경쟁률도 301.92대 1을 기록하면서 이트레이드증권의 틈새시장 공략은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트레이드증권과 같은 온라인 청약 방식이 편리할 뿐 아니라 청약 수수료도 없어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에 점포를 두지 않는 PB센터도 이트레이드증권만의 독특한 자산관리 서비스다. 사무실로 고객이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있는 현장으로 자산관리전문가(PB)가 찾아가는 색다른 방식이다.
롯데냐 LS냐 M&A 향배 관심집중
남 대표는 올해로 취임 5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 사이 자산규모는 5배, 영업수익은 9배나 늘어났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은 업계 2위다. 국내 33개 종합증권사 중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위다. 직원 수도 120여명에서 480명으로 4배나 늘어났다. 소형 증권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최근 최악의 불황에 직면한 국내 증권업 사정을 보면 쉬운 성적은 아니다.
지난해 이트레이드증권은 슬로건을 ‘당신의 꿈에 투자합니다’에서 ‘익사이팅 트레이드’(Exciting Trade)로 바꿨다.
“제가 사장에 처음 취임했을 때 슬로건이 대한민국 최초 온라인 증권사였어요. 그런데 최초가 뭐가 중요합니까. 최고면 몰라도…. 그후 몇 년간 ‘당신의 꿈에 투자합니다’를 슬로건으로 사용했는데, 이것도 너무 추상적인 거예요. 그래서 뭘 할까 고민하다, 결국 증권투자라는 게 재밌어야 하잖습니까. 트레이딩으로 돈을 벌도록 해 주식투자가 재밌어야죠. 고객이 재밌어야 증권사도 신나는 법이니까요.”
지난해 2월 시작한 조인 서비스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재미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서비스다. 조인(Joy Of Investment Network) 서비스는 자신의 계좌 정보를 공개한 회원들에게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증권 거래 정보교류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개방형 소통구조의 플랫폼을 활용한 이트레이드증권만의 특별한 투자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투명한 기업 운영은 기본이다. 취임 초기 남 대표는 재야고수가 고객에게 증권투자 정보를 제공해주는 ‘e-프로상담사’라는 서비스를 과감하게 없앴다. 당시 회사는 이 서비스로 상담을 받는 고객에게 주식매매수수료를 0.1% 높여 받았다. 회사 차원에서 이익은 당연했다. 그러나 남 대표는 조사결과 이렇게 상담받은 고객들의 수익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자 과감하게 없애버렸다. 어쩌면 그때부터 고객의 수익과 재미가 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다고 여겼을 수 있다.
최근 증권업계는 사상 최악의 불황에 직면해 있다. 대형, 중소형 가릴 것 없이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독 이트레이드증권만은 주가가 강보합세로 치닫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재료 때문이다. 현재 최대 주주는 84.58%(2012년 9월30일 기준)의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PEF) 지앤에이(G&A)PEF다. 운용기간이 10년 만기지만 최근 M&A시장에 경영권이 매물로 나왔다는 설이 파다하다. 지난해말 KT와 롯데, 중국계 증권사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증권사에 퍼지면서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당초 이트레이드증권의 온라인 기반 서비스에 매력을 느낀 KT가 인수를 적극 검토했지만 지난해 12월27일 장 마감 후 인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시해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관련업계에서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한 대형 중국계 증권사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M&A에 정통한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이 회사는 이트레이드증권이 보유한 온라인 서비스 기술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해 인수전 참여에 무게를 뒀다. 이 밖에 롯데그룹의 인수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무엇보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 증권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게 주요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관심은 최대주주인 G&A PEF의 결심이다. 현재 이 사모펀드는 G&A가 무한책임투자자(GP)이며 재무적투자자(LP) LS네트웍스가 지분 30.1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는 복수의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8년 전 씁쓸하게 퇴장했던 범LG가가 다시 증권업에 진출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남 대표를 비롯해 이트레이드증권의 상당수 인력은 옛 LG투자증권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피인수자 입장에서 M&A에 대해서 언급하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지금 우리 회사는 대주주 지분이 80%를 넘고 있기 때문에 몇 % 지분으로 대주주 지위를 얻은 뒤 ‘먹튀’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어지간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불가능하죠. 그래서 제가 직원들에게 그럽니다. (대주주가 교체되면) 사장인 나는 잘려도 당신들은 괜찮을 거라고 말이죠(웃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2008년 이후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을 정도로 재무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이미 온라인 서비스가 기반이 돼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겁니다. 누가 인수할지 모르지만 회사를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곳이 나서길 바랄 뿐입니다.”
▒ 남삼현 대표는…
1956년 충남 당진 출생. 82년 한양대 경영학과 졸업, 2002년 호서대 벤처전문대학원 기술경영학 석사, 2007년 동대학원 박사. 2003년 LG선물 영업본부장, 2005년 우리선물 대표, 2008년~현재 이트레이드증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