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맨해튼의 명물 구겐하임미술관을 비롯해 세계 건축사에 길이 남을 만한 건축물을 여러 개 설계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동양의 공간 개념을 서구 건축예술로 승화시킨 건축가로 유명하다. 근대 세계 3대 건축가 중 한 명인 그는 우리의 온돌(溫突)을 지난 1942년 지은 유소니언(Usonian) 주택에 처음 적용해 당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상류층의 전원주택인 이곳에 패널 히팅 시스템을 설치했는데, 이 방식의 기본은 우리나라 온돌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세계 건축학계 정설이다. 라이트는 자신의 저서 여러 곳에서 일본 데이코쿠(帝國)호텔 설계 차 도쿄를 방문했을 때 경험한 자선당(경복궁 세자 침전) 온돌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국내 최초 수술용 의료기기 개발 기업
우리 선조의 지혜가 담긴 온돌에서 유래된 상품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솔고바이오메디칼의 주력 B2C(소비자용)상품인 온열매트 ‘온돌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온돌이야기’는 전기열선이 열을 만드는 기존 온열매트와 달리 온돌 방식에서 착안된 탄소발열체에서 열이 난다. 온돌의 숯 성분과 같은 탄소성분과 온돌 역할을 하는 온돌축열판이 만들어내는 이중 복사열이 열을 만들기 때문에 열 효율성이 높다. 전기열선을 사용하지 않아 안전성도 높다. 이런 이유로 온돌이야기는 지난 2010년 한국표준협회 대한민국 신기술 으뜸상 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특허청이 지정하는 우수발명품 인증도 받았다. 온돌이야기는 의료기기를 전문 생산하는 솔고바이오메디칼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의학적인 효능도 갖추고 있다. 이 회사 김서곤 회장은 “온돌이야기는 숯과 같은 파장대의 원적외선이 나와 우리 몸 깊숙이 열을 전달해 온열 치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장인 파주트레이닝센터 물리치료실과 강남성모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VIP입원실과 수술실 등에서 온돌이야기가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공식 매트리스로 사용됐다.
온돌에 대한 김서곤 회장의 애착은 남다르다.
“목조주택에 불을 피워 취사와 난방을 동시에 해결했다는 것은 현대 건축에서도 획기적인 방식입니다. 불에 약한 게 나무집이잖습니까. 더군다나 온돌은 체온을 높여 건강을 유지해 줄 뿐 아니라, 습할 때는 수분을 흡수하고 건조할 때는 방출해 습도를 조절해줍니다. 여름에는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아주며, 겨울에는 지열을 유지하는 역할도 하고 말이죠. 많은 사람들이 온돌하면 한자로 따뜻할 온(溫)자에 돌(石)자를 쓸 거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사용하는 돌은 솟구칠 돌(突)자예요. 따뜻한 기운이 솟구치는 것, 그게 바로 온돌입니다.”
온돌을 연구하다 온돌에 빠진 김 회장은 세상에 따뜻한 기운을 북돋고자 자신의 호마저도 ‘온돌’로 정했다. 김 회장은 “하루 24시간 중 8시간 이상을 차지하는 잠자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사람의 건강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솔고바이오메디칼은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온 기업이다. 지난 1974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외과용 수술기구를 제작한 곳도 솔고바이오메디칼이다. 솔고 전까지만 해도 국내 수술기구 시장은 수입 제품들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었다.
이후 솔고바이오메디칼은 존슨앤존슨, 바스프 등 다국적 기업들의 전유물이었던 철골 임플란트 시장에도 뛰어들어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골절상을 당했을 때 뼈와 뼈를 이어주는 임플란트 기구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터에 해외 유명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았었다.
하지만 솔고는 단시간 내 점유율을 끌어올려 지금은 기술력 면에서 해외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회사가 동양인의 체형에 맞는 임플란트 기기를 개발한 것도 세계 유수 정형외과 의료 기관들의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솔고에서 생산하는 수술기구만 1800여 종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다. 국내 최초는 물론 수술기구 제조와 관련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는 솔고바이오메디칼이 유일하다. 지난 2008년 대한의사협회가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꼽은 1위 브랜드와 2007년 글로벌 시장조사 및 컨설팅 업체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이 꼽은 아시아 최우수 헬스케어 기업에 선정된 것은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지난 2000년에는 코스닥에 상장됐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다른 회사들에게는 위기였겠지만 우리에게는 도약의 기회였다고 봅니다. 환율이 뛰자 국내 병원들이 값비싼 수입제품을 쓸 수 없게 됐는데 다행히 우리 제품이 품질에 전혀 손색이 없으니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수밖에요. 우리가 제품국산화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한해 수천억원의 돈이 해외 업체 주머니로 들어갔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직원들은 자부심이 큽니다.”
솔고바이오메디칼은 지난 1995년부터 가정용 온열 전위 치료기, 온열매트 등을 개발하면서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혀 왔다. 현재 솔고바이오메디칼에서 생산되는 헬스케어 제품은 온돌이야기를 비롯해 온열전위치료기, 알칼리 이온수기, 공기청정기, 전동침대 등이다. 특히 온돌이야기에 거는 김 회장의 기대감은 크다. 2020년까지 온돌이야기 같은 소프트 온열매트를 1000만장 수출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가 지금까지 목표로 삼았던 것을 요즘 말로 표현하면 ‘의료기기 한류(韓流)’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온돌이야기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세계인을 상대로 본격적인 수출에 나서는 것도 올해부터입니다. 이를 위해 최근 어떤 전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DC용 제품도 개발했습니다. 우리 온돌이야기를 써본 외국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매직매트라고 말이죠.”

2020년까지 온열매트 1000만장 수출 목표
경기도 평택 솔고바이오메디칼 본사를 방문하면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문이 열릴 때마다 자동으로 웃음소리가 나오는 기기나 식사 전후로 10~15초간 전 직원이 큰 소리로 웃는 모습은 이 회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기업문화다. 사훈도 ‘웃으며 밥값하자’다. 웃으며 일하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사내 전 직원이 웃음치료사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요사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시되고 있는데, 사실 기업이 사회에 공헌해야 하는 건 기본이에요. 기업에게 영리목적보다 앞서는 게 바로 사회봉사죠. 사람의 몸과 마음이 따뜻해져야 삶이 바뀌는 법인데, 몸이야 건강관리를 하면 되겠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게 뭐겠습니까. 웃게 만들어야지요. 그래서 습관이 중요한 법입니다.”
▒ 김서곤 회장은…
1940년 전남 화순 출생. 1962년 성균관대 법정대 중퇴. 1974년 솔고산업사 설립, 2000년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2002년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회장, 2009년 ‘한국을 빛낸 대한민국 창조경영인’ 선정, 현재 솔고바이오메디칼 대표이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