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식 브랜드가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외식업계의 불황을 틈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개척에 나선 것. 일본 현지 외식 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입맛이 비슷한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스버거·스시로·호토모토도시락·잇푸도 등 일본의 대표적인 외식 브랜드들이 한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모스버거·스시로·호토모토도시락·잇푸도 등 일본의 대표적인 외식 브랜드들이 한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회전초밥 레스토랑 스시로는 한국 진출 1주년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스시로는 일본 회전초밥업계 1위다. 현지에서 105엔 스시로 유명하다. 1984년 일본 오사카 1호점을 시작으로 현지에 직영점 340개를 운영한다. 연간 방문 고객만 1억명에 달한다. 지난 2011년 기준 1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시로를 운영하는 아킨도스시로는 한국법인 스시로한국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12월 서울 종로에 1호 매장을 내고 현재 신사점, 발산점, 연수점, 목동점 등 총 다섯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는 울산, 창원, 부산 등 지방을 중심으로 개점 계획을 세웠다. 오는 2020년까지 전국에 직영점 80개 개점을 목표로 잡았다.

스시로는 한국에서 ‘스시 대중화’를 사업 모토로 내세우고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다양한 메뉴로 공략하고 있다. 스시로는 한국 시장 진출 이유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음식 문화, 스시에 대한 낮은 거부감, 블루오션으로 평가되는 한국 스시 시장 등을 꼽는다. 도요사키 켄이치 아킨도스시로 대표는 “한국의 스시가 일본 최고급 스시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다”며 “여전히 비싼 음식으로만 인식되는 스시를 다양한 가격대로 내세워 대중화시키는 데 공을 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시로는 한국 이외에 중국 상하이와 미국, 러시아, 동남아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일본 수제버거 1위 업체인 모스버거 역시 지난해 2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테스트매장을 오픈하며 정식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모스버거의 일본 매장 수는 1411개, 일본 맥도날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한국 진출 전부터 일본 유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며 유명세를 탔다. 일본 관광 시 꼭 가봐야 할 식당으로 꼽힌다. 모스버거는 국내 미디어윌그룹과 일본 모스푸드서비스가 합작한 모스버거코리아를 통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쿠라다 아쓰시 모스버거 대표는 지난해 4월 직접 방한해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기존 수제버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고품질 버거 콘셉트로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메론 소다, 오코나미야키 버거 등 일본 특유의 메뉴도 선보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모스버거는 5년 내 한국에서 50개 매장 개점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잠실 롯데백화점과 신촌 현대백화점, 강남역 인근 3개의 매장이 있다.

호토모토도시락 주문대
호토모토도시락 주문대

마루가메제면·고에몬·잇푸도 등 지난해 한국 진출
일본 도시락 1위 브랜드 호토모토도시락은 동원수산과 일본의 외식 전문업체 플레너스와 공동 설립한 YK푸드서비스를 통해 사업을 시작했다. 호토모토도시락은 압구정과 구로디지털점을 운영 중이다. 향후 200개 가맹점을 열 계획이다. 연어, 함박스테이크 등 일본 현지 메뉴뿐 아니라 불고기, 김치 등 한국인 입맛에 맞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우동 전문 체인 마루가메제면, 일본 최대 스파게티 전문점 고에몬, 일본 라멘 잇푸도 등도 지난해 말 한국에 매장을 내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마루가메제면은 지난해 12월 서울 홍대에 1호 매장을 냈다. 마루가메제면은 고객이 직접 만들어 먹는 셀프 우동 서비스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 체인점을 운영하는 현지법인 토리돌은 한국에 토리돌코리아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토리돌은 일본 현지에 약 670여개의 마루가메제면을 직영으로 운영 중이다. 1호점을 낸 지 11년 만에 500여개의 매장을 세운 공격적인 영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일본 이외에 미국 하와이, 태국, 중국 상하이 등에도 진출했다.

일본 최대 스파게티 전문점인 고에몬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 매장을 냈다. 고에몬을 운영하는 일본레스토랑시스템은 약 40여개 브랜드, 418개 직영점을 운영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외식업체다. 일본레스토랑시스템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디앤드엔코리아를 세웠다. 오는 2015년까지 총 50개의 직영점을 개설해 고에몬을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라면 전문점 잇푸도는 지난해 12월 강남역 점을 열었다. 도산공원 인근 1호점과 신사동 2호점에 이은 3호점이다. 잇푸도는 일본식 라멘 전문 브랜드로 현재 일본과 뉴욕, 싱가포르 등에 60여개 매장이 있다. 애경그룹의 AK플라자가 국내 사업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잇푸도 이외에 일본 카레전문점 도쿄하야시라이스클럽 역시 한국에 들여와 운영하고 있다.

한국 시장을 두고 일본 외식기업이 대거 진출하자 이미 진출해 있는 기업들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회전초밥 2위 업체인 갓파스시는 지난 2009년 11월 부산에 1호점을 열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서울보다 부산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특징. 부산에서만 서면, 남포, 연산, 덕천 등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서울에 강남, 구로 2개 매장이 있다. 지난 2008년 농심과 손잡고 한국에 진출한 코코이찌방야는 다양한 카레요리로 인기다. 밥의 양 300g을 기본으로 100g 단위씩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밥 양에 따라 소스량이 달라진다. 치킨가스, 새우가스, 씨푸드, 버섯, 참치 등 다양한 토핑을 주문할 수 있어 가격과 기호에 따라 먹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갓덴스시는 일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200개 이상의 체인점을 운영 중인 회전스시 전문점이다. 갓덴스시는 한국법인 갓덴코리아를 통해 2010년 한국에 진출했다.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며 일본인 요리사를 직접 채용해 현지 정통 스시를 맛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갓덴스시의 인기메뉴로 구운 아나고 초밥, 참치 마즙 초밥, 튀긴 가지 초밥, 한후타다기 초밥 등이 있다. 스시의 가격은 1500~7000원으로 다양한 종류의 초밥을 즐길 수 있는 모둠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잇푸도의 미소 돈코츠라멘
잇푸도의 미소 돈코츠라멘

일본기업의 품질과 위생에 대한 신뢰도 높아
1994년 일본 교토에서 시작한 가츠라는 2000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40여 가지의 메뉴와 사케, 일본 소주를 판매한다. 가츠라는 초창기 일본 가츠라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즉석 생 돈가스와 튀김을 고수한다. 기본 소스와 메인 재료 맛을 살려 정통성을 앞세운다. 사케를 좋아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 고객을 위한 차별화된 전략이다.

일본 외식업체들의 한국 시장 진출이 잇따르는 건 왜일까. 무엇보다 한국 소비자들의 일본 음식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시, 라멘, 우동 등 일본 음식이 이미 대중화됐고 선호도 역시 높다. 일본 정통의 맛을 보기 위해 현지 여행을 가는 한국인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울러 쌀을 주식으로 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일본 음식이 한국에서 빠르게 대중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한 외식업계 전문가는 “일본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매우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비슷한 점이 아주 많다”며 “두 나라의 음식문화에서도 공통으로 맞물리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두 나라 모두 기본적으로 밥과 반찬을 주식으로 먹으며 라면, 두부, 부침개, 젓갈 등을 공통으로 즐겨먹는다. 차이점이라면 일본인은 달고 새콤한 맛을 좋아하지만 한국인은 맵고 짠맛을 선호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이 점점 글로벌화되면서 예전보다 단맛을 많이 찾게 됐고, 비교적 단맛이 강한 일본 음식까지 익숙한 맛으로 느끼는 한국인이 많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기업의 위생과 품질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도가 높아진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스시로는 회전레일에서 스시가 350m 이동하면 자동으로 폐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고객이 주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스시 아카데미 체험 행사를 운영해 수시로 위생 상태를 보여준다. 모스버거 역시 신선한 재료를 내세운다. 제품에 원산지와 생산자를 명확히 표기해 식품 안전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본사의 책임 강화를 위해 대부분 직영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일본 외식산업의 성장 정체도 한국 시장 진출의 이유다. 대지진과 원전사고 등으로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외식 산업 규모가 축소됐다. 일본의 지난 2011년 외식 시장은 31조8500억엔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최세철 스시로한국 대표는 “일본 외식업계가 위축되면서 새로운 신규 시장으로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Mini Interview  |  도요사키 켄이치 아킨도스시로 대표

“한국서 마진 줄여 가격 낮춰 스시 대중화 이뤄낼 터”

도요사키 켄이치 아킨도스시로 대표는 일본 회전초밥 업계에서 몇 안 되는 스시 장인 출신이다. 1984년 일본 오사카에 있는 일본 회전초밥업체 ‘스시타로’에 직원으로 입사해 영업부장, 구매부장 등을 거쳐 대표이사까지 올라 스시로를 일궈낸 유명인으로 손꼽힌다. 스시타로는 당시 아킨도와 스시로 등 두 가지 회전초밥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2000년 통합한 뒤 아킨도스시로로 사명을 변경했다. 도요사키 대표는 2009년 6월 아킨도스시로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 맛과 품질을 고집해 적자가 나더라도 맛있는 스시를 제공한다는 경영 방침을 내세워 연매출 1조4000억원을 올리는 기업을 만들어냈다. 다음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도요사키 대표와의 일문일답.

스시로가 해외진출 첫 번째 국가로 한국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쌀을 주식으로 하면서 회를 먹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회와 쌀을 이용한 스시가 보편화되기 쉬운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스시가 비싸다는 이미지가 강했고, 결국 한국 소비자가 맛있는 스시를 접할 기회가 적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시로는 이런 한국 소비자들에게 맛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스시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해 첫 해외진출 국가로 한국을 선정하게 됐다.”

한국 스시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에서는 스시가 비싼 음식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값이 부풀려져 있고 고객도 별로 늘어나지 않고 있다. 한국의 회전초밥 레스토랑을 가니 일본의 고급 스시점과 가격이 비슷했다. 높은 마진을 포기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당장은 이익이 낮아지겠지만 이렇게 해야 스시 대중화를 이룰 수 있다. 스시로가 목표로 하는 ‘누구나 배불리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스시 레스토랑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스시로의 전략은 무엇인가.
“스시로한국은 일본 스시로의 경영원칙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되, 현지화를 통해 국내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가맹사업 없이 100% 직영점 운영을 기본으로 최첨단 회전레일 적용, 스시 접시에 IC칩을 내장해 일정 거리 이상 이동 시 자동폐기하는 원칙 등을 국내 매장에 그대로 적용한다. 또 한국인이 선호하는 연어 초밥류를 늘리고 우삼겹 스시 등 현지화 메뉴를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시장 투자 계획은.
“2020년까지 전국 80개 직영점을 오픈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서울, 수도권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울산 등 지방으로 진출할 계획이 잡혀 있다. 저렴한 고품질 스시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회전초밥과 스시 문화를 한국인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