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기업 분할 배경을 파악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지배구조다. 수많은 해석에도 NHN에 정통한 사람들은 ‘지배구조’라는 키워드를 보지 못하면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NHN 창업자이자 NHN 최대 주주인 이해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기업 지배 구조 재편의 신호탄을 쏘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NHN이 중장기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증거들은 적지 않다. 증권가는 NHN 지주회사 설립 가능성을 염두에 둔 분석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았다. 법조계(판사) 출신인 김상헌 대표를 사령탑으로 내세운 것을 두고도 사업 확장보다는 조직 운용과 개편 의미가 더 컸다는 분석도 있다.

한게임과의 결별 가능성도 점쳐져
NHN 최대주주의 난제는 낮은 지분율이다. 이해진 CSO의 NHN 지분율은 4.64%, 이준호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지분율은 3.74%. 지분율만 보면, 최대 주주인 두 사람 모두 확고한 경영권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기엔 낮은 편이다(국민연금 9.25% 보유).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도 크지 않다.
최대주주들은 공룡이 된 NHN 조직이 더 커지기 전에 지배구조에 손을 댔다. 기업 분할 후 이해진 CSO가 NHN을, 이준호 COO가 분할하는 한게임을 각각 맡는다. NHN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이 너무 낮아 지주회사 전환이 어려워 기업을 쪼개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두 번째 키워드는 한게임 분사다. NHN의 기업 분할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이 여러 개로 쪼개지지만 한게임만 완전히 분가해 독립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모바일 신규법인인 캠프 모바일은 NHN이 400억원을 출자해 100% 소유한다. 라인플러스의 경우도 NHN재팬과 NHN이 각각 60%, 40%씩 총 400억원을 출자해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을 글로벌 서비스로 육성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달리 NHN 내 게임본부(한게임)는 인적 분할된다. 인적 분할은 독립된 회사를 만드는 것과 같다. NHN은 분할하는 한게임 주식 일부(경영권 지분 및 자사주 지분)만 보유한다.
왜 한게임만 분사할 예정일까. 한게임은 NHN과 완전히 결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무엇보다 NHN 위상이 벤처 설립 초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NHN이 검색으로 별다른 수익모델을 내지 못한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캐시카우’인 한게임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한게임은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 게임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일으킨다. 포털 네이버를 통해 유입한 사용자가 곧 한게임 사용자가 되는 등 두 회사 간 시너지도 상당했다. 그런데 NHN이 국내 최대 포털로 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게임의 역기능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한게임도 여론의 도마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고 NHN 경영진에도 적잖은 부담이 됐다. 네이버 이미지와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경영진은 공격적인 게임 사업을 펼치기 어려웠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NHN 게임부문의 매출은 정부 규제와 NHN 경영진 내부의 소극적인 경영 등으로 소폭 감소했다. NHN 전체 실적이 사상 최대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2012년 NHN은 매출 2조3893억원, 영업이익 7026억원, 당기순이익 5456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6%, 영업이익은 7.1%, 순이익은 20.7% 각각 상승했다. 검색광고가 전년 대비 11.5%, 디스플레이광고가 16.1% 증가했고 IT서비스와 라인 등의 매출(기타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27.3% 상승했지만 게임 매출은 5%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기업 분할은 네이버컴과 한게임이 합병한 지 13년 만에 다시 네이버컴과 한게임으로 분리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해진 네이버컴 창업자가 삼성SDS 입사 동기인 김범수 한게임 창업자와 의기투합해 성공적인 합병과 기업 운영을 이뤘지만, 애초부터 이 CSO에게는 게임 사업에 관한 애정 어린 DNA가 부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NHN 내부에서부터 흘러나온다.
세 번째 키워드는 모바일이다. 이런 NHN 속내에도 불구하고 NHN이 내세운 기업 분할 명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NHN이 내놓은 공식적인 입장은 모바일 시대에 대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김상헌 NHN 대표는 “유선 사업의 성장세는 둔화하는 반면, 모바일 사업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했다”면서 “기존 사업구조로는 순발력 있고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에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고 한게임 분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NHN도 모바일 시대에 맞춘 효율적이고 발 빠른 의사 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책임 경영을 통해서만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기회도 확보할 수 있다.
한게임 의장을 맡게 되는 이준호 COO는 모바일전문 개발사인 오렌지크루를 만들고 게임과학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모바일 게임에 방점을 둔 경영 방침을 세웠다. 캠프모바일 대표에는 이람 네이버서비스2본부장이 내정됐다. 그는 1999년부터 4년간 싸이월드 기획팀 팀장으로 근무했다. 2003년 NHN으로 자리를 옮기고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등을 성공시켰다. 라인플러스 수장에는 검색 엔지니어 출신인 신중호 NHN 이사가 내정됐다. 2000년 오즈테크놀러지 이사, 2002년 네오위즈 검색팀장, 2005년 첫눈 이사를 맡았고 NHN이 첫눈을 인수한 후 2006년부터 NHN 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주가엔 긍정적 영향
일반인들의 관심은 NHN 주가 향배다. NHN 기업 분할이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SK증권은 단기적으로는 긍정과 부정적 요인이 혼재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NHN의 경우 모바일메신저 ‘라인’ 덕분에 성장을 가속화하고 한게임 역시 책임 경영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는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셧다운제(일정 시간 이후에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한 제도)’와 웹보드게임 규제 강화 등으로 게임 부문 이익이 내려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KB투자증권도 단기적으로 한게임의 인적 분할이 주주가치를 훼손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주주들이 이번 안을 승인할지도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분할은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국민연금의 지분율과 이해진 의장 등 NHN 현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율은 각각 9.25%로 같다.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일면, 국민연금 등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 NHN은 국민연금과 외국계 펀드 등 주요 주주들을 차례로 만나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Tip | NHN 1기·2기·3기 경영체제
합병·분할 거듭하며 이해진 단독 체제 본격화
2000년 7월 네이버컴은 한게임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고 서치솔루션을 인수한다. NHN 1기는 이해진·김범수(한게임 창업자) 공동 경영 체제였다. 김 창업자는 2007년 NHN USA 대표직을 끝으로 NHN을 떠났다. 그는 2010년 3월 아이위랩 등 벤처기업을 설립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다가 카카오톡 의장으로 한국 벤처업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NHN 2기는 이해진, 이준호(서치솔루션 창업자) 공동 경영 체제였다. 이준호 COO가 개발한 검색 엔진으로 첫 인연을 맺은 회사는 네이버가 아니라 엠파스였다. 1999년 박석봉 엠파스 설립자와 이준호 당시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가 의기투합해 만든 엠파스의 자연어 검색은 포털 지존 야후를 위협하며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정작 검색 솔루션의 가능성을 알아본 사람은 박 대표가 아니라 엠파스 선전에 충격을 받은 이해진 당시 네이버컴 사장이었다. 이 사장은 당시 현금 100억원 중 40억원을 쏟아 붓는 베팅으로 이준호 교수의 서치솔루션 설립과 운영을 도왔다. 이 의장이 지분율이 낮은 이유도 위기 때마다 사익을 포기하고 비즈니스가 잘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왔기 때문이다.
네이버컴과 한게임의 합병으로 탄생한 NHN은 제3기로 넘어가고 있다. 이번 기업 분할로 시작되는 NHN 3기는 이해진 단독 체제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NHN은 그동안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한국 네티즌 문화를 분석해 내놓은 정교한 서비스와 핵심 기술 확보라는 양면 전략을 구사한 NHN은 2004년 국내 포털 시장 1위에 오른 후 10년 가까이 왕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검색 권력’ 네이버에 대한 비판과 견제도 적지 않다. 네이버에 트래픽이 집중되도록 설계한 서비스 철학이 결국 한국 웹 생태계를 키우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은 NHN으로서는 참으로 뼈아픈 지적이다. 해외 진출이라는 과업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비대해진 NHN 조직에선 벤처 정신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관료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분할 결정을 바라보는 NHN 내부 직원들은 담담하다. ‘하늘 아래 두 태양이 있을 수 없지 않으냐’고 말하며 예고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마디로 이해진 CSO와 이준호 COO의 ‘합의되고 숙고된 결별식’이라는 것. 사령탑인 이해진 CSO, 이준호 COO가 각각 독립된 길로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