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명제가 무색하게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무료 서비스를 이용한다. 카카오톡을 무료로 이용하며 지하철에서 무가지를 읽는다. 구글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돈을 내지 않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며, 심지어 신용카드의 경우에는 쓰면 쓸수록 카드 회사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받는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공기와 같은 자연이 제공하는 혜택이 아니고 정부나 공공기관이 시민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도 아니며, 이익을 창출하려는 목표를 가진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이러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의 원리가 숨어 있다.
양면시장은 최근 들어 발생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으나, 본격적으로 학술적 분석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양면시장은 그 자체가 지닌 독특한 속성상 일반적인 시장에서 통용되는 경영 원리만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시장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양면시장이 가지는 특성들을 이해하고 그 특성들을 경영 전략 설계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상이한 고객집단 가진 양면시장
먼저 양면시장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개념이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ies)이라는 개념이다. 양면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해 두 가지 상이한 고객 집단이 존재해야 한다. 이들 고객 집단을 각각 A집단, B집단이라고 하자. 양면시장에서의 네트워크 외부성은 교차 네트워크(cross-network) 효과라고도 불리는데, A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B집단에 속한 (혹은 속할) 고객이 제품에 대해 인지하는 가치가 커지게 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양면시장의 대표적인 예인 신용카드를 생각해 보자. 신용카드의 고객 집단에는 카드를 이용해 대금을 결제하는 구매자 고객 집단이 있고 또한 카드로 대금을 받는 가맹점 고객 집단이 있다. 특정 신용카드를 소지한 구매자가 많으면, 상점들은 그 신용카드의 가맹점이 되고 싶어 할 것이다. 또 그 신용카드를 받아주는 가맹점이 많으면 구매자들은 그 신용카드가 유용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양면시장을 가지는 제품 혹은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고객 집단 A와 B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혹은 매치메이커(matchmaker)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양면시장에서는 A집단이 성장하면 B집단이 성장하고 이 결과로 A집단이 성장하는 선순환이 발생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A집단이 성장하지 못하면 B집단이 성장하기 어렵고 따라서 A집단의 성장이 지속적으로 어려운 악순환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면시장의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는 산업 초기에 극심한 경쟁 인센티브로서 작용한다. 일단 선순환에 들어선 플랫폼은 시장을 주도할 것이며, 그렇지 못한 플랫폼은 퇴출되는 것이 자명한 승자 독식(winner-take-all) 시장이므로 산업 초기에 몸집을 키우려는 플랫폼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극심한 경쟁으로부터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먼저 양면시장에서의 전략을 설계할 때 필연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마케팅 활동의 외부성이다. 어떤 마케팅 활동에 대해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 활동의 효과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데, 양면시장에서는 특정 고객 집단에 대한 마케팅 활동의 효과를 해당 고객 집단으로부터의 반응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되고, 해당 고객 집단이 커짐으로써 다른 고객 집단이 인지하는 제품 가치가 커지는 효과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 이 특성은 가격 전략 측면에서 가장 잘 부각된다.
경제학에서 이익 극대화를 위한 최적 가격은 한계수익과 한계비용이 같아지도록 하는 가격인데 양면시장에서는 이러한 단순한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고객 집단 A에 부과하는 가격을 결정할 때 그 집단으로부터의 한계수익과 한계비용을 같아지게 하는 가격은 최적이 아니다. 오히려 A집단에서의 이익은 극대화되지 않더라고 A집단을 인위적으로 키우는 가격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 B집단이 궁극적으로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B집단으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은 또한 플랫폼의 몸집을 산업 초기에 키우는 단초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양면시장에서는 독립시장일 때에 비해 한 고객 집단에게는 낮은 가격을 부과하고 다른 고객 집단에게는 높은 가격을 부과해 수익을 창출한다. 때때로 ‘낮은 가격’은 ‘0’(zero)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음’(negative)이 되기도 한다.
구글은 검색을 하는 사람에게는 무료지만 검색 광고를 하려는 기업에게는 광고료를 부과한다. 신용카드는 카드 이용자에게는 혜택을 주며 (음의 가격) 사용을 장려하지만 가맹점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게임 콘솔인 위(Wii)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은 콘솔을 낮은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팔지만 해당 콘솔에서 실행되는 게임이 팔릴 때마다 판매액의 20% 이상을 로열티로 회수한다. 이처럼 독립시장일 때 비해 낮은 가격을 지불하는 고객 집단을 수혜자(subsidy side)라고 부르고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고객 집단을 지불자(money side)라고 부른다.
그러면 누구를 수혜자로 하고 누구를 지불자로 할 것인가. 일단 아무 집단이나 임의로 선택해 수혜자로 삼아도 되는 것인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백하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집단을 수혜자로 하고 둔감한 집단을 지불자로 해야 한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고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면 그 고객들은 낮은 가격에 매혹돼 해당 플랫폼을 구매할 확률이 높아 플랫폼의 크기 확대에 도움이 된다. 또 가격에 둔감한 고객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비록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플랫폼을 구매할 것이다.
만약 반대로 가격을 부과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격에 둔감한 집단이 수혜자가 되는 경우에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더라도 고객들에게 큰 매력으로 느껴지지 않아 플랫폼 몸집을 키우는 효과가 작을 것이다. 반면 가격에 민감한 집단이 지불자가 됐을 때 그들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에 반발할 것이므로 플랫폼 구매를 거부하게 돼 그러한 가격 정책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따라서 양면시장의 플랫폼 경영자는 가격 설계를 위해서 각 고객 집단에 대한 상대적 가격 민감도를 파악해야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고객 집단의 상대적인 가격 민감도가 시간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방송 시장을 들 수 있다. 방송 산업은 시청자 집단과 광고주 집단을 연결해 주는 양면시장이다. 광고주들이 시청률이 높은 방송 콘텐츠에 대해 높은 광고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으므로 시청자-광고주 사이에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는 양면시장이다. 전통적으로 시청자가 수혜자, 광고주가 지불자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구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존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명목상의 시청료만 내고 방송을 시청했는데 이러한 사실상 무료인 콘텐츠 이용의 대가로 시청자들은 광고를 시청해야 했다. 그러나 경제가 발달하고 개인 소득이 늘면서 광고를 보지 않는 대신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이 생기고 있다.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들은 유료의 고해상도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통해 많은 시청자들에게 판매된다.
특히 정보통신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시청자들은 다양한 이종의 매체를 오가며 하나의 콘텐츠를 ‘끊김’ 없이 즐기는, 이른바 N-스크린 시대를 향유하고 있다. 이러한 N-스크린 시청자들에게는 전통적인 프로그램 광고를 노출시켜 광고 수입을 얻는 것이 거의 어렵지만 콘텐츠 자체에 대한 과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방송 사업자의 매출의 대부분이었던 프로그램 광고 수입 비중이 점차적으로 감소할 것이며,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사업에 의해 창출된 수익의 상대적 비중이 증가할 것이다. 광고 시장도 프로그램 광고보다는 콘텐츠 내에 광고를 할 수 있는 PPL(Product Placement) 광고가 증가할 것이다.
환경 변화에 따른 동태적 다양성은 가격 민감도뿐 아니라 플랫폼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또한 고려돼야 한다. 어떤 플랫폼이 양면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을 하더라도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개연성이 높다. 특히 현재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면서도 추가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탑재한 신규 경쟁 플랫폼의 등장은 기존 플랫폼에 매우 큰 위협으로 작용한다. 과학 기술과 경영 기술의 발달로 융복합화(convergence)가 빈번하게 발생해 복합 플랫폼이 시장에 출현하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기존의 단순 플랫폼(stand alone platform)은 복합 플랫폼(multi platform)에게 고객을 급속도로 빼앗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신용카드 산업은 양면시장으로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산업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열풍은 신용카드 산업 역시 비켜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신용카드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과 현재의 플라스틱 신용카드 중에서 미래의 승자가 누구일지 예측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이 경우 플라스틱 카드는 스마트폰에 의해 포위된(enveloped) 것인데 이 플랫폼은 포위로부터 탈출하지 않으면 그 존망이 위태롭게 된다.
복합 플랫폼조차 제공하지 않는 더욱 혁신적인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탈출의 방법이다. 플랫폼 자체로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혹은 외부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다. 하나카드가 SK텔레콤과 제휴해 터치카드 등의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카드 사업을 펼치는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경쟁 플랫폼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니치 마켓에 소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영자도 플랫폼 마인드 가져야 성공
인터넷 상거래에서 지불 수단으로서 신용카드가 많이 쓰이지만, 개인 간(P2P) 인터넷 거래에서는 물품 판매자가 개인이어서 신용카드 가맹점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신용카드의 사용이 어렵다. 물품 대금을 통장에 직접 송금하는 방법도 있지만 물품 구매자 입장에서는 사기를 당할 리스크가 크고, 비록 사기가 아니더라도 배달된 물품에 문제가 있는 경우 구매자의 협상력이 낮은 대금 지급 방법이다. 이러한 대금 결제상의 이유로 P2P 시장이 위축될 수 있는데 이를 보기 좋게 해결한 것이 페이팔(PayPal)이다. 페이팔은 개인 간 거래가 빈번한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서 대금 결제 수단으로 성공을 했는데 신용 카드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세분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경우다. 페이팔은 이러한 경매 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인터넷 상거래 일반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양면시장은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주는 독특한 속성 때문에 일반적인 경영 전략 외에도 추가적으로 고려할 핵심 요소가 많은 시장이다. 정보 기술, 경영 기술의 발달과 융복합화는 더 많은 양면시장을 탄생시킬 것이며 이러한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경영자의 플랫폼 마인드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