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퍼든 아마추어든 플레이가 좋지 않은 날이 꼭 있다. 라운드를 잘 운영하다가 갑자기 흔들리는 경우, 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요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반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또는 스코어를 잘 내려고 하다 보면 게임이 순조롭게 풀릴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조금만 흐트러져도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는 것이 골프다. 라운드 도중 동반자들의 말 한마디에 또는 캐디와 호흡이 안 맞아도 페이스가 흔들리게 된다.

특히 주말 골퍼의 경우 ‘아차’ 하는 순간 스윙이 무너지면서 한동안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한다. 연습장에서 아무리 많은 연습을 하고 좋은 샷을 날리더라도 실제 라운드에서 까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생각을 해 보면, 그런 잘못은 다른 누구의 실수가 아닌 본인의 탓이다. 하지만 골퍼들은 막상 잘못을 저질러 놓고는 ‘운이 없다’거나 ‘연습을 안 해서’라며 자기 합리화에 나선다. 그리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샷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순간의 욕심으로 한 홀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실수가 다음 홀, 심지어는 라운드 전체를 망가뜨린다.

이번에 필자에게 레슨을 신청한 태은경씨는 라운딩을 할 때 간혹 빠지는 ‘멘붕’(멘탈 붕괴)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했다. 라운딩 하는 도중 갑자기 불안해지면서 공이 안 맞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초보 골퍼들이 부담 없는 라운드를 하면서도 연습 때와 달리 갑자기 무너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골프가 멘탈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골프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 30%, 정신력 70%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99%가 멘탈이라고 할 정도로 심리상태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프로 골퍼라도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하면 필드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필자도 한 홀에서 어처구니 없게도 10개의 OB를 낸 적이 있다. 순간적으로 뭔가에 사로잡히지 않고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싶었다.

갑자기 안 되는 경우는 없다
라운드 중에 ‘멘붕’에 빠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갑자기’ 골프가 안 될 때 ‘먼 산을 봐라’, ‘물을 많이 마셔라’, ‘심호흡을 하라’와 같은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골프에 ‘갑자기’는 없다. 라운드를 할 때마다 ‘갑자기 안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가. 이는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멘붕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스윙, 신체조건 등을 객관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멘붕은 자신에 대한 기대와 실력의 차이에서 나오는 괴리다. 자신의 실력에 맞는 목표를 세워야 하고, 허무맹랑한 목표를 잡아선 안 된다. 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는 목표는 세우나 마나다.

걸어가면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잡다한 생각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자신감도 상실시켜 초조하게 만든다.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은 불길한 기운을 불러와 마음은 더욱 위축되고 급기야 그날 라운딩은 엉망이 된다. 지나간 실수를 빨리 잊고 발 앞에 놓인 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사리 잊지 못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샷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거리와 바람, 라이와 같은 일반적인 것부터 골퍼 스스로의 능력까지 고려하게 되면 실수할 확률이 낮아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골퍼의 능력에 맞는 정도에서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아직 자신의 탄도나 구질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 않은 대다수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자신이 할 수 없는 어려운 기술을 시도하면서 ‘될 수 있을까’, ‘과연 시도해도 될까’ 이런 생각들을 한다. 아마추어 골퍼는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불확실한 결과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잘 맞았을 때의 ‘감’만 느끼려 한다. 그 손맛을 찾다 보면 스윙은 들쭉날쭉, 비거리도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연습을 할 때도 목표를 정해놓고 하는 것이 좋다.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곳곳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서고, TV의 골프 채널에서는 쉴 새 없이 골프 강습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골프 기술을 가르치는 코치는 많지만 멘탈의 영역까지 지도하는 코치는 거의 없다. 골프에서 기술과 멘탈 트레이닝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오히려 이 두 가지를 병행해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 코치를 찾았다면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멘탈 트레이닝은 플레이를 할 때 마인드 컨트롤을 잘해서 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좁은 의미의 트레이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골프를 대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태도, 연습장에서 골프 테크닉을 몸에 익히면서 병행하는 이미지 트레이닝, 실제 라운드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실수를 최소화하는 방법, 자신이 만들어낸 플레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방법, 그리고 플레이를 하면서 평정심을 잃지 않는 방법 등 모든 상황을 즐기는 방법을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것이다.

Tip | 여성 골퍼는 어프로치샷·롱퍼팅 연습 많이 해야

태은경씨의 전체적인 스윙은 좋았지만 다운스윙은 너무 급했다. 마음이 앞서다 보니 리듬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뒤땅, 톱핑 등 터무니 없는 샷이 자주 나오고 비거리도 들쭉날쭉해질 수밖에 없다.

팔로만 스윙을 하면서 리듬을 가질 수 있는 여유도 없었다. 몸통을 충분히 꼬아야 힘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고 클럽의 헤드에 탄력이 붙는다. 이때 몸이 좌우로 밀리면 안 된다. 다운스윙이 일정해지지 않게 된다.

그에게 몸통을 충분히 꼰 상태에서 4분의 3 스윙으로 공을 맞히는 연습법을 제안했다. 이때는 스윙의 큰 흐름과 작은 흐름, 모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여성 골퍼의 경우 스윙을 예쁘게 하면서 비거리도 욕심을 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거리를 늘리기보다는 정확성을 키우는 것이 스코어를 줄이는 더 좋은 방법이다.

여성 골퍼들은 파5에서 스리 온을 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세 번째 샷이 그린 주변에 떨어지거나, 설혹 그린에 떨어져도 홀에서 20m 이상인 경우가 많다. 짧은 거리의 어프로치샷이나 롱 퍼팅 연습을 평소에 많이 해두면 실전에서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다.

나 자신의 능력을 생각하고 남들을 따라가기보다는 나한테 맞는 전술전략을 짠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