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모인터랙티브는 2000년 전후 인터넷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소프트웨어업체다. 개인용 홈페이지 저작도구 ‘나모웹에디터’를 앞세워 그야말로 상한가를 쳤다. 급변하는 정보기술(IT) 흐름을 놓쳐 세인들의 뇌리에서 희미해진 적도 있지만 최근 힘찬 부활의 날갯짓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상배 대표를 만나 나모인터랙티브의 재도약 움직임을 들어봤다.

국내 인터넷 보급 초창기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 번듯한 ‘집(홈페이지)’ 하나 장만하는 작은 소망을 가졌다. 그런 꿈을 간편하게 실현시켜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등장했으니, 그게 바로 나모웹에디터였다.

당시 나모웹에디터는 시쳇말로 대박을 쳤다. 국내 개인용 홈페이지 제작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인터넷 대중화를 선도했다. 덩달아 나모인터랙티브도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총아로 부상했다. 2000년 코스닥 상장 후에는 한때 시가총액이 무려 6000억원에 달한 적도 있다.

안타깝게도 나모인터랙티브의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와 카페가 널리 보급되고 싸이월드 같은 미니홈피가 등장하면서 개인용 홈페이지 저작도구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나모인터랙티브는 경영권 분쟁까지 겪다가 결국 2003년 여행전문업체 세중여행에 인수되고 말았다.

김상배 대표는 이때 나모인터랙티브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됐다가 얼마 후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종합기술원, 삼성SDS 등을 거치며 축적한 소프트웨어 분야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그런데 몇 해 만에 예기치 못한 운명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나모인터랙티브를 인수했던 세중여행이 다시금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당초 기대만큼 인수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김 대표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그는 숙고 끝에 회사를 직접 인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누구보다 나모인터랙티브의 잠재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와 고락을 함께했던 직원들도 고스란히 합류했다.

전문경영인에서 오너경영인으로 거듭나

“2007년 말 65명의 직원들과 함께 자본금 5000만원으로 새 출발을 했습니다. 그때는 생존 자체가 문제였어요. 말 그대로 ‘서바이벌 모드’로 회사 경영을 해야 했죠. 소프트웨어 업체는 외부에서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아요. 돈을 못 번다는 인식 때문이죠. 그런 터라 나모인터랙티브가 일어서려면 첫 히트작(나모웹에디터)을 뛰어넘는 제품을 선보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 대표와 임직원들은 똘똘 뭉쳐 신제품 연구개발에 땀을 쏟았다. 최근에는 그 결실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나모인터랙티브의 신성장동력으로 기대되는 소프트웨어 제품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용 웹사이트 구축 솔루션이고, 다른 하나는 멀티미디어 전자책 솔루션이다. 제품명은 각각 ‘웹트리(Webtree)’와 ‘펍트리(Pubtree)’로 붙였다.

웹트리는 웹사이트 구축 및 운영, 콘텐츠 생산·관리 등에 필요한 모든 기능과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아주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개인용 홈페이지를 구현했던 나모웹에디터를 기업용으로 진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웹트리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크린 크기가 서로 다른 모바일 기기에서도 웹사이트와 동일한 환경을 구현하는 게 강점이다. 이른바 ‘N-스크린(여러 개의 디지털 기기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차세대 네트워크 서비스)’에 최적화된 것이다. 또한 웹사이트 구축·관리 비용을 절감시켜주는 매우 경제적인 솔루션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한마디로 저비용·고효율의 웹사이트 구축 솔루션인 셈이다.

펍트리는 전자책을 제작하는 에디터, 전자책을 배포·관리하는 플랫폼, 전자책을 보여주는 뷰어를 하나로 통합한 솔루션이다. 종이책 형태를 그대로 옮긴 기존 전자책의 한계를 벗어나 동영상, 애니메이션, 음성 등 멀티미디어 요소를 갖춘 진정한 전자책을 제작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전자책은 대부분 ‘EPUB2’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지만 나모인터랙티브가 개발한 펍트리는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EPUB3’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EPUB는 국제디지털출판포럼(IDPF)이 제정한 전자책 제작 기술표준이다.

“지금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자책은 모두 EPUB2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제 EPUB3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향후 모든 전자책은 EPUB3로 제작될 겁니다. 펍트리가 널리 보급되면 일반 개인들도 손쉽게 전자책을 출판할 수 있는 시대가 옵니다. 그리 되면 출판사의 역할도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현재 세계 전자책 시장은 연 평균 30% 가량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도 2012년 800억원대에서 2013년에는 1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위스 아미 나이프’ 같은 기업 꿈꿔

김상배 대표는 수 년 안에 국내 전자책 시장이 ‘빅뱅’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교과서가 전면 도입되는 2015년이 일대 분수령이 되리라는 것이다. 전자책이 교과서 시장에 안착하면 참고서, 학습지, 학원시장을 거쳐 일반 출판시장으로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국내 출판사들은 전자책 사업의 본격화를 아직 주저하고 있습니다. 수익성이나 장래성을 확신하지 못해서죠. 저는 2015년을 전후해 전자책 시장이 급증할 것으로 봐요. 특히 전자책 디바이스가 일정 정도 보급되고 나면 전자책 시장은 일순간 폭발할 겁니다.”

나모인터랙티브는 나무의 옛말인 나모를 회사명으로 채택했다. 나무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이로움을 주듯이, 정보기술(IT)로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즐거움을 제공하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사람들이 나모인터랙티브는 어떤 회사냐고 물어오면, ‘인터넷 세상에서 사람들의 생각을 편집하는 회사’라고 답하곤 합니다. 회사의 사업 내용을 함축한 거죠. 저는 나모인터랙티브를 ‘스위스 아미 나이프’ 같은 기업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속이 꽉 차고 하나하나 날이 선, 그러면서도 예쁜 게 스위스 아미 나이프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멋진 기업을 만들자는 원대한 비전과 꿈을 공유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김상배 대표는…
1960년생. 82년 동국대 전산학과 졸업, 86년 광운대 대학원 전산학 석사. 83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86년 삼성종합기술원, 92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97년 삼성SDS SI사업부 사업팀장. 2000년 현찰닷컴 대표. 2003년 세중나모인터랙티브 대표이사, 2007년~현재 나모인터랙티브 대표이사.

Tip | 나모인터랙티브 사업현황

나모인터랙티브는 텍스트, 멀티미디어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편집할 수 있는 웹 저작 SW를 비롯해 웹 서비스 기반의 SW와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서 동작하는 모바일 SW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모바일과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된 홈페이지 및 콘텐츠 생성·관리 솔루션과 멀티미디어 전자책 솔루션 두 가지를 새로운 주력제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IT 업체로는 드물게 미국 현지법인을 운영하면서 국산 소프트웨어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