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좋은 일만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세상살이가 좋은 일만 계속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상생활에서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수반되듯이, 기술적 문제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자 할 때 나쁜 결과가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이를 트리즈에서는 기술적 모순(Technical Contradiction)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승용차에 요구되는 빠른 속도는 승용차와 사람 사이에 관련된 문제이고 승용차의 속도가 빠를 때 사고가 난다는 것은 승용차와 도로 사이의 문제다. 즉, 승용차의 속도가 사람에게 작용하는 것과 도로에 작용하는 것이 다르게 돼 상반되는 결과를 나타내게 된다. 자동차의 가속성능은 엔진과 차체의 문제이고 연료소모량은 엔진과 연료가 상관관계가 있다. 

이처럼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를 줄 때, 변화 때문에 나쁜 결과가 수반되는 관련 요소는 1대 1이 아니고, 1대 2 또는 1대 3 등으로 1개의 구성요소가 2개 이상의 다른 대상에게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만 남기고 나쁜 결과를 없앨 수 있을까.

물체가 가진 본래의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트리즈 사고의 기본이다. 사진은 영국 다이슨사가 만든 정원용 수레 볼베로.
물체가 가진 본래의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트리즈 사고의 기본이다. 사진은 영국 다이슨사가 만든 정원용 수레 볼베로.

모든 혁신사고는 개선과 악화의 충돌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화분을 가꾸고 있다. 그런데 거실 내 화분을 두면 사용되는 거실 공간이 좁다. 베란다에 화분을 내어두고 가꾸면서 햇볕을 쬐게 한다. 그런데 어떤 다가구 주택은 2층 또는 3층 베란다 난간에 가림막이 높게 설치돼 있고 베란다 면적도 좁아 화분이 햇볕을 제대로 받기가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할까. 주어진 상황은 화분과 햇볕, 베란다 난간이다. 일단 거실 내에 화분을 둘 수 없으므로 베란다로 꺼내는 것을 정해놓고 생각해보자. 베란다로 꺼낸 화분에만 햇볕을 제대로 받게 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기 때문이다.  

트리즈 창시자 겐리흐 알트슐러는 모든 창조적 문제들(Inventive Problems)은 기술적 모순(Technical Contradiction)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트슐러에 따르면 발명은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다. 물론 그는 나중에 물리적 모순(Physical Contradiction)과 관리적 모순(Administrative Contradiction)을 차례로 추가, 창조적 문제에 존재하는 문제 상황을 모두 3가지로 정리했다. 그런 다음 알트슐러는 상태를 인식하고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는 약 4만건의 방대한 특허들을 분석해 각 특허에서 개발하고자 하는 장치들이 무엇을 좋아지게 하려는 것이었으며 그런 장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했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또 문제들을 해결한 방법들이 어떤 것인지를 정리하고 분류해 39개의 기술적 특성(Engineering Parameter)과 40개의 발명원리(Inventive Principles)를 정리했다.

그런 다음 좋아지게 하려고 하는 것을 ‘개선되는 특성’(Improving Parameter), 장치 개발과정에서 해결해야 했던 문제들을 ‘악화되는 특성’(Worsening Parameter)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또 두 가지 특성을 경우별로 합쳐 모순(Contradiction)의 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각 모순의 조합에 해당되는 경우에 대해 적용된 발명원리를 찾아 표로 만들었다. 이와 같은 모순의 조합은 ‘39×39’가지가 될 수 있으며, 여기서 1521가지의 기술적 모순이 도출됐다. 이것이 바로 모순 매트릭스(Contradiction Matrix)다. 

알트슐러가 모순 매트릭스를 만든 이유는 기존 발명에서 적용된 아이디어들을 비슷한 유형의 새로운 발명문제에서 적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모순 매트릭스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좋아지게 하고자 하는 것을 파악해 39가지 기술적 특성 중에서 해당되는 것을 ‘개선되는 특성’이라고 표기한다. 그런 다음 특성을 좋아지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물론 이 과정에서는 얼마든지 부작용(나빠지는 결과)이 발생할 수 있다. 나빠지는 결과 중 39가지 기술적 특성 안에 해당되는 특성을 선택해 ‘악화되는 특성’이라고 표기한다(매트릭스 상부의 가로줄). 이렇게 되면 모순매트릭스에서 ‘개선되는 특성’과 ‘악화되는 특성’이 만나는 교차점에 바로 발명원리가 있다(매트릭스 상·하부의 가로줄에서 악화되는 특성 선택, 매트릭스 좌·우측의 세로줄에서 개선되는 특성 선택). 이렇게 되면 발명원리에 따라 아이디어를 유추할 수 있다. 

화분에 홈을 내 베란다에 걸면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햇볕을 충분히 받는 데 지장이 없다.
화분에 홈을 내 베란다에 걸면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햇볕을 충분히 받는 데 지장이 없다.

닥친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아이디어를 내라
물론 실제 상황에서 모순 매트릭스를 활용해 좋아지는 특성(개선되는 특성)과 나빠지는 특성(악화되는 특성)을 39가지 기술적 특성에 정확히 연결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모순 매트릭스에서 제시해주는 발명원리가 문제를 바로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해결책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한가지로 활용해보고 거기서 좋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보는 것은 의미 있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시 말해 모순 매트릭스를 자신이 처한 상황(문제)에 응용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모순 매트릭스에만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화분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 좋아지는 특성에 관련된 요소들의 속성은 바꾸지 않고, 나빠지는 특성에 관련된 속성을 개선시키는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즉, 햇볕과 베란다 난간의 관계에서 베란다를 변화시키거나 햇볕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면 된다. 또 햇볕과 화분의 관계에서 햇볕을 변화시키거나 화분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어떤 종류의 아이디어들을 발상해낼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햇볕을 굴절시켜 베란다 난간을 넘어와 화분에 햇볕을 쬐게 할 수 있을까 △화분을 베란다 난간의 장애를 받지 않는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을까 △베란다 구조를 바꿔 햇볕이 차단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등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쳤을 때 먼저 거울로 햇볕을 반사시켜 화분에 햇볕이 쪼이게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베란다 난간에 화분걸이를 만들어 화분을 걸어두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세 번째는 화분 자체를 베란다 난간에 얹을 수 있게 구조를 변경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위 사진 참조> 

물론, 트리즈적 사고가 아니더라도 위와 같은 아이디어들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얻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거나, 또는 그 중의 한 가지 아이디어만 얻어서 그것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번 말했지만 그런 방법은 비효율적이다. 트리즈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닥친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면, 그리고 이 같은 훈련을 반복하게 되면 짧은 시간에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이 트리즈가 가진 무한한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