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서 골프장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즐거운 웃음소리도 들리지만 여기저기서 탄식도 터진다. 골프가 잘 안 되는 이유는 참 여러 가지다. 비즈니스 골프에선 접대 자체가 이유이기도 하고, 주변의 환경과 상황 탓으로 돌리는 골퍼도 많다. 골프클럽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골프가 즐겁지 않은 것은 라운딩 도중에 ‘자기 자신’을 놓쳐 버렸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잘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모두 ‘내 탓’이다. 게임이 잘 안 풀릴 때 골퍼의 성격은 그대로 드러난다. 어느 유형이 자기 스타일인지 먼저 아는 것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자기의 몸 안에 있는 자기만의 골프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접대골프형
비즈니스 때문에 라운딩을 하는 아마추어 골퍼가 많다. 친구 사이가 아닌 사업상의 관계 때문에 비즈니스 골프는 갑과 을로 나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비즈니스 골프는 흔히 접대골프로 비쳐진다. 접대도 엄연히 비즈니스의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골프는 운동과 대화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는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갑에게만 무조건 맞추다 보면 을의 골프는 흐름이 엉망이 되고 만다. 또 갑의 입장에서도 누군가가 늘 맞춰주는 사람이 없으면 골프가 재미없어진다. 이렇게 본다면 운동은 운동답게 해야 하는 것 같다.
무모한 도전형
초보골퍼들이 도전정신을 발휘해 친 샷은 대부분 무모한 욕심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다. 필자가 아는 골퍼 중에 라운딩을 할 때마다 드라이버샷의 비거리 300야드를 외치는 골퍼가 있다. 어쩌다 한 번 성공했다. 그 이후 골프가 더 안 되고 있다. 그것을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한 것이다. 본인 역시 “어쩌다 한번 나간거지, 뭐”라고 하면서도 티 그라운드에선 300야드를 은근히 기대하며 욕심을 낸다. 어쩌다 나간 것은 그야말로 어쩌다 나간 것이다. 300야드의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를 만들려면 체력뿐 아니라 수없이 반복되는 훈련으로 이를 체질화시켜야 한다. 한 번 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굳은 의지로만 되는 것도 아니다. 또 거리를 많이 낸다고 해서 골프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사업에도 전술·전략이 있듯이 골프도 자신의 실력에 맞는 전술과 전략이 필요하다. 자신이 하려고 하는 샷이 진정한 도전인지 아니면 무모한 욕심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골프는 겸손이 필요한 운동이다.
결정장애형
라운딩을 하다보면 이런 골퍼는 꼭 만나보게 된다. “5번으로 치려고 했는데 6번을 쳐서 짧았네”, “샌드웨지로 공을 띄우려고 했는데 굴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굴렸는데 아니었네” 등 샷을 하고 나서 꼭 후회를 하는 골퍼 말이다. 아마 샷을 하기 전 순간에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 거다. 클럽에 대한 이해가 없고, 자신만의 데이터가 없는 골퍼들은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확신 없이 휘두른 샷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잘못된 결정이라도 믿고 치면 이후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대처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이런 것이 길어지면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클럽교체형
비거리가 줄 때마다, 골프가 안 된다고 느낄 때마다 골프클럽을 바꾸는 골퍼들이 많다. 이런 저런 브랜드로 바꿔보고 안 되면 피팅까지 한다. 그것도 안 되면 클럽을 아예 맞추는 경우도 있다. 골프가 안 되는 대부분의 원인은 골퍼 자신에게 있다. 자신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지 않고 모든 것을 클럽 탓으로 돌려 버린다. 골프클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골퍼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치느냐가 중요하다.
이유핑계형
일명 ‘투덜이’다. 라운딩 내내 동반자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신경이 쓰인다고 하고, 그린은 왜 이렇게 빠른지 느린지 모르겠다고 하고, 페어웨이가 질퍽거린다고 불평을 쏟아낸다. 결국엔 자기가 입고 있는 옷도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골프가 안 되는 것에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골프는 즐겁게 해야 하는 운동이다. 작고 소소한 일들에 집착하다 보면 골프의 흐름만 망가진다. 골프를 잘못 친 이유가 주변 환경이나 상황 때문이지,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모방형
프로골퍼의 스윙을 따라하려는 아마추어 골퍼가 많다. 누구 스윙이 좋다더라, 어떤 프로골퍼가 쇼트 게임을 잘한다면서 그 프로골퍼의 스윙만 쫓아가는 유형이다. 프로골퍼의 스윙을 무조건 모방해선 안 된다. 사람마다 체격이 다르고, 성향이 다른데 자신의 마음에 드는 각 부분의 스윙만 흉내내다 보면 전체를 놓쳐버리고 만다. 체격에 따라 가파르게 스윙을 해야 하는 골퍼도 있고, 평평하게 해야 하는 골퍼도 있다. 특정 프로골퍼의 스윙을 따라하기보다는 이를 참조해 자신의 체격과 체력에 걸맞은 스윙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