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에서 ‘센터’로
박용성式 교육개혁 빛을 보다
혁신 5년 중앙대 화려한 ‘용틀임’ …
2차 학문 조정으로 도약 승부수
지난 4월16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 대학본부 2층 재단 이사장실에서 만난 박용성 이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자료를 보여주며) 직원들이 이렇게 예상 답변서를 만들었는데, 저 그냥 이거 안 볼게요. 그냥 편하게 뭐든지 물어보세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솔직하게 말씀드릴 테니…. 그러라고 이런 자리 마련한 거 아니겠습니까.”
처음부터 박 이사장은 거침이 없어 보였다. 가식적이고 상투적인 대답은 안 하겠다는 뜻인지 준비한 자료는 보지도 않고 덮었다.
박 이사장이 취임한 이래 5년간 중앙대는 쉼 없이 달려야 했다. 학문단위 재조정 차원에서 18개 단과대학을 11개로, 학부 학과수를 77개에서 46개로 구조 조정한 것을 시작으로 대학 전체를 인문사회계열, 자연공학계열, 경영경제계열, 의약학계열, 예체능계열 등 5개로 수직계열화한 것이다.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총장선출 방식을 직선제에서 임명제로 바꾸고 5개 계열마다 부총장을 둬 책임운영을 강화했다. ‘상아탑의 철밥통’으로 불리던 교직원 사회에는 호봉제 대신 연봉제가 도입됐다. 물론 그때마다 학내 적잖은 잡음과 진통이 있었지만 박 이사장은 “대학이 존재하는 목적은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데 있다. 좋은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는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정공법을 택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박 이사장의 거대한 실험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현실에 부딪쳐 저러다 말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던 대한민국 대학사회는 중앙대의 변신에 탄성을 지르고 있다.
손욱 교수(이하 손 교수) | 이사장님께서는 예전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역임하시고 두산그룹은 물론, 지금도 두산중공업 회장으로 재직하고 계십니다. 대기업과 민간단체 수장으로 계시다가 중앙대 이사장을 맡으셨는데, 기업으로 치면 중앙대는 어느 정도 수준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
박용성 이사장(이하 박 이사장) | 중하(中下·중소기업 의미)죠 뭐. 외형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운영방식이 그랬다는 겁니다. 대학교육이 이 정도인데도 우리나라가 이만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우리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아서 그래요. 이스라엘, 홍콩, 일본 사람들이 다 비슷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워낙 머리가 좋은 훌륭한 민족이니까, 대학에서 덜 교육받아도 싸이 같은 가수가 튀어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머리 나쁜 국민이었으면 아마 대학이 나라를 망쳤을 겁니다.
손 교수 | 취임 이후 줄곧 대학교육 개혁을 외치셨는데요, 현장에서 보실 때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그렇게 심각한 수준인가요.
박 이사장 | 반대로 제가 물어볼게요. 앞으로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고 보세요. 여태까지야 삼성전자하고 현대자동차가 이것저것 팔고, 두산중공업이 원자력발전 팔아서 간신히 먹고 살았는데, 싸이 같은 가수가 전 분야에서 나오려면 대학이 어떻게 해야겠어요. 지식서비스 사업밖에 더 있겠습니까. 그러려면 대학은 사회가 원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죠.
학과 조정·교직원 연봉제 도입 ‘파격’
박 이사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은 ‘변화’와 ‘개혁’이다. 그가 취임 후 5년 동안 가장 많이 꺼낸 말 역시 이 두 단어일 것이다. 취임 직후 그는 “‘중앙대’라는 이름만 빼고는 다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박 이사장의 선언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비교될 정도로 대학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시간은 5년이 흘렀지만 박 이사장은 여전히 변화와 개혁을 입에 달고 산다. 그가 말하는 변화와 개혁이 구호가 아닌 절박함에 더 가깝게 들리는 것은 왜일까. 그는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장담한다. 그의 쓴 소리에 수많은 교육전문가들이 “교육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 대학을 자본의 논리로만 바라본다”며 비판했지만 박 이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금도 그는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교육인데, 사회 변화의 반의반도 못 쫓아가는 것이 우리 대학의 현실”이라며 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총성 없는 전장인 글로벌 기업전의 최전선에서 일생을 보내왔던 박 이사장의 눈에 비친 대학은 ‘인격수양의 도장’, ‘상아탑’ 등을 운운하던 1960~70년대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손 교수 |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3류’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사장님께서 중앙대재단 일에 참여해 교육 개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그런 이유 아니겠습니까...
* 자세한 내용은 이코노미플러스 5월호 34p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