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과 거래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지난 4월1일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하 4·1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것. 그러나 경기침체와 주택 과잉공급이라는 큰 흐름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오히려 젊은 세대를 ‘부동산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만 거세지고 있다.

젊은 세대 ‘부동산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으로 만든다는 비판 봇물…
‘깡통주택’·‘깡통전세’ 급증 우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상징적인 의미는 상당하다. 비즈니스프렌들리(친기업주의)를 강조했던 전임 이명박 정부보다 위상이 높다. 조각에 상당시간을 허비한 정부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오히려 새 정부 정책 목표의 최선두에 서 있을 것 같았던 ‘경제민주화’보다도 앞서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 출범 이후 가장 우선적으로 부동산 거래 정상화 조치를 발표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부동산 시장 사정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된 거래 위축이 이명박 정부를 넘어서 박근혜 정부까지 계속되면서 역대 정부마다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땅값변동률은 0.066%에 그쳤다. 0.1% 이하에서 땅값변동률이 움직이는 것도 벌써 2년째다.

1. 4·1부동산대책 발표일 부동산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송파구 잠실동 상가 모습2.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 아파트 개발 현장3. 인천 청라신도시
1. 4·1부동산대책 발표일 부동산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송파구 잠실동 상가 모습
2.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 아파트 개발 현장
3. 인천 청라신도시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내수 살린다
반대로 무주택서민들의 주거난을 대변하듯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득 감소 탓도 있겠지만 매매값이 오르지 않다 보니 전세에서 매매로 옮기는 경우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예전 같으면 매수에 나설 세입자들이 전세로 눌러 앉으면서 매물 부족 현상을 초래시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월간 KB주택가격동향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매매값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국적으로는 59.6%, 서울은 53.6%를 기록했다. 전국, 서울 가릴 것 없이 비율이 매달 꾸준히 오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현안 중 하나가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해소다.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는 투기라는 탐욕이 만들어낸 또 다른 모습이다. 불확실한 경기 흐름 속에서 불패 신화를 쫓던 투자자들에게 부동산은 대박이 아닌 쪽박을 선사했다.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이 한국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지목하던 가계부채가 올해 초 1000조원대를 돌파한 데는 부동산 광풍이 한몫을 차지했다.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보유해온 집을 경매로 넘기는 모습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깡통주택,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깡통주택이란 대출을 끼고 구입한 주택의 매매값이 시간이 지나 대출금 수준까지 떨어진 경우를 말한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펴낸 자료에 따르면 집을 경매로 처분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상환하지 못하는 ‘깡통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19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지난해 9월 말을 기준으로 시가 대비 경매낙찰가 비율을 의미하는 낙찰률(1~10월 평균 76.4%)을 초과한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3조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금감원은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을 이유로 주택담보대출의 잠재위험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깡통전세 역시 무리한 대출이 화근이기는 마찬가지다. 경매로 넘어간 전셋집이 전세가 이하로 낙찰돼 세입자가 고스란히 전세금을 떼일 형편에 놓인 것이 바로 깡통전세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래 최악에 직면해 있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상황은 더 심각하다. 1998년에는 외환위기라는 내부변수만이 있었을 뿐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 여건은 나쁘지 않아 거래가 얼마 후 회복됐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천양지차다. 구조적인 공급과잉에 얼어붙은 경기 불황은 빈사상태에 빠진 부동산시장에 해결책을 던져주지 못하고 있다. 당장 대형건설사로 분류되는 10대 건설사마저 심각한 경영 위축에 직면해 있다. 10위권 밖의 건설사는 상당수가 법정관리 내지는 워크아웃이라는 극약처방을 받았다.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자 일단 정부는 거래 활성화에 초강수를 둔 모습이다. 이번에 발표된 4·1 부동산대책에는 박근혜 정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제 사령탑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4월15일 열린 여야정 정책협의회 자리에서 “4·1 부동산대책은 경기 회복뿐 아니라 민생안정의 핵심과제”라며 정치권의 협조를 구한 것도 정부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경제 브레인인 김광두 국가미래전략연구원 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창조경제보다 더 시급한 것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경제정책 라인에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정권의 최일선 과제로 삼은 것은 부동산 거래가 가진 선순환 효과를 기대해서다. 주택 거래는 특성상 자영업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정부는 어렵게 피운 군불이 아랫목(거래 활성화)에서 윗목(서민생활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 자세한 내용은 이코노미플러스 5월호 68p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