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경영의 화두는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세계 경제의 길고 긴 슬럼프다. 과거 큰 성장을 목표로 했던 우리 기업들 또한 성장 침체기에서 회복기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으며 ‘저성장기 극복’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떠안고 있다.

저성장 시대 극복을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창조·혁신 경영은 빼놓을 수 없다. 창조·혁신 전략 중 최근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에 의한 혁신이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양손잡이는 왼손과 오른손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조직에 접목시키면 기업 자체의 효율성은 높이고 리스크는 줄이는 역량인 ‘활용(Exploitation)’과 창조성에 리스크 감수가 요구되는 역량인 ‘탐색(Exploration)’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1976년 최초로 양손잡이 개념을 연구한 미국 미시간대의 로버트 던칸 교수는 양손잡이 조직을 혁신에 필요한 2개의 다른 구조적 프로세스를 용이하게 다루는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또 하버드대의 마이클 터쉬만 교수와 스탠퍼드대의 찰스 오레일리 교수는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며 동시에 기존 역량을 활용하는 능력을 가진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이 밖에 하버드대의 코터 교수는 경영자는 관리적 리더십과 혁신적 리더십을 동시에 갖춘 야누스적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창조·혁신 전략 중 제품 관점에 적용하면 기존 제품 개선의 ‘활용’과 신제품 개발의 ‘탐색’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양손잡이 조직은 기존 제품의 개량 및 개선을 통한 혁신으로 현재 강점과 경쟁우위를 지켜가는 동시에 새 지식이나 역량을 습득하고 창조적 신제품 개발을 통한 기술혁신을 달성해 신시장을 확보하는 전략을 전개할 수 있다.

구체적 사례로 영국 청소기 기업인 다이슨을 들 수 있다. 다이슨은 ‘흡입력을 잃지 않는 프리미엄 청소기’로 2008년 국내에 처음 진출해 연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날개 없는 선풍기’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기도 하다. 다이슨은 탐색 측면에서 신제품을 내놓을 경우에도 기존 제품의 불편사항을 적극 개선했고, 활용 측면에서는 단 한번의 창의적 개발을 위해 아흔아홉 번의 개발 실패를 개의치 않기에 기술력과 디자인의 경쟁우위를 달성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례다. 애플은 탐색 측면에서 새로운 제품 혁신을 시도할 때 별도의 제품개발 조직을 두고 여러 해의 시간을 들여 제품을 개발한다. 하지만 활용 측면에서는 제품 생산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대만의 전자기기 제조위탁서비스 업체인 혼하이정밀과 제휴를 맺고 대부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창의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생산의 효율성 및 수익성 증대를 이루는 사례다.

새로운 강자는 무모하다고도 여길 수 있는 혁명적 변화를 추구할 때 나온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 경우 시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기존의 강자가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창의성과 혁신성을 중시하는 연구개발과 관리 및 개선을 강조하는 경영방식을 동시에 추구하면, 어느 부분도 만족시킬 만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왼손잡이면 오른손의 활용이 미숙하고 오른손잡이면 왼손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시간에 두 손을 완벽히 사용하려 하면 실수가 발생한다.

하지만 애플처럼 제품 개발의 전략적 제휴나 아웃소싱 등을 통해 탐색이나 활용을 외부화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 제약사인 바이오젠은 취리히대학과 탐색적 제휴로 ‘인트론 에이’라는 신약을 개발한 바 있고,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과 활용적 제휴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새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처럼 탐색과 활용을 적절히 수행하며 양손잡이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되 늘 혁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곧 저성장 시대에 지속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전략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