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체코 국영 항공사인 체코항공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도약하는 데 또 하나의 든든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4월10일 체코 국무총리 집무청사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뻬뜨르 네차스 체코 국무총리가 체코항공 지분인수 계약 서명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4월10일 체코 국무총리 집무청사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뻬뜨르 네차스 체코 국무총리가 체코항공 지분인수 계약 서명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4월10일 체코 프라하로부터 항공업계 안팎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빅뉴스가 전해졌다. 대한항공이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체코항공의 지분 44%를 인수하면서 1대 주주인 체코 아에로홀딩(51.7%)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는 소식이었다.

대한항공의 체코항공 지분 인수는 우리나라 항공사가 외국 국적 항공사에 투자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세계 항공산업 중심지인 유럽의 주요 항공사와 사실상 한 가족이 되면서 글로벌 항공사로서 위상 강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항공업계는 수 년 전부터 몸집 불리기가 유행이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강력한 도전과 오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대형화를 통한 시장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 대형화의 주요 수단은 인수·합병(M&A)이다. 지난 2008년 미국 델타항공의 노스웨스트항공 합병을 신호탄으로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의 오스트리아항공 인수,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콘티넨털항공 합병, 영국항공의 스페인 이베리아항공 인수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올해 2월에는 미국 아메리칸항공과 US에어웨이즈가 메가톤급 합병에 전격 합의했다. 두 항공사는 합병을 통해 항공기 950대를 보유하고 56개국 336개 도시에 하루 6700회 이상의 항공편을 운항하는 세계 최대 항공사로 거듭났다.

다른 항공사의 지분 인수를 통한 시장 확대 사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아랍에미리트의 에티하드항공은 2012년 에어베를린 지분 약 30%를 인수한 데 이어 에어프랑스-KLM의 지분 인수를 시도하면서 유럽 시장 진출을 적극 도모하고 있다. 또 델타항공도 지난해 말 영국 버진애틀랜틱항공의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대서양 노선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체코항공 지분 인수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른 항공사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세계 항공업계의 덩치 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사실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사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오래 전부터 다각적인 시도를 해왔다. 지난 2000년 항공사 동맹체인 ‘스카이팀(Skyteam)’ 창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게 시발점이었다. 당시 스카이팀 창설 회원사는 대한항공을 비롯해 델타항공, 아에로멕시코, 에어프랑스 등 4개 항공사였다. 스카이팀은 2012년 말 기준 세계 19개 항공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번에 대한항공이 2대 주주로 올라선 체코항공 역시 스카이팀 회원사다. 스카이팀 발족 이듬해인 2001년 일찌감치 다섯 번째 멤버로 합류한 바 있다. 당연히 대한항공과도 오랫동안 두터운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대한항공은 체코항공 지분 인수를 계기로 양사 간 협력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체코 국무총리실에서 가진 체코항공 지분 인수 계약식에서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오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체코항공과 대한항공이 상호 파트너십을 통해 스카이팀의 협력기조를 더욱 높여 나가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며 “양사의 영업 성장은 물론 양국 간 교류도 증대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대한항공의 체코항공 지분 인수에 따라 유럽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편의도 한층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항공의 주요 활동무대인 프라하공항은 유럽의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거점공항 구실을 한다. 프라하공항을 통하면 독일 베를린, 덴마크 코펜하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주요 도시까지 2시간 내에 방문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체코 프라하를 대표하는 관광명소 중 하나인 ‘구시가지 광장(Old Town Square)’
체코 프라하를 대표하는 관광명소 중 하나인 ‘구시가지 광장(Old Town Square)’

양사 간 마케팅 협력 한층 강화
우선 대한항공은 체코항공과의 공동운항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의 파리, 런던,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11개 도시 직항 노선에 더해 프라하와 유럽 주요 도시를 잇는 공동운항 노선을 확대해 승객 편의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추가 공동운항 노선에는 뮌헨, 파리, 취리히 등 5개 도시가 포함될 예정이다.

양사 간 연결 항공편 서비스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 지역을 방문하는 승객들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게 된다. 유럽의 중심에 위치한 프라하공항의 지정학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한국인 승객들을 배려해 프라하공항 인프라도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환승지역 안내판에 한글 표기를 추가하는 한편 보다 신속한 이동을 위해 동선도 축소할 예정이다. 또한 프라하공항은 유럽의 다른 공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하물 처리 및 출입국 절차가 덜 혼잡한 편이어서 승객들 입장에서는 여러 모로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체코항공 지분 인수를 통해 양사는 전략적 마케팅 파트너로서 상호 협력을 대폭 강화하게 된다”며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승객들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Tip  |  체코항공은…

유럽 중심 23개국 40개 노선 취항

1923년 출범한 체코항공은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은 전통의 유럽 항공사다. 1957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트 여객기를 취항한 기록을 갖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23개국 40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으며, 유럽·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중동에 국제선을 취항하고 있다. 유럽 지역이 주된 활동무대인 셈이다. 에어버스 A319, A320 기종 등 총 23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