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연금저축’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연금저축계좌’가 안정적인 노후자금 확보의 중요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금저축·퇴직연금은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3층 보장체계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은 392조원이며, 연금저축 적립액은 78조8117억원으로 퇴직연금(67조원)보다 많다.

연금저축은 개인의 노후생활을 보장할 목적으로 시행된 장기저축 상품이다. 1994년 6월20일 처음 도입됐으며, 2001년 이후부터는 만 18세 이상 국내 거주자로 가입이 제한됐다. 10년 이상 적립, 만 55세 이후부터 5년 이상 연금으로 받을 수 있었다.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은 올해 소득세법 개정으로 연금저축계좌로 통합됐다. 실제 퇴직연령 이후 10년 동안의 소득공백을 없애자는 취지에서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수급연령이 만 65세로 연장된 데 따른 조치다.

전문가들은 “연금저축계좌를 활용하면 절세와 자산증식을 통해 안정적인 노후대비를 할 수 있다”며 “2000년 말까지 가입했던 개인연금은 연금수령 때 비과세되기 때문에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가입 대상 제한 없고, 납입한도도 늘어나
올해부터 가입 가능한 연금저축계좌는 가입 대상에 제한이 없다. 만 18세 이상이었던 가입연령 제한도 없어져 어렸을 때부터 연금저축으로 목돈을 불릴 수 있게 됐다. 연간 납입한도는 12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늘었다. 분기당 300만원이던 납입한도가 없어지면서 연말에 가입해 한 번에 1800만원을 넣을 수도 있다.

연금저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장점은 소득공제와 세제 혜택이다. 연 납입액 중 400만원까지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과세표준 1200만원 초과~4600만원 미만의 소득자가 매월 34만원씩 연간 400만원을 납입하면, 주민세를 포함해 16.5%의 세율을 적용받아 연말정산 시 66만원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또 과세표준 8800만원 이하일 경우 105만6000원을, 3억원 이하일 경우 154만원, 그리고 3억원 초과일 경우 167만2000원의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연금저축계좌에선 소득공제를 받지 않은 금액에 대해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투자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일부 회피할 수 있다.

연금저축계좌의 가입기간은 최소 5년이며, 연금수령은 만 55세 이후 연간 연금수령 한도 내에서 받을 수 있다. 납입 기간 중 납입 금액과 이익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유지된다. 연금을 받을 때 원금과 이자를 합한 수령액에서 5.5%를 공제했던 연금소득세도 나이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만 55~70세까지는 5.5%지만 71~80세는 4.4%, 81세부터는 3.3%로 줄어든다. 예를 들어 55세 연금수령 시에는 5.5%의 연금소득세가 과세되지만, 81세부터는 3.3%의 낮은 연금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연금을 오래 받을수록 세금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금융회사별 연금저축의 특징 고려해 선택
연금저축상품은 크게 연금보험·연금신탁·연금펀드 등 3종류로 나뉜다. 상품을 선택할 땐 자신의 투자성향과 재무 목표에 맞춰야 한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할 경우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의 연금저축신탁이나 보험의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하는 편이 낫다. 고수익을 추구할 경우엔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연금신탁은 은행의 신탁계좌에서 관리하는 상품으로 채권형과 안정형이 있다. 채권형은 국가나 정부 산하단체가 발행하는 국·공채에 투자해 은행 이자 정도의 수익을 낸다. 이에 비해 안정형은 자산의 90% 이상을 국내 국·공채에 투자하고, 10% 내에서 국내 주식에 투자해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시중은행들은 새로운 연금신탁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보험은 보험사들이 분기마다 정하는 이자인 공시이율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공시이율이 은행 이자보다 높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보험설계사 수당 등이 포함된 사업비(수수료)를 가입 초기에 떼기 때문에 장기간 유지하지 않으면 수익률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하영현 프라임에셋 팀장은 “최저보증이율, 공시이율, 배당금 등 상품별 적립금 편차가 생기는 항목을 비교해 적합한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며 “특히 향후 공시이율 인하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저보증이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금저축보험은 되도록 해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도에 해지할 경우 해지가산세(2.2%, 주민세포함)는 없어졌으나, 기타소득세(22%, 주민세포함)를 부과하기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납입중지나 감액, 약관대출 등을 이용하는 것이 손해가 작다.

연금신탁·연금펀드는 매달 돈을 적립하지 않더라도 가입 후 5년의 기간만 유지하면 만 5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연금보험은 5년 이상 매달 보험료를 납부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연금보험상품은 각각 다르다. 생보사의 연금저축보험은 수령자의 사망 시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종신형이 있으나, 손보사의 경우 연금 수령형태에 종신형이 없다.

연금저축펀드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지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지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의 경우, 어느 정도 투자위험을 감수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펀드는 실적배당 상품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있지만 장기간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손실 가능성을 낮추고,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는 투자자들이 연금저축계좌를 통해 여러 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를 골라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연금저축펀드와는 차별화된다. 그동안 연금저축펀드는 한번 가입하면 중도인출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가입을 꺼린 투자자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분산투자와 환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할 때는 시황변동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수 있는 다양한 펀드가 준비돼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단기수익률만 따지지 말고 시장상황이 급변해도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을 펀드를 고르라는 조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금저축펀드의 경우 최근 1~2년의 단기수익률만 보고 펀드를 선택하기보다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며 “펀드 매니저의 개인 역량뿐 아니라 위험관리, 인프라 등 운용사의 안정적인 경영환경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산운용업계는 신상품 출시보다는 기존 펀드를 대표펀드로 클래스를 추가하거나 모자펀드 형태로 연금저축펀드를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총 9조1000억원의 국내 주식형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기존 연금저축펀드 상품을 유지하되 아시아지역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 상품을 검토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기존에 25개 연금저축펀드를 세법개정안에 맞춰 약관을 수정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월17일 현재 신영자산운용의 신영연금60 증권 전환형 투자신탁이 321.6%로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고, 그 뒤를 한화자산운용의 한화연금증권전환형투자신탁이 280%가 넘는 수익을 달성했다. 반면 우리자산운용의 우리행복연금차이나인덱스전환자1[주식-파생재간접형]은 -53.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순범 우리투자증권 여의도광역센터 부장은 “연금저축은 노후대비를 위한 상품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계획에 맞춘 재무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회사 별 연금저축의 특징, 가입연령, 재무상황 등을 고려해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