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이동수단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기존 자전거와 전기 동력 모터를 결합시킨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이동수단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렇게 유럽에서 시작된 전기자전거 열풍은 이제 일본, 대만을 넘어 중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속도만 놓고 보면 전기차보다 빠르다. 네덜란드만 해도 전체 자전거 시장에서 전기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이른다. 프랑스는 지난 2009년부터 전기자전거 구매 시 400유로 한도 내에서 구매가격의 25%를 지원해주는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면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독일도 지난 2010년 15만대 정도가 판매돼 2006년(2만5000대)보다 약 6배 가량 시장이 커졌다.
전기자전거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이유는 우선 기술적용이 쉽다는 데 있다. 리튬이온전지로 대표되는 배터리 기술은 기존 자전거 제작 기술과 융·복합이 쉽다는 이점이 있다. 가격적인 측면도 시장 규모를 키운 요인이다. 시중 판매가가 대당 100만원으로 일반 레저형 자전거 수준이며 오토바이, 전기스쿠터에 비해서는 저렴하다.
전기자전거가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1970년대 중반 일본 전자기업 내쇼날과 산요가 합작으로 시험 삼아 개발한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 것은 1993년 일본 야마다가 파스(Pedal Assistance System·페달구동지원) 방식 제품을 개발하면서부터다. 이후 1990년대 말 중국, 유럽으로 흐름이 옮겨가면서 전기자전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체 이동수단이 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00만대,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8조원으로 추산된다.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바이크리서치는 전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이 오는 2018년 1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자전거 구동방식은 파스(PAS)와 스로틀(Thro-ttle) 두 가지다. 파스 방식이 페달을 구르는 속도에 비례해 전기모터가 돌아가는 것이라면, 스로틀 방식은 핸들을 돌리거나 버튼을 눌러 모터를 돌리는 형식이다. 지역별로는 일본·유럽시장이 파스 방식을, 중국·대만은 스로틀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전기자전거 시장에 두 방식이 양립하는 것은 자전거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라고 봐야 한다. 유럽, 일본의 경우 자전거 문화가 발달돼 자전거에 있어 전기모터의 역할이 구동을 돕는 보조 수단에 불과한 데 비해 중국, 대만은 오토바이 문화가 발달한 탓에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중간 형태인 스로틀 방식이 성장했다. 특히 중국은 스로틀 방식의 30만원 이하 저가형 전기자전거가 앞 다투어 출시되면서 소형 스쿠터 시장까지 잠식할 정도로 위상이 커지고 있다.
삼천리자전거, 2001년 국내 최초로 개발
이에 따라 전기자전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는 모습이다. 국내 처음 소개된 전기자전거는 지난 2001년 삼천리자전거가 선보인 솔타-E다. 300W급 모터를 장착한 솔타-E는 최고시속 20㎞로 한번 충전으로 최대 40㎞까지 갈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후 삼현을 비롯해 여러 자전거업체들이 뛰어들었지만 일반 자전거와의 가격차와 수요자 인식 부족으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0년대 말부터 시작된 탄소배출 제한과 유가 상승은 친환경 이동수단인 전기자전거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삼천리자전거가 지난 2010년 순수 국산기술로 만든 전기자전거 그리니티에는 삼성SDI가 만든 리튬이온전지가 장착돼 있다.
국내 대표 자전거 메이커인 삼천리자전거는 현재 팬텀XC, 팬턴시티 등 총 6개 제품을 출시해 판매 중이다. 산악용 자전거 MTB 수준의 기능을 갖춘 팬텀XC는 파스와 스로틀 방식 두 가지가 모두 적용돼 있다. 스로틀 방식으로는 최대 시속이 24㎞까지 나온다. 7단 변속 기어에 3~4시간 충전으로 최대 75㎞(PAS 1단 기준)까지 주행할 수 있다. 주행상태와 속도, 거리, 배터리 잔량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다. 가격은 110만~120만원대다.
자전거 메이커 알톤스포츠도 지난해 2월 전기자전거를 주력 생산하는 이알프스(e-ALPS)를 설립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알프스에는 현재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TMC가 지분 투자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TMC는 모터코어, 변압기 등 기계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현재 이알프스가 생산·판매하는 4개 전기자전거 모델에 모터를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배터리를 공급하는 이랜텍에서는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유승민 알톤스포츠 차장은 “현재 100만원대 초반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 판매를 발판 삼아 올해부터는 해외 수출도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S네트웍스도 지난해부터 벤처기업 파워라이드가 만든 ‘토마라이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현재 LS네트웍스의 자전거 매장 바이클로에서 17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전기자전거 업계의 이슈는 자동차 메이커·부품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풋루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4월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화제를 모은 풋루스는 세계 최초 체인 없는 전기자전거로 전력제어장치(ECU), 발전기(Alternator), 자동 전자변속 장치 등이 내장돼 있다. 오르막길에서는 스스로 기어를 변환하는 자동전자변속기능도 탑재돼 있다. 반으로 접으면 자동차 트렁크에도 실린다. 풋루스는 자동차부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만도가 연구·개발하고 계열사인 만도마이스터가 생산·판매를 맡고 있다. 풋루스의 등장은 전기자전거가 더 이상 자전거 제조업체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풋루스 출시로 오토바이와 자전거 사이 장벽이 사실상 사라진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것도 장착된 상당수 장치들이 기계부품보다는 전자장치에 가깝기 때문이다. 풋루스는 페달을 돌리면서 생긴 힘이 전기에너지로 바뀌면서 바퀴가 돌아가는 방식이다. 최고시속을 25㎞까지 낼 수 있다. 한번 충전으로 45㎞를 주행한다. 판매가격은 447만원이다.
국내에서는 만도가 첫 시작이지만 해외에서는 자동차 메이커·부품기업들이 전기자전거를 개발·생산하는 것은 일반화된 모습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전기차 기술을 약간만 변형시키면 만들 수 있는 것이 전기자전거”라며 “주 수익원까지 되기는 힘들지만 기술개발, 수익확보 차원에서 자동차 메이커들에겐 매력적인 시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의 스마트(Smart)의 경우 현재 ‘스마트 일렉트릭 바이크’라는 전기자전거를 출시해 유럽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자전거는 알루미늄으로 몸체를 만들어 일반 자전거보다 무게는 가볍지만 강도는 훨씬 높다. 최대 100㎞까지 주행이 가능하고 배터리용량은 400Wh, 출력은 250W까지 내도록 설계됐다.
현대차, 시장판도 변화 주시
경쟁사인 BMW는 ‘아이-페델렉(i-Pedelec)라는 브랜드의 전기자전거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기자전거는 바퀴가 16인치로 작지만 탄소강화소재와 알루미늄으로 프레임을 제조해 무게를 줄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BMW는 전기자전거를 자동차 엔진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또 폴크스바겐은 기존 스페어타이어 자리에 접이식 전기자전거를 탑재시켜 비상용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데다 자동차 고유의 디자인 철학을 집어넣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품 기업으로는 보쉬가 전기자전거 시스템을 개발해 푸조 등에 납품하고 있다. 일본기업 중에는 파나소닉이 로드EB라는 브랜드의 전기자전거를 개발해 현재 58만엔에 판매하고 있다. 한번 충전으로 150㎞까지 갈 수 있다.
반면 국내 대표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는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자전거와 관련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다른 완성차들이 이미 뛰어든 만큼 5년 후를 내다보고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도 “완성차 업체들의 진출로 레저용 시장으로까지 저변이 확대되면 전기자전거가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이 되는 것도 머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Mini Interview | 조범동 VM대표
‘유승호자전거’로 유럽 시장 공략
전기자전거 제조 벤처기업 VM의 조범동 대표(30)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회사를 차려,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고려대에서 과학기술경영정책 분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조 대표는 지난 2003년 중국 여행 중 스로틀 방식의 전기스쿠터를 보고 제품 개발의 힌트를 얻었다.
VM은 다른 대기업 자전거 회사와는 달리 온라인 위주로 판매되고 있다. 영화 ‘블라인드’에서 주인공 김하늘이 유승호에게 선물하면서 ‘유승호자전거’로 유명세를 탔으며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타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박원순자전거’로도 유명하다. ‘T-바이크’로 불리는 VM의 전기자전거 모델은 전·후륜, 기어내·외장에 따라 구분된다. 가격은 130만~160만원, 구동방식은 파스, 스로틀 모두 가능하다. 오는 7월에는 26인치(전륜, 기어내장형)를 100만원 후반대 가격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T-바이크는 IC소자를 활용한 PWM(펄스폭변조) 방식으로 효율을 높여 한번 충전으로 170㎞(PAS방식 LOW모드 기준) 주행이 가능하다.
“26인치는 이탈젯(이탈리아 소형 스쿠터 브랜드) 브랜드를 달고 유럽으로 본격 수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송도, 제주도에서 운영 중인 임대사업도 꽤 전망이 밝고요. 전기자전거는 전기모터가 일정한 동력을 보조해주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 효과가 일반 자전거에 비해 더 높다는 의학적 결과도 있거든요. 전기자동차에서 파생되는 스핀오프 기술이 더 많아지면 분명 비약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VM은 지난 3월 서울시가 발주한 공무원 출장용 전기자전거 공모사업에 삼천리, 알톤스포츠와 함께 입찰에 참여해 최종 납품권을 따냈다. 또 지난해 10월에 열린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본선에 올라 프런티어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여러 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