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내 고액자산가를 전담, 관리하는 WM(웰스매니지먼트)센터의 A팀장은 최근 한 고객으로부터 파생결합증권(DLS)과 관련해 문의전화를 받았다. 이 고객이 문의한 상품은 지금까지 국내 금융기관이 출시한 ‘주식+채권’형 복합상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고객이 궁금해 한 것은 ‘주식+채권’에다 간접부동산투자상품인 ‘리츠’와 외환거래방식 ‘FX’를 결합시킨 것이었다. 상품에 대한 이해도도 웬만한 투자전문가 이상이었다는 것이 A팀장의 설명이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분산투자’라는 흐름을 만들어냈지만 요즘 시장에서 주목받는 복합투자의 목적은 ‘위험(Risk) 분산’보다는 ‘수익률 향상’에 더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지난 5월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인하하면서 예·적금을 통한 이자수익은 더 줄어들게 생겼다. 현 금리 수준이라면 1억원을 예치해도 세금을 제외하고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연 300만원이 채 못 된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금리 내지는 마이너스금리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조원철 WM센터 팀장은 “최근 출시되는 멀티에셋·하이브리드 상품은 기존 펀드보다 1~2%포인트 더 수익률을 끌어올리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 펀드시장에서 인컴펀드가 주목받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인컴펀드는 배당이나 고정이자를 받는 구조로 돼 있지만 3~4가지 이상의 전혀 다른 종목이 패키지로 묶여 있어 기존 펀드보다 수익률이 1~2%포인트 가량 더 높다.

미래에셋증권이 판매한 복합형 ELS상품
미래에셋증권이 판매한 복합형 ELS상품

수익률 3~4% 올리기 위해 출시
일부 펀드는 인컴펀드보다 상품 구조가 더 복잡하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멀티에셋펀드는 일정수준의 수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려는 투자자 내지는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선호하는 투자자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시중은행 VIP PB센터가 판매한 하이브리드 상품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주식과 국고채, 원자재, 환율이 결합된 2년 만기형이다. 원금보장형으로 목표수익률은 연 7~8%였다. 이 상품을 판매한 한 시중은행 VIP담당 PB는 “주요 지수가 주 단위로 자동 밸런싱(재설정)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데다 원금보장형이라는 점이 고객들의 호평을 받은 이유”라고 말했다.

주가연계증권(ELS)과 신용파생상품을 결합하는 방식도 활발하다. ELS는 상품의 특성상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수익을 거두기 유리하다. 크게 스텝업형과 스텝다운형으로 구분되는데 그동안 많이 설계된 것은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내리면 수익을 거두는 스텝다운형이다. 코스피200지수, S&P500지수, 홍콩 항셍지수 등을 추종하는 ELS 수익률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연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주가의 변동성이 줄면서 수익률이 5~6%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지난 1월 대신증권은 기존 종목형 ELS에 신용파산스와프(CDS)를 결합시킨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고려아연과 한국가스공사 보통주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만기 1년짜리로, 기초자산가가 기준가의 6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야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옵션은 원금 보장형과 최소수익률 보장형으로 나뉜다. 원금비보장형을 선택하면 연 10.4%의 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돼 있다. 만기 이전에 고려아연과 한국가스공사가 파산, 지급불이행, 채무재조정 등과 같은 신용위험이 발생하더라도 기초자산 주가에 상관없이 연 1% 수익을 돌려주고 조기 상환된다. 대신증권은 이 같은 형태의 ‘프로텍션(Protection) 하이브리드 ELS’를 4월 말까지 7차례 발행, 43억원어치를 판매했다. 고재희 대신증권 파생상품영업부 팀장은 “최우량 종목인데도 종목형에 대한 관심이 너무 낮다보니 크레디트(신용) 발생이라는 옵션을 추가하는 결합형으로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대신증권은 지난해 금, 은 등 원자재 지수와 코스피200지수, S&P500지수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ELS를 선보여 4월 말까지 700억~800억원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출시한 아임유 DLS 264호는 3년 만기 6개월 단위 조기상환형으로 상환 예정일에 세 가지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100%(6·12개월), 95%(18·24개월), 90%(30개월·만기) 이상 시 연 9.50% 이자가 얹어져 되돌려 받는다. 만약 만기까지 상환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투자기간 동안 모든 기초자산의 종가가 최초기준가의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나중에 거두는 수익은 28.50%(연 9.50%)다.

미래에셋증권이 판매 중인 킹크랩은 두 가지 구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형 ELS다. 이 상품은 스텝다운형, 스텝업형 등 한 가지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여야 수익을 거두는 기존 ELS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구조다. 오히려 지금처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적어야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예컨대 ‘미래에셋 제4760회 킹크랩 ELS’는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연 6.45%의 수익을 지급하는 2년 만기 구조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지수가 기준시점 대비 40%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하지 않으면 연 6.45% 수익을 지급한다. 반대로 지수가 60% 이하로 떨어지거나 140% 이상 오르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3월21일부터 금융투자협회로부터 독창성을 인정받아 4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사용하고 있다. 부동산지수와 외환거래(FX)지수를 결합한 상품도 출시 중이다.

ELS+CDS 등 다양한 결합 시도
그러나 금리 수준이 여전히 바닥인 점과 원자재 가격이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악재로 꼽힌다. 구민상 동양증권 OTC마케팅팀 과장은 “ELS와 DLS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코스피지수와 원자재지수(금, 은)를 결합시켜봤는데 원자재지수 가격 하락세가 커 수익률은 연초보다 다소 빠진 상황”이라면서도 “지수하락세만 줄어도 수익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어설명

ELS : 개별 종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 일반적으로 코스피200, S&P500, 홍콩 항셍지수 등이 기준된다. 스텝업형과 스텝다운형이 있는데 스텝업형은 약정된 비율 이상 지수가 오르면 수익을 내는 방식이고 스텝다운형은 반대다.
DLS : ELS보다 기초자산 범위가 넓은 방식의 금융상품. DLS가 적용하는 기초자산은  장내, 장외 파생상품으로부터 환율, 원자재, 신용위험까지 다양하다. 
CDS : 대출이나 채권 형태로 자금을 조달한 채무자의 신용위험을 별도로 상품화시켜 파는  금융파생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