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4·1대책 후속 조치가 나오면서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분양시장의 바로미터인 미분양 가구수가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전국 미분양 아파트 가구수는 7만201가구로 한달 전(7만633가구)보다 432가구 줄었다.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악성물량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2만7905가구로 전월(2만7188가구)보다 717가구 감소했다.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리모델링 관련 규정이 완화되면서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수도권 집값이 다소 주춤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상승세로 돌아선 곳도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을 대세 반등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에서는 세제 혜택 부과로 인한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 조사에서 서울·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첫째 주 아파트값은 한주 전보다 서울이 0.05%, 수도권과 신도시는 모두 0.01%씩 하락했다. 재건축시장은 서울의 경우 0.24% 떨어졌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취득세 감면 종료 시한인 6월 말이 가까워오면서 가격을 낮춘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고 판세를 분석했다.
반면 전세시장은 오름세가 꾸준하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는 지난해 8월 말부터 41주 연속 가격이 상승했다. 함 센터장은 “하반기 역시 입주물량 감소로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선 전세, 후 매매’하는 100% 후 분양
매매시장은 불안하고 전셋값은 뛰는 요즘 주목받는 것이 ‘스마트 전세’다. 2~3년 정도 살아보고 매입을 결정하는 스마트 전세는 최근 시장 상황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공교롭게도 스마트 전세가 등장한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불어닥친 부동산 시장 불황과 연관이 깊다. 경기가 냉각되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미분양 타개책으로 내놓은 것이 스마트 전세의 전 단계인 ‘완전 프리미엄 보장제’다. 쌍용건설이 지난 2010년 부산시 구서동 쌍용예가 미분양 분에 실시한 것이 최초의 ‘완전 프리미엄 보장제’로 꼽힌다. 당시 쌍용건설은 입주를 7개월 가량 앞두고도 분양을 완료하지 못해 일부 미분양 가구에 대해 입주 때까지 분양가 대비 아파트값이 2500만원 이상 오르지 않을 경우 2500만원을 모두 돌려주는 제도를 처음 실시해 화제를 모았다. 그전까지 실시된 프리미엄 보장이 약정된 금액 이상 오르지 않으면 차액을 내주는 방식에 불과했다면 이 단지는 웃돈 전체를 상환해준다는 점이 차이였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미분양 해소법은 좀더 적극적이다. 스마트 전세는 그중 하나다. GS건설이 지난해 5월 고양시 식사동 ‘일산자이’에 도입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애프터리빙제’는 스마트 전세에 가장 근접한 분양 형태다. GS건설은 일산자이 일부 가구에 대해 보증금 20%만 내고 2년간 살아본 뒤 계약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거주 기간은 총 3년으로, 2년 내 계약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만약 계약자가 매입을 포기하면 중도금 대출 이자(계약자 부담 분 연 2%) 3년 치를 뺀 나머지 금액을 환불해준다. GS건설은 전체 가구 수의 5% 가량을 애프터리빙 방식으로 분양해 몇몇 가구를 제외하고는 거의 분양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기 GS건설 부장은 “완공 후 본인이 직접 살아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100% 완전 후분양 방식”이라면서 “실거주 후 예비 구매자의 만족도도 높을뿐더러 기존 계약자들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분양보증금은 신탁등기가 되기 때문에 시행사나 시공사가 부도를 내도 안전하다는 것이 GS건설의 설명이다.
GS건설의 시도 이후 스마트 전세는 수도권 곳곳에서 선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이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짓는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는 스마트 전세 일환인 ‘프리리빙제’로 분양 중이다. 이 단지는 분양금액의 20%만 내고 2년간 살아본 뒤 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입주계약과 동시에 소유권은 계약자 앞으로 이전된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중도금 60%는 건설사가 2년간 이자를 대납해주고 잔금 20%는 2년간 유예시켜 줘 계약자 부담을 크게 낮췄다고 설명한다. 다만 매달 부과되는 세대 관리비와 1년에 두 차례씩 내야하는 재산세는 계약자가 부담해야 한다.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방배동 롯데캐슬 아르떼’는 분양가의 50%만 내고 3년간 살아본 뒤 매매를 결정하며 매입을 철회하면 보증금 전액을 돌려준다. 또한 무상으로 발코니 확장, 천장 시스템 에어컨, 빌트인 김치냉장고 및 냉동고 등도 제공된다. 이 단지는 서초구 방배 2-6구역 단독주택을 재건축한 아파트로 지하 3층, 지상 10~18층, 11개동 총 744가구로 구성돼 있다.
신안건설산업도 경기도 김포시 감정동 신안실크밸리 3차 155㎡(47평)형, 198㎡(60평)형 미분양분 90여가구에 대해 2년간 살아보고 매입을 결정하는 프리리빙제를 실시하고 있다. 분양가의 30%는 보증금으로 내고 중도금 50%는 무이자로 대출, 잔금은 2년간 유예받는다. 계약과 동시에 소유권 등기가 이전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중도금 대출이자, 취·등록세, 재산세 등은 모두 시공사인 신안건설산업에서 부담한다는 것이 타 단지와 다른 점이다. 만약 2년간 살아본 뒤 구매를 포기하면 입주 시 낸 보증금 전액을 되돌려받는다. 이 아파트는 15개동 1074가구로 구성된 대단지로 지난해 5월 입주에 들어갔다.

중도금 이자·소유권 등기 여부 확인
그렇다고 해서 애프터리빙제, 프리리빙제가 100% 안심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위험요소도 있다. 일부 단지는 2~3년 후 분양 여부를 결정해도 계약과 동시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 소유 주택으로 간주된다. 무주택자 청약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밑그림은 나오지 않았지만 ‘행복주택’처럼 무주택세대를 위해 정부가 준비 중인 주거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또 대부분 소유권이 이전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계약자가 유주택자라면 1가구 다주택자로 간주, 재산세가 중과세될 수 있다. 만약 기존 보유 주택이 고가라면 종합부동산세 대상으로 분류된다. 현재 미분양 중인 이들 가구는 상당수가 대형 평형이어서 부과되는 재산세가 연간 100만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분양대금을 얼마나 돌려주는지도 사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가령 GS건설 일산자이는 2년 후 매입을 포기하면 보증금에서 중도금 이자를 뺀 나머지 금액만 돌려준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애프터리빙 방식을 실시 중인 곳은 대부분 165㎡(50평)형 이상 중대형 평형이다 보니 분양대금이 6억~8억원을 호가한다. 따라서 중도금 50%의 이자만 해도 한 달 이자가 50만~60만원이 되기 때문에 완벽한 전세로 보기는 힘들며 그보다는 월세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또한 건설사나 시행사가 파산하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급선무다. 아파트 개발사업은 건설사가 직접 시행, 시공을 책임지는 자체 사업도 있지만 건설사는 시공만 책임지는 도급사업 현장도 있다. 상대적으로 자체 사업장보다는 도급사업장이 위험도가 높다. 분양 환경이 악화되면서 시행사가 부도를 내게 되면 스마트 전세로 분양받은 세입자들은 최악의 경우 보증금을 다 날릴 수 있다. 김영수 방철환법률사무소 경매실장은 “일부 임대아파트에서 분양 전환 이전 건설사가 부도를 내 거주자들이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 스마트 전세 아파트에서 재현되지 말란 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재 스마트 전세를 시행 중인 상당수 시행사들은 해당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서 보증금 반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주택업계에서는 매입을 철회할 경우 거주 기간 중 파손된 물건에 대해 어느 부분까지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가급적 정확하게 서류상에 기재를 해두는 것이 나중에 불거질 마찰을 대비할 때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한 대형주택업체 임원은 “2~3년 살다보면 주택 설비들이 다소 노후될 수 있는데 만약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를 보지 않으면 추후 건설사, 시행사와 분양 계약자 사이 마찰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