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3년 3월 영국 런던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나룻배로 왕래하던 템스강 아래를 지나는 터널을 뚫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의 수중터널을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템스터널을 건설한 사람은 프랑스 출신의 영국 기술자 마크 브루넬(1769~1849)이다. 1815년 브루넬은 부두를 지나다가 우연히 배좀벌레조개(좀조개)가 구멍을 뚫어놓은 나뭇조각을 보고 굴을 효과적으로 뚫는 기술을 생각해냈다. 좀조개는 부두의 말뚝처럼 바닷물에 잠겨 있는 단단한 나무 속을 갉아먹으며 매끈하게 구멍을 뚫는 조개다. 브루넬은 좀조개가 자신의 껍데기를 이용하여 나무에 파고들어 톱밥을 뒤로 밀어내는 것을 관찰하면서 영감을 얻어 터널을 파는 굴착기계를 발명했고, 이 기계 덕분에 템스터널을 성공적으로 뚫을 수 있었다.

신간 <자연에서 배우는 청색기술>의 ‘청색기술’이란 생물체로부터 영감을 얻어 현대 산업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물영감(bioinspiration)과 생물을 본뜨는 기술인 생물모방(biomimicry)을 아우르는 ‘자연중심 기술’을 의미한다. 책의 기획자인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은 자신의 이전 저서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2012)에서 ‘청색기술’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생명체뿐 아니라 생태계 속에서 오랜 기간 동안 진화를 통해 최적화된 자연의 기본구조, 원리, 메커니즘 및 시스템을 모방, 응용하는 기술을 지칭했다.

20세기 초부터 자연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뛰어난 물질을 창조하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대표적인 예가 듀폰에서 비단을 모방해 개발한 나일론(1935)과 도꼬마리 씨앗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속칭 ‘찍찍이’라 불리는 벨크로(1948)다.

자연을 본떠 개발된 물질을 분야에 따라 분류해보면, 섬유 분야에서는 연잎 효과를 이용한 섬유, 상어와 돛새치의 미세돌기의 원리를 응용하여 와류(渦流)를 이용하도록 개발된 전신수영복, 모르포나비의 구조색을 이용한 모르포텍스 등이 있다. 접착제 분야에서는 도마뱀붙이 발바닥의 나노 섬모의 원리를 이용한 건식 접착제, 홍합의 접착성 단백질을 이용한 습식 접착제, 담쟁이덩굴의 점액을 이용한 의료용 접착제 등이 있다. 기능성 향상 분야에서는 전복 껍데기의 구조를 이용한 방탄 소재 등이 있고, 광 특성을 활용한 분야에서는 구조색을 이용한 인공 오팔이 있다.

소수성(疏水性)이란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하지 않아 물에 젖지 않는 성질을 말하며, 이와 반대로 표면이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하는 성질은 친수성(親水性)이라고 한다. 자연 안에서 소수성과 친수성이 함께 이용되는 사례로는 나미브사막풍뎅이를 들 수 있다. 나미브사막풍뎅이는 수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소수성 혹과 혹의 10분의 1 크기의 울퉁불퉁한 친수성 판이라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표면으로 덮여 있다. 친수성 표면에서 안개처럼 작은 물방울이 모여 이슬방울 정도의 크기가 되면 소수성 표면을 따라 흘러내려가서 자연스럽게 입 안으로 들어간다. 이런 방식으로 나미브사막풍뎅이는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수분을 섭취한다. 이 원리를 응용하여 MIT(매사추세츠공과대)의 루브너 교수팀은 친수·소수 복합 패턴을 제작해 부피가 작은 안개를 모아 물방울을 모으는 장치를 고안했다.

황경현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위원, 최영 중앙대 교수, 임성진 전주대 교수 등 국내 전문가 10여명이 3부로 나눠 집필에 참여한 책이다. 1부 ‘청색사상’에서는 청색기술이 등장하게 된 철학적, 경제적 배경을 설명하고, 2부 ‘청색기술’에서는 건축, 신물질 개발, 항공 기술, 도시 설계 등 청색기술이 응용되는 다양한 사례와 그 전망에 대해 살피고 있다. 마지막 3부 ‘청색경제’에서는 기존 과학의 틀에 갇힌 녹색경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류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는 청색기술이 실용화돼 창조적인 경제시스템으로 이어지기까지의 필요한 조건을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벨기에 출신의 저술가, 기업가, 환경운동가로 ‘자연중심 기술’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군터 파울리(1956~)의 글도 실려 있다.



NEW BOOK

하버드대학교 설득·협상 강의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
다니엘 샤피로 외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사업상 중요한 자리에서 감정에 휘둘려 낭패를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항상 감정을 잘 느낀다. 그러나 협상에서는 생각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감정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지 못한다. 하버드협상연구소의 책임자인 저자들은 협상을 할 때 지속적으로 바뀌는 수많은 감정들에 일일이 대처하지 않고 다섯 가지 핵심관점에만 전념해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협상에 나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정을 잘 다루는 ‘틀’을 제시한다.

최고의 전략은 무엇인가
반복 가능한 성공 공식을 찾아라

크리스 주크 외 지음/ 청림출판 펴냄

이 책은 놀라운 속도로 수익성 있는 성장을 달성해온 31개의 우량기업을 다루고 있다. 이들을 통해 알 수 있는 반복 가능한 성공 공식은 최근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의 경영자들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컴퍼니의 크리스 주크와 제임스 앨런은 새로운 것을 벌이려고 하기보다 조직의 내부로 시선을 돌려 자사가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을 반복해서 재현하라고 말한다.

린인(LEAN IN)
페이스북 성공 아이콘의 특별한 조언

셰릴 샌드버그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셰릴 샌드버그는 구글과 페이스북 초창기 임원으로 광고 수익모델을 만들어 연매출 수직상승의 신화를 이뤄낸 실리콘밸리의 성공 아이콘이다. 그는 분초를 다투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에릭 슈미트, 마크 주커버그와 같은 걸출한 인물들과 함께 일하며 수천명의 인재를 이끈 리더로서 겪은 경험과 지혜를 아낌없이 털어놓는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미래전쟁
첨단기술, 자원, 영토, 식량을 둘러싼
지구촌 대격돌 시나리오

안드레아스 링케 외 지음/ 영림카디널

9·11 테러로 촉발된 테러와의 전쟁, 전 세계적 금융위기 등 21세기는 이미 각종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각 국가들은 위험을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기보다 벌어지는 사태를 수습하기에 급급하다. 이 책은 기후, 인구, 자원, 대유행병, 정보기술 등 11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갈등과 위기 상황을 가상 시나리오로 그리고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 일심일언
이나모리 가즈오 일심일언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이 책은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가 인생과 일에서 얻은 지혜의 정수를 전하는 최초의 자기계발서다. 현실과 동떨어진 공리공론이 아니라, 바닥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일하고 살아오며 그의 인생으로 증명한 현실감 가득한 그의 ‘일심일언’은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이 보이지 않는 독자들에게 귀담아 들을 만한 조언이 될 것이다.

미래기억
다가올 성공의 문을 여는
생생한 이미지 능력

이케다 타카마사 지음/ 국일미디어 펴냄

사람의 두뇌 속에는 과거기억, 현재기억, 미래기억이 나뉘어 자리 잡고 있다. 미래기억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 바로 행동하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능동적으로 목표를 실천하는 변화심리학의 방법이다. 저자는 미래기억의 방법을 익히면 다이어트도 보다 쉽게 성공할 수 있으며 직장에서 상사에게 칭찬을 받으며 연봉을 높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