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만 하는 1차 산업으로서의 농업의 미래는 절망적이다. 하지만 생산(1차), 제조·가공(2차)에다 관광·체험(3차)을 융합시키면 희망이 생긴다. 최근 시도되고 있는 농업의 6차 산업화가 그것이다. 성공사례를 살펴봤다.

다양한 농사체험·토속음식으로 ‘힐링’…
생산에 가공·체험 결합돼 농촌마을도 소득증대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싶다면 이번 여름휴가 때는 농촌으로 떠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농촌 마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농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소박한 음식과 넉넉한 농촌의 인심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농촌진흥청은 지난 2002년부터 도시민이 다양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농촌전통테마마을을 발굴해 왔다. 이러한 농촌마을들은 단순한 농산물 생산 외의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됐고, 이 마을들을 방문한 사람들은 색다른 체험을 하며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다.


경남 남해 다랭이마을
층층의 계단식 논에서 모내기 체험 인기

다랭이마을의 계단식 논이 바다까지 펼쳐져 있다.
다랭이마을의 계단식 논이 바다까지 펼쳐져 있다.
남해 삼천포대교를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 1시간 남짓 달려 남해군 남면에 닿으면 길 아래로 마을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셀 수 없이 많은 층층의 계단식 논이 탁 트인 바다까지 펼쳐진다. 바로 다랭이마을이다.

벼와 마늘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던 오지, 다랭이마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되면서부터다. 2005년에는 108층의 다랭이 논 19만8000㎡(6만평)가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지정 명승 제15호로 지정됐다. 계단식 논의 옛 모습이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된 데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마을의 풍경이 뛰어나 연간 2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 연간 소득은 4억~7억원에 달한다.
마을 안에 들어서면 골목길을 따라 담벼락에 마을의 일상을 묘사한 각종 벽화가, 까만 지붕 위에는 꽃이 그려져 있다. 마을 중간쯤에는 사람의 성기 모양을 닮은 두 개의 커다란 바위가 있다. 마을의 자랑거리인 ‘암수바위’로 예부터 아이를 못 낳는 여자가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아이를 낳게 해준다는 전설이 있다.
암수바위를 지나면 ‘지게길’에 도착한다. 마을 조상들이 지게를 지고 땔감과 곡식을 나르던 길을 복원해 놓은 곳이다. 약 2.5㎞의 슬로투어 코스다. 지게길 아래로 마을 앞바다 작은 섬에 건너갈 수 있는 출렁다리가 있다. 아찔한 높이에다 출렁대는 통에 사람들은 간신히 다리를 건넌다.

남해 다랭이마을에서 가족단위 관광객과 외국인들이 손 모내기 체험을 하고 있다.
남해 다랭이마을에서 가족단위 관광객과 외국인들이 손 모내기 체험을 하고 있다.
매년 여름 개최되는 다랭이 논 축제에서는 다랭이 논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축제기간 동안 삿갓배미놀이를 시작으로 황소 써레질 체험, 손 모내기 체험, 미꾸라지 잡기, 논 썰매 타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농기구 써레를 이용해 계단식 논에서 써레질과 함께하는 손 모내기 체험은 가족 단위 체험객과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충남 홍성 거북이마을
학생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특화

충남 위(Wee)스쿨 학생들이 거북이마을에서 고사리 수확 체험을 하고 있다.
충남 위(Wee)스쿨 학생들이 거북이마을에서 고사리 수확 체험을 하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나와 30여분을 달리면 거북이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도로 옆 인도에는 유난히 붉은 원예용 꽃양귀비가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마을을 찾는 체험객들을 위해 주민들이 가꾼 꽃길이다.

거북이 목처럼 생겼다고 해서 구을목(구목)이라고도 불리는 충남 홍성군 구항면 거북이마을에는 오래된 종갓집 전통가옥들이 있어 전통마을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난 6월5일 찾은 거북이마을은 평일임에도 많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1박2일 일정으로 마을을 찾은 충남 위(Wee)스쿨 학생들은 고사리 밭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전날에는 콩 심기와 매실 수확 체험도 했다. 조재환군은 “농사일을 처음 해봤는데,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농부들이 새삼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거북이마을은 사회적기업인 지랑을 설립해 농촌체험프로그램 운영과 농특산물 판매 등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사리·결명자차 등 지역 농특산물을 재배해 판매한다. 보리고추장·동치미·피클 등의 가공품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피클 등은 인근 친환경 농업단지에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오이 등을 사다 가공한 것이다. 특히 마을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보리고추장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철 따라 운영되는 체험프로그램도 인기를 더하고 있다. 봄에는 쑥개떡 만들기와 손으로 모내기, 여름에는 옥수수 따기와 감자 캐기, 가을에는 보리고추장 담기, 겨울에는 김장 담그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계절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전통 제례·선비체험 등을 진행해 도시민들에게 전통문화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거북이마을은 농촌전통테마마을이자 농어촌인성학교로 지정돼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특화한 것이다.

전병환 거북이마을 위원장은 “마을자문협의회 교사들의 권유로 교과과정을 연계한 농촌체험학습을 도입했다”며 “주민 5명이 농어촌체험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주5일 수업제 토요프로그램 강사도 2명을 양성해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2002년 농촌테마마을로 지정된 거북이마을은 2009년 농어촌종합개발사업에 착수하면서 체험마을로서의 기반을 갖췄다. 지난해 이 마을 찾은 방문객은 2만명이 넘는다. 체험·숙박·가공품 판매 등을 통해 거둔 소득은 2억5000만원에 달한다. 농가 소득이 증가하면서 귀농·귀촌인구도 늘었다. 마을 전체 138가구 중 귀농가구는 29가구다. 귀농을 꿈꾸며 이 마을을 찾았던 김일균씨는 이 마을의 총무를 맡고 있다.

전병환 위원장은 “처음에는 주민들의 반대로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며 “하지만 소득이 늘면서 삶의 질이 높아지자 반대하던 주민들도 이제는 마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 달오름마을
바가지에 비벼먹는 비빔밥 자랑거리

오름마을을 찾은 외국인들이 흥부잔치비빔밥을 먹고 있다.
오름마을을 찾은 외국인들이 흥부잔치비빔밥을 먹고 있다.
전북 남원시 달오름마을은 지리산 둘레길 2코스와 3코스 사이에 위치해 있다. 지리산 자락의 빼어난 주변 경관이 자랑이다. 남서쪽으로 지리산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1165m)과 덕두산(1149m)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북쪽에는 운봉에서 발원한 광천이 흐른다.

달오름마을의 유래는 고려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380년 인근 황산에서 이성계 장군이 왜장을 물리치기 위해 진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믐밤이라 적군과 아군을 분간하기조차 힘들 정도여서 제대로 공격할 수 없었다. 이성계가 하늘에 “이 나라 백성을 굽어 살피시어 달을 뜨게 해 주소서”라며 간절히 기도를 하자 거짓말 같이 보름달이 환히 떠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이성계의 기원에 하늘이 땅속의 달을 끌어올렸다고 해서 인월(引月)이라 불리게 됐다. 황산에는 이성계 장군이 왜구를 물리친 것을 기려 세워진 황산대첩비가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바래봉과 덕두산을 오르는 길에 흥부골 자연휴양림이 있다. 달오름마을 인근에 흥부 생가가 있었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됐다. 복원된 흥부 생가 앞에는 연못과 함께 방갈로가 만들어졌다. 휴양림 인근에는 수령 50년 이상의 잣나무가 군락을 이뤄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달오름마을에서는 전통문화와 유기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다도체험장에서는 전통차 한잔으로 추억 만들기가 가능하다. 마을에서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로 달떡 만들기, 고추장 담그기, 약선 만들기 등의 음식체험도 할 수 있다.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다. 봄에는 산나물·고사리 채취, 화전 부치기, 휴양림 산책, 바래봉 철쭉제 등이 있다. 여름에는 감자·옥수수·방울토마토 수확, 계곡 물놀이, 다슬기 잡기, 삼림욕 등을 즐길 수 있다. 가을에는 흥부 박타기, 바가지 만들기, 고구마·감자 캐기 등이 있다. 겨울에는 김장하기와 눈썰매 타기가 준비돼 있다. 기체조는 연중 체험이 가능하다.
아이들이 달오름마을에서 감자 수확 체험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달오름마을에서 감자 수확 체험을 하고 있다.
 

달오름마을의 주요 먹을거리로는 한방백숙·추어탕·주먹밥 등이 있다. 특히 비빔밥을 박 바가지에 비벼 먹는 ‘흥부잔치비빔밥’의 인기가 높다. 김가루를 제외하고는 모든 재료가 마을에서 무농약으로 생산한 것이다. 주요 재료는 고사리·무채·콩나물·표고버섯·당근채·시금치·고추장 등이다.

달오름마을은 2003년 농촌전통테마마을 사업을 바탕으로 체험마을로 체계화됐다. 이 마을의 연간 체험객은 3만명에 이르며, 연매출은 6억3000만원에 달한다.

황태상 달오름마을 위원장은 “그동안 입소문이 퍼져 올해에는 외국인도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돼 마을 주민들과 함께 손님맞이에 분주하다”고 밝혔다.


강원 횡성 고라데이마을
깊은 산속 아름다운 자연으로 ‘힐링’

고라데이마을에서 체험객들이 심마니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고라데이마을에서 체험객들이 심마니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고라데이는 ‘골짜기’를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다. 해발 900m가 넘는 발교산, 병무산, 수리봉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6·25전쟁도 피해 갈 만큼 주위가 온통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오지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고, 등산로가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원시적인 자연경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원래 화전민의 후손들이 살던 작은 두메산골이었던 이 마을은 2004년 농촌테마마을사업을 시작으로 2006년 팜스테이마을, 2010년 농어촌 휴양마을로 지정돼 체험마을로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계절별로 차별화한 테마관광과 전통 문화체험이 특징이다. 대부분 이 지역의 자연 자원을 그대로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봄에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수달래꽃을 감상할 수 있는 봄꽃 트레킹이 유명하다. 산나물 캐기 체험과 심마니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심마니 체험에서는 한 가족이 장뇌삼 한 뿌리를 캐 갈 수 있다.

여름에는 횡성의 특산물 복분자와 함께 오미자·옥수수 따기 체험이 인기다. 봉명폭포에 들러 시원함을 만끽하는 것도 좋다.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단풍 트레킹이 유명하다. 감자와 고구마를 캐는 수확 체험도 즐길 수 있다. 겨울에는 시골 가옥의 온돌과 구들을 체험할 수 있다.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썰매타기와 쥐불놀이 등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한다. 당나귀마차 체험, 명상·인디언캠프 등은 연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흙벽돌로 쌓아 지은 전통가옥의 황토방에서 편안한 휴식과 수면을 취할 수 있으며, 아궁이에서 불을 지펴보는 별스런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마을에서 먹을 수 있는 산골 음식으로는 산채한방 비빔밥과 한방 백숙이 유명하다. 감자떡과 감자옹심이 같은 강원도 토속 음식들도 별미다. 메밀전병과 단호박죽은 이곳만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 인기가 높다.

횡성의 주변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도 좋다.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에 있는 풍수원 성당은 강원도 최초의 성당이다. 고딕식 벽돌양식의 효시로도 꼽히며 100년 가까운 풍상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도자기의 불모지인 강원도에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맥을 되살려온 장송모 도연구원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직접 물레를 돌리고 자기를 빚어 볼 수 있다.

이재명 고라데이마을 촌장은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마을의 평균 소득이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소규모 테마 수학여행 등을 유치해 농촌 체험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