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양적완화(QE) 축소 방침이 알려진 후 주식, 채권 등 주요 재테크 시장이 뒤숭숭하다. 신흥국으로 분류되던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주식시장은 약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거두던 채권시장도 QE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형국이다. QE 축소를 대비한 투자전략을 살펴봤다.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시사하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시사하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김태홍 그로쓰힐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4월 초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1.8%였을 때 미 증시의 상장지수펀드(ETF)인 ‘Direxion Daily 20-Year Treasury Bear 3X(종목 기호:TMV)’에 투자를 했다. 이 ETF는 금리가 상승할 때 수익이 생기는 ‘미국 국채 인버스 ETF’의 일종으로, 단순한 금리 상승에서 생기는 이득의 3배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김 대표의 투자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QE: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해 돈을 푸는 것)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 금리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지난 6월 말 이 ETF를 매각했을 때 금리는 연 2.4~2.5%대. 김 대표는 이 ETF 투자로 2개월 만에 약 30%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미국 시장 금리가 연 2.2% 떨어진다면 향후 상승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다시 미국 국채 인버스 ETF 매수 전략을 사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19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2014년 양적완화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주식·채권·원자재 등 거의 모든 투자 자산의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반 대중의 ‘매스 머니(Mass Money)’에 앞서 움직이는 현명한 투자자들의 ‘스마트 머니(Smart Money)’는 양적완화 축소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신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금리 상승에 베팅

그런데 양적완화 축소와 중단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적완화 축소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TIP1 참조). 그렇지 않으면 시장의 단기 급등락에 휩쓸리게 된다. 투자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에 대비한 투자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중요한 키워드로 △시장 금리 상승 △미국 경기 회복 △신흥국 자금 유출 등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일단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이 돈줄을 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이미 지난 5월 이후 미국 시장 금리가 상승세를 타면서 전 세계 시장 금리가 따라 올랐다. 이런 상황에선 시장 금리가 상승했을 때 수익이 나올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찾아야 한다.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이나 채권형 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거꾸로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국채 인버스 ETF’가 있다. ETF는 증시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거래가 간편하고, 일반 펀드와 달리 수수료도 저렴하다. 우리나라 증시에는 ‘미래에셋 TIGER 인버스 국채 3Y’란 ETF가 상장돼 있다. 이 상품은 금리 상승에서 나오는 이득만큼 수익이 나도록 설계돼 있다. 해외 ETF를 이용해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투자할 수도 있다. ‘ProShares Short 20+ Year Treasury(종목 기호: TBF)’ 등 프로쉐어즈가 다양한 인버스 ETF를 내놓고 있다. 앞서 소개한 김태홍 그로쓰힐투자자문 대표가 투자한 ‘Direxion Daily 20-Year Treasury Bear 3X(종목 기호:TMV)’는 금리 상승에서 생기는 이득의 3배 수익을 돌려주도록 설계돼 있다. 

변동금리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방법이다. 최근 증권사들은 미국의 시니어론(Senior Loan)에 연계된 펀드를 판매하기도 한다. 시니어론은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미국에서 비교적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회사를 대상으로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되 변동금리로 대출하는 상품이다. 이를 기초로 만든 금융상품은 금리가 상승하면 그 상승분만큼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보험사에서 내놓는 금리연동형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금리 상승 시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생명보험 업계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전체 초회보험료 30조7113억원 중 88%(27조298억원)가 금리연동형이었다. 액수로는 전년(8조9486억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장춘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연동 보험 상품은 한 달마다 시중금리에 연동돼 공시 이율이 적용된다는 측면에서 금리 상승 국면에서 보다 높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최저보증 이율도 약 4%대이기 때문에 가입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 자료 : 데이터스트림, 7월5일 종가 기준

글로벌 ETF 시장 규모 추이

※ 자료 : 도이체방크

미국 경기 회복에 투자

양적완화 축소의 두 번째 키워드는 미국의 경기 회복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경기 회복 수혜를 얻을 수 있는 투자 상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아직 미국의 경기 회복은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무턱대고 미국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미국 부동산 관련 ETF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ETF는 ‘iShare DowJones U.S. Real Estate Index Fund(종목 기호: IYR)’로 부동산 관련 ETF 중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하다. 최근 1년 수익률은 20% 정도다. ‘SPDR S&P Homebuilders(종목 기호: XHB)’란 주택 건설 업체 주식에 투자하는 ETF로 최근 1년 수익률이 60%에 육박한다.

 미국 경기 회복에 따라 미국의 성장주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국의 성장주들을 직접 고르는 방법도 있겠지만, 종목 선정에 자신이 없다면 미국 시장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것은 ‘SPDR S&P 500 ETF Trust(종목 기호: SPY)’이다. 이 ETF는 미국 증시의 대표적인 지수인 S&P 500의 상승률을 그대로 수익으로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은 달러 강세 추세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달러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은행의 ‘달러 표시 외화 예금’이나 증권사의 ‘달러화 RP(환매조건부채권)’ 등이 이런 상품이다. 두 상품은 1년 만기 금리가 1%대로 낮지만 달러 강세가 되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 재검토

마지막으로 양적완화 축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일은 신흥국에서 주식·채권 자금이 유출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산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에서 신흥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 비중이 높지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채권에 대해 과다한 투자를 한 경우가 많은데, 이미 투자자들이 정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만 3조원,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2조3000억원이 몰렸던 해외채권형 펀드에선 6월에만 1조3000억원 이상 빠져나갔다. 연 10% 안팎의 고금리에 비과세 상품이라는 장점에 4조원 넘게 팔린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도 걱정이 많다.

이런 경우 오래전에 투자를 시작해 이익을 냈다면 이익을 실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미 손실을 본 경우엔 시장 상황이 좋아질 때마다 조금씩 투자금액을 줄이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금화한 투자금은 하루만 투자해도 연 2.5% 수준의 확정금리를 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연 2.6% 내외의 수익률이 나오는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두고 더 좋은 투자처를 찾을 필요가 있다.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 경제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관련 ETF에 대한 전망이 밝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주식거래 현황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 모습.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 경제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관련 ETF에 대한 전망이 밝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주식거래 현황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 모습.



Tip  해외 ETF 투자법

연 250만원 이내 이익 비과세


양적완화 축소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금융상품을 선택하다 보면 해외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엔 어떻게 투자할 수 있을까.

해외 ETF에 투자하기 위해선 증권사를 찾아 계좌를 열고 해외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종목 기호를 가지고 투자하고자 하는 ETF를 찾아 매수하면 된다. 다만 해외 ETF는 올해 3월 말 현재 4800여개에 달하기 때문에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나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매도 시점을 잘 고려해 매수할 때와 반대로 매도를 하면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 주식형 ETF에 투자하는 경우엔 세금이 없으나, 해외 ETF에 투자하는 경우엔 해외 주식 투자와 같이 양도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양도세율은 22%인데, 연간 기본공제가 250만원이 있어 수익이 250만원을 넘지 않으면 세금을 낼 필요는 없다. 다만 해외 ETF 투자에서 나오는 수익은 금융소득이 아니라 양도소득으로 보기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아니다. 한편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를 고려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 나오는 수익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으로 간주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Tip  | 미국 양적완화 축소 의미

급격한 금리 인상 현실적으로 어려워

미국의 양적완화는 2008년 후반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됐다. 2008년 12월 당시 금리를 제로금리(0~0.25%)까지 내린 미 연준은 더는 금리를 낮출 수 없게 되자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이고 대신 돈을 푸는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시장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양적완화 축소는 그 반대의 의미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 연준은 경기가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면 언제든지 양적완화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려고 해 왔다. 또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그간 떨어졌던 시장금리는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양적완화에도 미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풀린 돈은 상대적으로 경기가 나았던 중국, 인도 등 신흥국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버블(거품)을 낳았다. 그렇다면 양적완화가 축소되면 이들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질 것이고 거품도 빠질 것이란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미 연준은 양적완화 축소가 급격하게 일어나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씩 시장에 신호를 줘 왔는데, 최근 시장은 작은 변화에도 격렬하게 반응하는 양상이다.

미 연준은 지난 5월 초 통화정책 결정을 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나고 나서 발표문에서 “노동시장과 기대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라 자산 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줄일 준비가 돼 있다”고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제시했다. 5월22일에는 버냉키 의장이 의회 발언에서 “앞으로 몇 번의 회의(next few meetings)에서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연내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6월19일 기자회견에서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가 연준의 전망대로 간다면 올해 하반기 중에 자산 매입 축소를 검토하고 내년 중반쯤 자산 매입을 중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 단계 더 진전된 얘기를 했다.

이런 사정을 볼 때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빠르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시장금리가 오르긴 하겠지만, 그 상승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