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아파트 월세에서 시작한 수익형 임대사업이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을 거쳐 호텔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보통 호텔하면 거대자본을 떠올리지만 최근 전국 곳곳에 들어서는 비즈니스호텔 중에는 아파트, 오피스텔처럼 개인이 객실을 분양받아 전문업체에 위탁운영을 맡겨 수익을 거두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들어선 라마다동탄호텔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들어선 라마다동탄호텔

수익형 임대사업에 대한 관심이 비즈니스호텔로 확산되고 있다. 은퇴 인구 증가로 안정적인 월 수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달라진 투자환경과 관광객 수 증가로 인한 외국인 체류 숙박시설 부족이 맞물리면서 최근 투자자들 사이 분양형 숙박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분양형 숙박시설이 전혀 새로운 투자 상품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분양된 코업레지던스, 바비앵서울 등 서비스드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의 경우 상당수가 비즈니스호텔 방식의 중장기 숙박시설로 분양됐다. 하지만 오피스텔 용도를 변형시켜 만든 탓에 서비스드레지던스는 호텔업계의 반발을 불렀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4월 대법원은 업무용으로 허가받아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서비스드레지던스의 영업활동이 불법이라고 판결하면서 분양시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가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활형 숙박업’ 조항을 추가하면서 분양형 숙박시설이 또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행법상 관광숙박업(호텔)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 감독하지만 모텔로 대표되는 일반숙박업 시설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현재 정부는 일반주거지에서 일정거리 떨어진 상업용지에 짓고 소방시설, 주차 기준 등 내부 설계를 호텔 수준까지 맞추는 경우에 한해 생활형숙박업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또 이미 지어진 서비스드레지던드의 경우 이 같은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기존 분양자들의 100% 동의를 얻기만 해도 용도변경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바꿨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학교정화구역에 있거나 준공업지역에 위치한 곳들은 숙박형 시설로의 전환이 힘들다. 이러다보니 이미 지어진 오피스텔 중에서 숙박시설로 업종을 전환한 곳은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서울과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서울 등 2~3곳에 불과하다.

제주 서귀포에 짓고 있는 분양형 숙박시설 디아일랜드블루
제주 서귀포에 짓고 있는 분양형 숙박시설 디아일랜드블루
생활형 숙박업으로 등록해 영업

하지만 정작 신규 분양시장에서 분양형 숙박시설은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과잉공급된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기존 월수익형 상품의 수익률이 하락하는 것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시각이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신촌, 동대문, 명동 등지와 가까운 곳에서는 최근 분양형 숙박업시설을 준비 중인 개발 사업장이 상당하다. 개발은 투자자들의 분양대금을 받아 짓지만 운영 일체는 전문 관리업체에 일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운영해 거둔 수익금은 매달 투자자들에게 지급된다. 표종민 제이엔피홀딩스 대표는 “분양대금이 1억5000만원 미만으로 최근 분양되는 부동산상품치고 상대적으로 소액인 데다 객실별로 구분등기가 돼 자유롭게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고 투자매력을 설명했다.

이들 분양형 숙박시설은 웨딩홀, 레스토랑 등 1급 이상 고급 호텔에 들어서는 부대시설을 없애고 건물 전체를 객실 위주로 구성해 개발 비용을 크게 줄였다. 주거용도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1가구2주택에 해당되지 않는다. 일반세율(6~38%)을 기준으로 양도세가 부과되며 종합부동산세 대상도 아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부가세 환급도 받는다. 더군다나 이들 비즈니스호텔은 대부분이 중저가형 호텔을 표방하고 나서 객실료도 1급 이상 고급호텔에 비해 저렴하다. 일부 시설에는 투숙객이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시설까지 갖춰 놓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시설은 1주일 이상 국내 체류해야 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들어선 라마다동탄호텔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06년 60여㎡ 규모 객실을 2억원대에 분양한 라마다동탄호텔은 2008년부터 영업에 들어가 현재 평균 85% 수준의 객실가동률을 기록 중이다. 이성백 라마다동탄호텔 지원팀장은 “2년간 연 8.5%(부가세 별도) 수익 제공을 약속하고 분양했으며 약정기간이 끝난 지금도 세금을 뺀 순수익률이 연 8.9%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마다동탄호텔이 성공을 거두면서 인근에 비슷한 형태로 분양되는 사업장도 등장하고 있다. 경인일보 자회사인 하이엔드는 수원시 인계동에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의 비즈니스호텔 하이엔드를 일반분양 방식으로 분양했다. 300여실로 1차 분양가가 3.3㎡당 790만원, 2차는 3.3㎡당 820만원에 분양됐다. 오는 11월 오픈 예정인 하이엔드 비즈니스호텔은 분양자에게 연 7%대 수익을 5년간 보장해준다.

관련업계에서는 인근에 위치한 삼성전자 기흥, 화성사업장과 협력업체를 찾는 해외 바이어 수요가 주말, 주중 관계없이 꾸준한 것이 라마다동탄호텔과 하이엔드호텔의 분양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수원에 위치한 한 글로벌 비즈니스호텔 체인 관계자는 “최근 완공된 호텔이 늘어나 객실가동률이 80~85%대로 떨어졌지만 약정수익을 지급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에 지어진 오피스텔 중에서도 분양형 숙박시설로 변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초동 강남역 푸르지오 시티는 당초 오피스텔로 계획됐지만 최근 서비스드레지던스로 업종을 변경하고 재분양에 나섰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공급과잉 문제에 처한 상당수 오피스텔들이 관련 규정에 저촉되지 않을 경우 업종을 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 건립되는 오피스텔만 3만742실이다. 입주물량이 급증한다는 것은 수익률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114가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오피스텔 수익률은 5.8%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호텔은 여전히 공급부족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호텔 수요는 3만6000여실이었지만 공급량은 2800여실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형 숙박시설 열풍은 최근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제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제주도는 올 7월 현재 외국인 관광객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등 관광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7월10일 현재 제주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99만3973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런 속도라면 목표치인 200만명 돌파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관광객 증가는 주로 중국인들이 주도하는 형국이다. 지난 6월29일의 경우 하루 동안 1만156명의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찾아 단일국가로는 처음으로 하루 1만명 입국 기록을 세웠다.

최근 입주를 마친 제주 서귀포 오션팰리스
최근 입주를 마친 제주 서귀포 오션팰리스
제주에 숙박시설 건립 홍수

중국인들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제주를 찾으면서 제주시내에는 이들을 겨냥한  숙박시설 건립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들어 숙박시설은 특급호텔보다는 중급 비즈니스호텔이 주류를 이룬다. 하루 객실료가 5만~6만원대로 중저가 관광을 즐기려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롯데호텔이 내년 2월 개관을 목표로 제주시 연동 옛 제주일보 자리에 2200실 규모의 프리미엄급 비즈니스호텔을 준비 중이며 호텔신라도 같은 연동 소재 옛 신한백화점 자리에 비슷한 형태의 비즈니스호텔을 짓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롯데호텔은 현재 공사 중인 롯데시티호텔제주 1~3층에 연면적 8000㎡의 면세점을 열어 중국인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제주도 방문을 희망하는 중국인들이 1억명에 이른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로 최근 제주는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맛보고 있다. 때문에 제주도 내 중저가 리조트와 호텔은 현지 여행사들이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입도선매식으로 이미 1년치 숙박권을 확보하는 등 숙박시설 경쟁이 치열하다.

제주시 한림읍에 들어선 고급 리조트 단지 ‘라온 프라이빗타운’ 내 호텔에도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또 라온건설이 개발한 라온프라이빗타운의 상당수 주택은 이미 중국인 소유로 넘어갔다. 라온레저개발 관계자는 “투자이민 적용(5년 후 영주권 부여)을 받는 5억원 이상의 대형 평형에 중국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전체 934가구 중 미분양 가구가 100가구 미만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숙박난이 커지면서 제주도 내에 들어서는 분양형 숙박시설도 늘어나 서귀포시내 지하 5층, 지상 11층 규모로 분양된 오션팰리스는 최근 공사를 마치고 문을 열었다. 오션팰리스는 현재 257실로 구성돼 있다. 시행업체가 확정수익률로 제시한 이익금은 확정수익률 기준 실투자금 대비 연간 10.45%다. 서귀포시 성산읍에서는 디아일랜드블루가 분양형 숙박시설 형태로 분양됐다.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디아일랜드블루는 지하 2층~지상 11층 규모이며 전용면적은 24.5~69.2㎡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마라도의 관문과도 같은 모슬포항 인근에도 현재 지상 7층 규모로 생활형 숙박시설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행사는 전체 276개 객실로 구성된 이 숙박시설의 분양가를 3.3㎡당 1100만원 선으로 준비 중이며 분양평수는 12.68㎡ 정도다. 현재 개발사는 10년 장기계약 형태로 연간 10.4%를 확정수익률로 제시하고 있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부산, 경북 구미, 강원 속초·정선 등 대기업 공장 인근 도시나 유명 관광단지 등에서 최근 분양형으로 숙박시설을 짓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생활형 숙박시설을 분양받을 때도 주의할 점은 분명히 있다. 호텔은 일반 부동산 상품에 비해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올 초 터진 북핵 리스크와 엔저 여파로 관광수요가 크게 줄면서 상당수 호텔들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김곤중 아벤트리리츠 대표이사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1100만 관광객 중 일본인이 300만명, 중국인이 200만명, 나머지 국가가 600만명이었는데 올 들어 엔저와 한·일 간 외교 갈등, 북핵 리스크가 터지면서 일본인 관광객 수가 크게 줄었다”면서 “중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난다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지난해보다는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즈니스호텔과 같은 중저가 숙박시설은 객실가동률이 최소 80% 이상은 돼야 연 8%대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수익률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최근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공급과잉 논란도 쉽게 여길 부분이 아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19일 현재 서울시내에만 88곳 1만3487실의 비즈니스호텔이 지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전체 호텔 객실의 50% 수준이다. 한 특급호텔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와 숙박시설 부족만을 강조한 것이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대량의 호텔 공급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게스트하우스 등 저가형 민박시설까지 감안할 때 현재 공급량은 지극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곤중 대표도 “정부가 예상하는 것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10%씩 늘어나면 문제가 없겠지만 여러 변수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관광 수요가 줄어들면 자칫 과잉공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 시중은행은 내부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1년에는 수요(필요 객실 수)보다 공급(실제 객실 수)이 1983개 적지만 2016년이 되면 수요 대비 공급이 2만2000여개나 초과돼 상당수 비즈니스호텔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화성 라마다동탄호텔 객실 내부
경기 화성 라마다동탄호텔 객실 내부


공급과잉 논란도 제기

공급과잉과 수요 감소는 분양형 숙박시설에는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는 “호텔사업은 용도 전환이 불가능한 데다 땅값이 비싼 곳에 들어서 개발비용이 많기 들기 때문에 적정운영수익을 거두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면서 “관광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지역이 수익률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년 전 부산에 건립된 한 분양형 숙박시설은 분양 당시 8% 확정수익을 보장했지만 개장 후 영업실적이 부진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확정수익금을 돌려주지 못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확정수익률에 대한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분양 전에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