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와 ‘저수익’으로 신규 고객이 ‘줄어드는’ 이른바 ‘3저(低)’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은행마다 신규 고객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낮아진 금리 탓에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불황에도 나름 선전한 히트 금융상품이 있다. 각 은행들이 뽑은 상반기 히트상품과 트렌드를 짚어봤다.

상반기 금융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한, 말 그대로 ‘혼돈의 연속’이었다. 그만큼 시중 자금이 돈 굴릴 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은행 상품 중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곳은 저축예금, 개인 및 법인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기업자유예금 등 수시입출식 상품이었다. 상반기 수시입출식 상품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29조9797억원(12.3%) 늘어난 273조7406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처 못 찾은 자금, 초단기 상품 몰려

수시입출식 자금은 즉시 현금화시킬 수 있는 단기 자금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수시입출식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대기 유동자금이 많다는 방증이다. 김영돈 TNV어드바이저 센터장은 “상반기에는 소득세법 개정, 금리변동성 확대, 주가 급등락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대거 수시입출식 예금으로 몰렸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기예금은 감소세를 기록했다. 한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560조8348억원이었던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546조9247억원으로 13조9101억원 가량 줄었다. 한 달 뒤 7월 통계에서는 반대로 수시입출식 잔액이 줄고 정기예금은 약간 늘어났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변화라는 시각이 많다. 현재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3%대 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시중은행들이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고 있는 상품은 정기적금이다. 정기적금은 그동안 편리성 면에서 예금보다 떨어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1년까지 연 3.96%였던 정기예금보다 낮았던 정기적금 이자(연 3.90%)가 올 5월에는 역전은 물론, 약 1%포인트(정기예금 3.11%, 정기적금 연 3.89%) 차이로 벌어졌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시중은행들은 정기적금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태세다. IBK기업은행이 판매 중인 ‘IBK흔들어적금’은 10명 단위로 그룹지어 모이면 최고 0.8%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이다. 스마트폰에 ‘IBK흔들어적금 앱’을 설치한 뒤 자동이체 조건(이체일·월 납입액)이 같은 사람끼리 그룹을 만들어 멤버를 늘리면 10명 이상은 0.1%포인트, 20명 이상은 0.3%포인트, 30명 이상은 0.6%포인트 금리를 보너스로 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세 번 이상 적금을 부으면 추가로 0.2%포인트를 더해주기 때문에 최대 연 0.8%포인트를 우대금리 형태로 제공받는다. 최고 금리를 적용할 경우 6개월짜리는 연 2.95%, 1년은 3.65%, 2년은 3.75%에 이른다. IBK기업은행은 자사 고객이 아니거나 해당 금융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도 그룹 멤버로 인정해준다. 지난 3월에 출시한 이 상품은 지난 8월14일 현재 11만5000계좌(1254억원)를 돌파하는 등 상반기 IBK기업은행의 최대 히트 상품으로 꼽혔다.

KB국민은행의 스마트폰 전용 적금 상품 ‘KB Smart★(스마트스타)폰 적금’은 수시로 돈을 부을 수 있다는 점에다 젊은 층을 위한 다양한 시각적 요소가 더해져 지난 상반기 KB국민은행 최대 히트상품에 선정됐다. 고객은 6~36개월 사이 월단위로 선택해 입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납입금액 역시 최초 1만원 이상 넣은 후 그 다음부터는 월 1000~10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다. 금리는 1년인 경우 최고 연 3.6%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상품에는 고객이 상품 가입 시 받은 추천번호를 다른 사람이 신규로 계약할 때 입력하면 추천인과 해당 고객 모두에게 연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주는 추천우대이율 서비스가 있다. 또 만약 고객이 커피를 마시지 않고 대신 ‘커피’라는 아이콘을 누르면 자동으로 5000원이 적금 통장에 입금된다. 이 적금 상품에는 커피 외에 외식, 택시, 술 등 총 20개 아이콘이 만들어져 있다. 아이콘 클릭 횟수가 연 10회 이상이면 연 0.1%포인트, 20회 이상이면 연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받는다. 국민은행 홍보부 이진화 대리는 “경기 침체로 안전자산인 예·적금의 상대적 매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KB Smart★(스마트스타)폰은 적금 커피, 술값 등 소비를 줄여 적금을 부으려는 젊은 층 사이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이러한 적금 출시 열풍에 대해 일부에서는 ‘꼼수’라고 비판한다. 적금의 경우 실제 만기를 채워 목돈을 받는 경우가 전체 70%에 불과하다. 중도 해지하면 고객이 받는 이자는 0.1%이기 때문에 은행입장에서는 예금보다 약간 금리를 더 준다고 해도 손해 볼 장사가 아니다. 미래 잠재고객인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에 모바일이 적당한 홍보수단인데, 모바일의 특성상 예금보다는 적금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6개월짜리 초단기 예금 상품에만 관심을 보이던 고객에게 향후 금리 상승을 대비해 1~3년짜리 정기적금을 판매하는 것이 은행입장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시 3개월 만에 수신고 1조원을 돌파한 한국씨티은행의 ‘쑥쑥 자라는 콩나물 예금통장’
출시 3개월 만에 수신고 1조원을 돌파한 한국씨티은행의 ‘쑥쑥 자라는 콩나물 예금통장’


일정기간 통장 잔고 유지해야 이자혜택

올해 상반기 정기예금 시장은 MMDA형이 주도했다는 평가다. 경기 불황으로 재테크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춘 MMDA형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MMDA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구조는 똑같다.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를 받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성은 한층 높다. 하지만 지급방식은 다르다. CMA가 실적을 배당하는 상품이라면 MMDA는 은행 상품답게 기간이나 시점에 따라 금리가 달라진다. 이자를 지급하는 시기도 CMA의 경우 출금시점인 반면 MMDA는 매월 지급한다.

‘쑥쑥 자라는 콩나물 예금통장’도 상반기 한국씨티은행에서 가장 많은 수신고를 기록한 상품으로 기록됐다. 예치 기간에 따라 최고 연 3.4% 금리를 제공해준다. 이 상품은 지난 5월부터 판매에 들어가 출시 3개월 만에 수신고 1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입출금이 자유롭기 때문에 계좌이체, 공과금 납부, 카드 결제 통장으로 활용하기에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내에서 올 들어 가장 많은 수신고를 기록한 ‘하나 MMDA형 정기예금’은 가입한 후 3개월까지는 중도 해지해도 최고 연 2.61%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만약 만기를 1년까지 늘리면 최고 이자를 연 4.21%까지 받을 수 있다. 개인은 3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며 가입기간은 1년이다. 만기 해지를 포함해 총 세 번까지 분할해서 인출할 수 있다. 하나MMDA형 정기예금은 지난해 말 수신액이 3461억1400만원(2만5429계좌)이었지만 지난 6월 말 현재 1조6924억9700만원(9만3291계좌)으로 판매액이 급증했다. 

수시입출금식 상품에도 나름 노하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예치기간, 예치금액에 따라 적용되는 금리가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한국씨티은행의 쑥쑥 자라는 콩나물 예금통장은 입금 후 3주까지는 0.1~0.71%, 43일이 넘으면 이자가 2%대에 이른다. 은행이 말하는 연 3.4% 이자를 받으려면 57~150일 정도 통장에 넣어두어야 한다. 하지만 예치기간이 150일을 넘기면 이자는 1.0%로 떨어지기 때문에 자금 운용을 최대 150일 단위로 끊어가며 운용하는 것이 이자수입을 높일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조원철 하나은행 팀장은 “수시입출식이라고 해도 일반 자유 입출금식 통장처럼 사용하지 말고 정기 예금처럼 일정기간 뭉칫돈을 묻어두어야 이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탠타드차타드(SC)은행이 지난 2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마이심플통장은 출시 6개월 만에 수신액이 1조91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MMDA형이 아닌데도 금리를 비교적 높게 책정해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상품은 일별 잔액 300만원을 기준으로 이하 잔액에 대해서는 연 0.01%, 300만원 초과 잔액에는 연 2.4% 이자를 적용받는다. 가령 A씨가 마이심플통장에 2000만원의 예금 잔고를 갖고 있으면 300만원에 대해서는 0.01% 이자를, 나머지 1700만원에는 연 2.4%의 이자를 적용받는다. 예컨대 마이심플통장에 5000만원을 6개월만 예치시켜준다고 가정하면 약 62만5680원(세금 공제 전) 이자를 받는다. 이는 다른 시중은행의 입출금식통장 평균금리(1%대)와 비교하면 약 31만3500원 차이가 난다. 김풍호 SC은행 홍보팀 부장은 “일반 정기예금은 만기 전 해약하면 약정된 이자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자는 높지만 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하지 못하는 단점을 갖고 있다”면서 “반면 마이심플통장은 정기예금과 비슷한 금리를 받으면서도 ‘만기’개념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예금 상품 중에서는 특정 고객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상품이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부고객에게 은행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적금금리를 우대해주는 우리은행의 ‘우리톡톡미즈 통장·적금’은 지난 6월 출시 이래 8월12일 현재 예금은 175억8400만원(1만5025계좌), 적금은 7억3800만원(1606계좌)의 수신고를 기록 중이다. KB국민은행은 ‘국민아파트생활통장’에 가입한 아파트 단지에 한해 관리비 실적과 통장 평균잔액 300만원 이상일 경우 이용수수료, 타행송금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여행·아파트 관리비 특화 상품도 경쟁

은행 간 차별화를 위한 상품 경쟁은 하반기에도 불가피하다. 국내 고객들은 급여통장을 중심으로 거래은행이 구성돼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유인책이 없이는 신규 고객들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생들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 역시 미래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하지만 당장 은행 수익과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다.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파격적인 금리 혜택이 아니라면 차별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맞춤식 상품 기획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하반기 주력 상품으로 저축하는 동안 여행 경비를 할인받는 ‘신한 S힐링 여행적금’을 출시했다. 6~36개월 약정 기간 동안 기본 금리는 3년 만기 기준 연 2.8%다. 우대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3.2%까지 금리를 적용받는다. 신한카드와 가맹점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지정하면 각각 연 0.2%포인트, S힐링 제휴카드를 보유하면 연 0.2%포인트가 추가된다. 아울러 외국 통화 환전 시 최고 70%의 환율우대 서비스가 제공된다. 적금 가입기간 동안 모두투어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동반 1인까지 포함해 최고 8% 가량 할인받는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예금과 보험을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비과세 상품 ‘보험품은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5년간 예금’으로 있다가 나머지 ‘5년간 보험’으로 바뀌는 상품이다. 5년 동안은 예금 금리를 연 2.99% 적용받는다. 상품 후 가입자는 10년 뒤 이자 수익에 대해 100%  비과세 받을 수 있다. 때문에 IBK기업은행은 그중에서도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목돈 예치 후 매월 받는 원리금을 펀드에 재투자하거나 요구불예금에 이체시키는 ‘KB펀드와만나는예금’을 출시했다. 최저 가입금액은 300만원이고 기간은 6~36개월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금리는 12개월 기준 연 2.75%, 24개월 기준 연 2.8%, 36개월 기준 연 2.9%이다.

Tip  |  히트 대출 상품은

대출심사 덜한 상품 대거 출시

한국은행이 지난 8월7일 펴낸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 금액은 지난 7월에도 1003억원 늘어나 대출 총액이 469조9518억원을 기록했다.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고, 장마 등 계절적인 비수기 영향으로 거래가 위축되면서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6월에 비해 140억원 가량 감소했지만 잔액은 320조3947억원을 기록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8.2%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은행들의 대출 상품 트렌드는 소비자들이 쉽고 빠르게 대출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기획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출시한 ‘우리직장인행복대출’ 판매에 들어가 8월12일 현재 1715억원(대출 건수 1만1433건)어치를 판매했다. 외부 개인신용평가사(CB) 등급만으로도 대출받을 수 있으며 금리는 고정, 3개월 코리보(국내 14개 은행이 제시하는 기간별 금리를 통합해서 산출하는 단기 기준금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회사에 재직한지 1년 이상 된 연소득 3000만원 이상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연소득 최대 120%까지 한도를 산정할 수 있다. 다양한 옵션을 선택하면 최대 연 1.2%포인트까지 금리를 할인해준다. 6월5일 현재 고정금리는 최저 4.81%다. 한국씨티은행은 금리가 연 3.49~4.19%인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용카드만 발급 ·가입해도 0.1%포인트 금리를 추가로 낮춰준다. 신현정 한국씨티은행 과장은 “6~7%대 신용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입자들이 갈아탈 때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