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불확실한 경제상황 하에서 기업들은 투자를 망설이고 있고,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생존에 우선순위를 두고 불가피하게 단기성과를 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업적주의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성과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무리한 행동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리더들 중에서 단기적인 성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직원들을 강압적이거나 가혹하게 대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성과가 좋으면 이러한 행동들이 잊히거나 문제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조직내부에서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를 대할 때도 나타나곤 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갑을 논란’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성과 높이기 위해 강압적으로 행동
리더십 연구에 의하면, 리더들은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강압적이거나 가혹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리더십 연구는 대부분 리더의 긍정적인 행동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최근 경영여건의 변화와 리더들의 구성원에 대한 부정적인 행동이 증가함에 따라 리더십 연구도 이러한 행동, 즉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에 대한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구성원들의 직무 불만족, 이직 의도, 역할 갈등, 심리적 스트레스 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직장인의 13%가 상사의 비인격적인 행동을 경험했고, 이로 인한 손실은 연간 238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 설문조사 자료와 미국 설문조사 자료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상사가 구성원에게 비인격적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타워스왓슨(Towers Watson)이 2010년 발표한 글로벌 총노동력 연구(Global workforce study)에 의하면, 조사 대상인 국내 직장인 1000명 중 6%만이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적 조사대상인 2만명 중 21%가 몰입하고 있다는 것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러한 낮은 몰입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상사의 부정적인 행동이었다고 한다.
최근 리더들의 구성원에 대한 부정적인 행동, 즉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에 대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상사의 비인격적인 행동이란 ‘신체적 접촉을 제외한 상사의 언어적·비언어적 적대행동’으로 정의된다. 구성원을 조롱하고, 인격을 모독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멸적인 언사로 나무라는 행동 등을 일컫는 것으로 상대방에게 모멸감이나 좌절감을 경험하게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몇 년간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수행됐다. 예를 들어 2010년에 게재된 인사조직연구 관련 논문은 국내 기업 자료를 활용해,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은 구성원의 과업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밝혔다. 즉, 단기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행하는 상사의 비인격적인 행동이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과업성과를 떨어뜨린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이 구성원의 상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관계의 근간인 신뢰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또 상사의 비인격적인 행동은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구성원들이 조직에게 기대하는 심리적이고 암묵적인 계약을 위반했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나아가 이러한 인식은 결국 성과를 떨어뜨리고, 조직의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행동인 조직시민행동(예를 들어 성과가 떨어지는 동료를 자발적으로 돕는 행위 등)을 떨어뜨린다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결국 성과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했던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이 구성원들로 하여금 상사 및 조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만들고, 오히려 부메랑이 돼 성과와 시너지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비인격적 대우의 수혜자는 경쟁사
많은 연구에서 나타난 것처럼 구성원들이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의 1차적인 피해자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상사 자신도 결국 자신의 비인격적 행동의 피해자가 된다. 비인격적 행동을 보이는 상사는 구성원의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성과를 떨어뜨리며, 시너지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조직의 성과에 책임을 지는 상사 자신도 피해자가 되는 형국인 것이다. 몇 년 전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상사의 비인격적인 행동에 스트레스가 쌓인 직원이 결국 상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올 초 모 그룹의 계열사에서 상사로부터 폭언을 담은 이메일을 받은 한 직원이 이메일 전문을 인사팀에 전달했고, 그 상사는 결국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상사 자신이 자신의 비인격적인 행동의 피해자가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 듯하다.
뿐만 아니라 조직 또한 피해자가 된다. 구성원들은 조직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는, 즉 심리적 계약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고, 구성원들은 회사 생활에 불만을 품게 되고, 결국에는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 조직 전체의 성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조직도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조직 내에 승자는 아무도 없다. 오히려 경쟁사가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국내 모 유제품회사는 구성원의 협력 업체에 대한 비인격적인 행동이 알려지면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해당 회사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 매출액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주가가 20% 넘게 급락했다. 반면, 경쟁사는 매출액이 크게 증가하는 등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이 사례는 비인격적인 행동이 조직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경쟁사에게 도움이 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한 일련의 사건에서 공통점은 바로 비인격적으로 상대방을 대했다는 사실이다.
구성원들의 비인격적 행동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면 그 한 사람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흔히 리더를 ‘롤 모델(role model)’이라고 한다. 리더가 하는 행동은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직원들은 그러한 행동을 따라 하게 된다. ‘시집살이도 해 본 사람이 시킨다’는 말이 있다.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행동들을 부지불식간에 직원들에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한 개인의 잘못된 행동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어쩌면 그 직원이 팀장으로부터 배우고, 팀장은 경영층으로부터 배운 행동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결국 경영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여러 연구들이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누가 끊어야 할 것인가. 최고 경영층부터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 기간 중 중국 기업인들에게 ‘비즈니스를 하려면 먼저 친구가 되라(先做朋友 後做生意)’는 속담을 인용했다고 한다. 업무 성과를 내고 성공하려면 먼저 친구가 되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리더로서 성과를 내고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인격적으로 구성원을 대하고 외부 관계자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같은 인격체로서 상대방을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삼국지에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다. 북해 태수를 지낸 공융은 유비에게 공손찬으로부터 군사를 빌려 조조에게 공격을 받은 도겸을 도와주게 하며, 유비에게 신의를 잃지 말도록 당부했다. 이때 유비가 논어에 나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무신불립. 신뢰가 없으면 존립의 기반이 없다. 바로 유비의 이러한 철학이 그를 뛰어난 리더인 덕장으로 만든 원동력이지 않을까.
남양유업은 구성원의 협력 업체에 대한 비인격적인 행동이 알려지면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신뢰가 리더의 원동력
결국 리더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로부터 리더로 인정받고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인격적인 행동은 마음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성원들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에 대한 연구들의 결과도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는 오늘 직원들에게 어떻게 대했는가. 협력업체를 비인격적이고 무례하게 대하지는 않았는가. 혹시 우리 회사는 단기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리더들의 이러한 행동을 방치하고 있지는 않을까. 늦기 전에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질문인 듯하다.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 하라(Treat others as you wish to be treated)’라는 금언이 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했으면 하는 대로 다른 사람을 대하라. 역지사지(易地思之). 리더로서 직원을 대할 때, 주위사람을 대할 때, 협력업체를 대할 때 우리가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금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