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호주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로드하우스에서 촬영한 것으로 사진 6장을 파노라마로 합성한 것이다. 은하수 사이로 떨어지는 유성이 은하수의 우측 상단에서 관측되는데, 이 은하수를 촬영하는 동안 수많은 유성들이 떨어졌다. 맑고 어두운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은 천정에서 지평선까지 꼬리를 긋기도 했다.

하늘을 올려다 본 기억이 언제일까. 잠시 하늘을 바라볼 틈도 없이 바쁘게 지내진 않았을까. 이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없는 시간을 만들어 내 밤하늘에서 ‘별보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별이 ‘주’고 일이 ‘객’이라는 대기업 직원부터, 강원도 화천에 개인 천문대를 만들어 원격으로 천체 사진을 찍는 교감 선생님, 세계 천문학계의 뉴스와 천문학에 대한 정보를 담은 칼럼을 연재하는 개인 사업가, 별을 보면서 느낀 감동을 소아환자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의사까지…. 어렸을 적 마음에 품었던 천체 관측에 대한 로망을 인생의 중반 즈음에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 아버지와 별을 봤던 감동, 쏟아지는 은하수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경험 등 별에 빠진 이들은 처음 하늘에서 접한 별의 모습을 잊지 못했다. 하나같이 별 관측의 아름다움에 대해 입을 모았다. 하지만 천체 관측은 밤에 이뤄지는 활동으로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한다면 자주 관측에 나가기가 쉽지 않다. 주말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날씨가 좋은 날이 많지 않기 때문. 천체망원경이 고가라는 점도 난관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런 장애물들이 이들의 로망을 막진 못했다. 그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거금을 투자해 망원경을 구입해서라도, 밤하늘이 깜깜하기로 소문난 호주로 원정을 떠나서라도 ‘별 관측’에 나섰다.
어린 시절 은빛으로 흐르는 은하수를 이불삼아 어머니께 별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꼬마가 있었다. 이 꼬마는 중학교 2학년 때 어린이 잡지 광고에 실린 3000원짜리 망원경을 구입할 돈이 없어 아버지의 돋보기안경을 대물렌즈 삼아 망원경을 만들어 달의 분화구를 관찰했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현재 서울 청담중학교에서 교감으로 근무 중인 신범영씨(52)다. 2003년 그가 42세가 되던 해,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의사는 신씨에게 하고 싶은 것을 다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신씨는 어렸을 적부터 꿈이었던 별 관측을 위해 550만원짜리 천체망원경을 구입해 별 보는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다행히 건강은 회복됐고 안시관측에 이어 천체 사진 촬영으로 취미를 확장시켰다. 지난 2005년 냉각CCD 카메라를 구한 후,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최고 사양의 4인치 굴절망원경과 독일식 적도의 가대 등을 총 1000만원을 들여 구입했다. 신씨가 찍은 천체 사진들은 2011년 천체 사진전 대상을 포함해 여러 대회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다. 천체 사진에 대한 열망이 커져 신씨는 2007년 강원 화천 ‘별만세관측소’에 인터넷만 연결되는 곳이라면 장소에 관계없이 관측소 지붕을 열고 망원경·카메라를 원격 제어해 천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원격천문대’를 만들었다. 200㎏의 촬영 장비를 싣고 100㎞ 이상을 달려 관측을 하러 가야 하는 어려움과 돌아오는 길에서의 사고 위험성 등을 줄이기 위함이다. 이 원격천문대는 신씨가 직접 설계한 시스템으로 6년째 큰 고장 없이 운영되고 있다. 신씨는 한 달에 1~2회 정도 화천 관측소를 방문하며, 맑은 날에는 항상 원격천문대의 지붕을 열어 천체 사진을 찍는다.
지난 2006년 4월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 로비에는 1000여명의 아이들이 북적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영상의학과 교수로 근무하는 정태섭씨(59)가 주최한 별 관측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이다. 처음에는 열 명, 스무 명 동네 아이들이 모이던 것이 소아 환자들, 환자들의 친구들로 번져 강남 일대의 큰 동네 행사로까지 커진 것. 정씨는 1993년부터 병원에 천체망원경을 갖춰 놓고 청소년과 어린이 환자들에게 별을 보여줘 왔다. 이화여대 천체 관측 동아리인 ‘폴라리스’ 학생들과 손잡고 아이들에게 망원경 다루는 법을 알려주면서 동시에 별을 관측했다. 그는 “어두운 데서 별을 본다는 것은 희망을 보는 것과 같다”면서 “어린이들이 하늘을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과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었다. 천체 관측도 여섯 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다녔다. 그가 별을 잊고 지내다가 그 로망을 떠올린 것은 1992년이다. 교환교수로 1년 동안 미국에 머무를 기회가 있었다. 그는 공해가 없어 별이 초롱초롱 잘 보이는 그곳에서 아이들과 별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당시 300만원 정도 하는 천체망원경을 구입해 아이들과 뒷동산에서 별을 관측했다. 아이들과 산에 올라가는데 동네 아이들이 따라와 미국 경찰의 검문을 받기도 했다. 정씨는 “경찰들이 쫓아와 ‘마술 피리 부는 아저씨가 애들을 끌고 산에 가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며 추억 속 에피소드를 전했다.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별 관측 행사가 진행되고 있진 않다. 병원 주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병원 앞 정원에서 별보기가 매우 힘들어졌기 때문. 가끔 소아 환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사무실에 보관해 둔 천체망원경을 꺼내 로비에서 작은 별 관측 행사를 연다. 취재 날 진행된 별 관측 때도 궁금한 듯 망원경 렌즈를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최근 그의 취미는 전공 분야인 영상의학의 X선을 이용해 ‘X-ray 아트’를 찍는 것으로 바뀌었다. 별에 대한 로망을 담아 고동을 X선으로 촬영해 안드로메다은하를 형상화했다. 정씨는 “우주의 모든 운동이 나선식으로 움직이는 게 고동의 나선 형태와 닮았다고 생각해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별 관측과 X-ray 아트는 중년의 ‘드라이함’을 물리치는 강력한 무기다. 정씨는 “본인이 하면서 가장 행복을 느끼는 일을 맘껏 준비해서 남들에게 보여주는 즐거움은 정말 대단하다”면서 “자신에게 알맞은 환경에서 즐기는 것이 로망을 이루는 것 아니겠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무역업을 하고 있는 유태엽씨(52)는 20대 중반에 조그만 절에서 외무고시 2차 시험을 준비하던 중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어느 여름 밤 차가운 약수로 세수를 하러 밖에 나왔을 때 머리 위로 쏟아지는 수많은 별들을 보게 된 것. 유씨는 “별빛으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며 그때의 감동을 전했다. 그의 가슴 속에는 계속 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직장 생활, 개인 사업 등을 하면서도 틈틈이 천문 서적·잡지 등으로 별 공부를 했다. 내친 김에 지난 2010년 천문지도사 자격증까지 땄다. 유씨는 지난해부터 세계 천문학계의 새로운 뉴스와 천문학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들을 정리해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서울지부 홈페이지의 ‘Astro News’ 코너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서울 풍문여고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조용현씨(50)는 천체 사진을 20여년 동안 찍어 온 베테랑 천문가다. 조씨는 “과거에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며 “천체 사진은 디지털 관측기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DSLR 등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던 시기부터 급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천체 사진 전용 700만원대의 CCD카메라로 천체 사진을 찍는다.
삼성전자 마케팅 과장으로 근무 중인 조강욱씨(37)는 천문동호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별 애호가다. 올해로 별 관측을 시작한 지 만 20년째다. 조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책에 태양과 우주가 나오는 부분을 책이 닳도록 봤다. 별자리 찾는 법을 독학해 고등학교 2, 3학년 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를 모두 섭렵했다. 1996년 대학교 1학년 때 첫눈에 반한 300만원짜리 천체망원경을 사기 위해 공장에서 일했고, 이때 구입한 8인치 반사망원경이 생애 첫 망원경이 됐다. 그는 일 때문에 별을 보지 못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라며, 별 관측에 열정적이다. 최근에는 별을 보고 스케치한 그림들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조씨는 “별 보는 사람들, 천체 스케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제 즐거움”이라며 “천문학회나 천문대, 각 교육청 산하에 있는 과학교육원에서 천체 관측에 대한 특별 강연을 자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천문가 유태엽씨는 직장 생활, 개인 사업 등을 하면서도 틈틈이 별 공부를 해 현재는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서울지부 홈페이지의 ‘Astro News’ 코너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천문지도사 자격증 따 전문적으로 관측 즐기는 동호인 약 1500명
별에 대한 로망을 직업으로 연결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식씨(45)는 군 복무를 하면서 천체 관측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삼성서울병원 인사팀에서 15년 동안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항상 천체 관측을 하러 나섰다. 김씨는 “별을 보다보면 여름에는 모기에 뜯기고 겨울에는 춥다. 별 보고 돌아오다가 졸음운전으로 두 번이나 사고가 나기도 했다”며 “하지만 회사생활에 여유가 없어 머리가 굳어가는 상황이었는데 별 보는 동안의 여유가 좋았고 상상력을 키워주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충북 영동의 시골집에서 별 관측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퇴직을 결심하게 된 촉매제는 ‘별’이다. 인생 2막에서 원하는 일을 오래도록 하고 싶다는 것. 김씨는 “별 관측 기록을 축적하고 별 공부를 더 해서 별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천체 관측 동호회에는 이처럼 별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별보기를 즐기고 있다. 원치복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서울지부장은 “서울지부에서는 정기관측모임 때 30~40명 정도의 인원이 참가한다”며 “천문 현상이 발생하는 시기 외에도 번개 관측(갑작스럽게 잡히는 관측 모임)이 종종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에는 서울·경기·인천·강원·대전·충남·대구·광주·제주 등 16개 지부가 있으며, 현재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곳은 서울지부다. 천문지도사 자격증을 따서 전문적으로 천체 관측 취미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1500여명에 달한다. 천문지도사 자격증은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가 2003년부터 발급하고 있는 것으로, 1년 동안 매달 천문대에 나가 교육을 받아야 하며, 실기시험과 별자리·천문 우주 과학 전반에 대한 필기시험을 모두 통과해야만 딸 수 있다. 이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보통 관심으로는 안 될 일. 이들에게 천체 관측은 취미가 아니라 ‘삶’인 셈이다. 천문지도사는 기업에서 별 축제 등의 행사를 열 때 망원경을 가지고 나와 일반 시민들에게 관측 시험을 해주고, 별자리에 대한 설명도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밤하늘은 항상 그대로인 것 같지만 오묘한 우주 운행의 질서가 숨어 있다. 밤하늘을 보는 데도 방법이 있고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다. 이곳에서 활동 중인 유태엽씨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그냥 보는 단계를 넘어서 제대로 보고, 많이 보기 위해서는 밤하늘 공부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밤하늘의 별과 사랑에 빠진 이들에겐 잊지 못할 순간들이 있다. 하늘에서 목격한 장면이 너무나 아름답고 인상적이어서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 조강욱씨는 “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걸 가장 좋아하지만 하늘에서 아름다운 걸 꼽는다면 맨 눈으로 보는 은하수”라고 말했다. 아주 어둡고 날씨가 맑은 날에 밤하늘에 넓게 퍼진 은하수는 한번 보면 잊지 못할 광경이다. 조씨는 “사람이 적고 땅이 넓은 호주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밤하늘을 만날 수 있다”며 “온 하늘 가득 펼쳐졌던 은하수의 빛으로 몸 뒤에 그림자가 생긴 것이 충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김경식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이사는 2009년 인도의 갠지스 강에서 가족들과 함께 봤던 개기일식을 가장 인상 깊은 천체 현상으로 꼽았다.
별 애호가들의 별 관측을 향한 무한한 로망
조용현씨는 최근 다녀온 서호주 관측 이후 최고의 관측 장면이 바뀌었다. 호주는 천문인들에게 별천지로 손꼽힌다. 조씨 역시 완전한 어둠을 찾기가 어려운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을 목격했다고 한다. 조씨는 “서호주에 도착해 처음에 은하수를 보려고 차에서 딱 내렸는데 하늘에서부터 쭉 내려온 은하수가 도로 끝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홍천, 인제 쪽이 어두운 편에 속하는데 그보다도 10배 이상 더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별 보기에 ‘푸욱’ 빠진 만큼 앞으로 천문 활동에 있어서의 꿈도 다양했다.
김경식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이사는 필생에 우주에 나가서 별을 직접 보는 것이 꿈이다. 김 이사는 “별빛은 우주에서 지구를 통과해 오는 것이기 때문에 대기의 영향을 받아 달라진다”며 “반짝이지 않는 우주의 별을 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소소하게는 별을 보면서 느낀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한다. 또 다른 소원은 현재 지내고 있는 충북 영동의 시골집 마당에 돔이나 슬라이드로 개인 천문대를 만들고 싶다는 것.
북반구에서 찍을 수 있는 천체 대상은 모두 찍었다는 조용현씨는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는 오메가센타우리, 대마젤란은하, 파리자리, 극락조자리와 같은 천체 대상을 촬영하는 것이 꿈이다. 겨울에 떠나 여름철 남반구 지역의 천체 대상을 다 찍어보고 싶다고 한다.
신범영씨도 천체 사진 촬영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 신씨는 “10여년 뒤 퇴임할 무렵에는 남북이 통일돼 세계적으로 광해가 없는 북한의 개마고원에 관측소를 짓고 세계 최고수준의 천체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원은 천체 사진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APOD(Astronomy Picture Of Day)에 사진을 올려 보는 것. APOD는 미국 항공우주국( NASA)에서 하루에 한 번씩 천문학 관련 사진을 올리는 사이트다. 그는 많은 천문인들이 최종적으로 바라는 목표인 소행성과 혜성을 꼭 발견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Mini Interview | ‘별보기 전도사’ 이태형 천문우주기획 대표
“초보자는 별자리 공부한 뒤 작은 천체망원경 구입하는 것이 순서”

천문대 건설과 천체망원경 판매를 주로 하는 천문우주기획의 이태형 대표(49)는 조금 특이하다. 망원경을 파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별보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망원경을 사지 말라고 충고하는 사람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천체망원경이 있으면 별을 전부 잘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이에요. 우리가 차가 있다고 해서 전부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차를 갖고 여행을 하려면 지리와 차의 성능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해요.”
그렇듯 하늘에서 별을 보기 위해선 별자리 공부와 망원경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천체망원경을 사더라도 별은 점으로밖에 안 보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체망원경을 사려는 사람들이 ‘망원경만 사면’ TV나 인터넷에서 봤던 멋진 천체 현상을 관측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다채로운 색상의 은하라든가 성운과 같은 장관은 웬만큼 큰 망원경이 아니면 다 조그맣고 희미한 빛으로밖에 안 보인다. 이 대표는 “개인이 소장하는 망원경으로 ‘와 멋있다’ 하는 장관을 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망원경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먼저 별을 사랑할 준비를 하라고 조언한다. A4용지 한 장에 들어가는 별자리 지도를 뒷주머니에 넣고 시간 날 때마다 밤하늘을 보며 공부하라는 것. 맨눈으로 하늘을 보고 기본적인 별자리들을 머리에 담은 후 망원경을 사도 늦지 않다. 서울 하늘에서 보일 정도로 밝게 빛나는 별들을 모두 파악하고 나면 좀더 잘 보기 위해 시골로 간다. 그곳에서 쌍안경으로 수많은 별들을 접한 다음 작은 천체망원경을 구입하라는 것이다. 이때 바로 비싸고 큰 망원경을 구입해서도 안 된다. 작은 망원경에서 큰 망원경으로, 보이는 별의 양을 늘려가면서 눈과 머리를 익숙해지게 하라는 것.
그 역시도 별자리 지도 한 장을 들고 다니며 하늘의 길을 공부했다. 그는 안시관측에서 끝나지 않고, 천체 사진 촬영으로 취미의 폭을 넓혔다. 1998년에는 국내에서 최초로 소행성을 발견했고 통일을 염원하며 ‘통일’이라고 이름 붙였다.
서울대 화학과,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졸업했지만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건 전공과 관련 없는 서울대 천문동아리 활동이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얻은 별자리에 대한 지식으로 대학원 때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라는 책을 냈고, 초판이 3일 만에 다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여년 전에 한 달에 수백만원을 벌 정도. 매일같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신문과 방송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대표는 “독자들로부터 편지도 많이 받으면서 정말 별을 알리는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람들에게 별을 많이 알리려면 천문대가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천문대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망원경에 대한 로망은 별에 대한 로망이고, 천문학에 대한 로망이에요. 실제로 그런 로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별이 얼마나 많은지부터 머릿속에 담아야 돼요.”
아마추어 천문가가 걷는 코스를 A부터 Z까지 경험했으니 천문 관측을 시작하려면 그의 조언을 따르는 게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