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세제개편안을 지난 8월 초 발표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고소득층의 비과세 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종 금융상품의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에 변화가 생겼다. 국회에서 내용이 확정돼야 하지만,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내년 세제개편안으로 달라지는 재테크 지형도에 대해서 알아본다.

내년부터 노후 대비 금융상품인 연금저축의 연말정산은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된다. 정부는 세액공제율로 12%를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과세표준(연봉에서 각종 소득공제 항목을 빼고 남은 것) 기준 소득 12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돌려받는 세금이 줄어들게 돼, 연금저축 가입 이점이 줄어든다. 

현재 소득공제 방식은 연간 불입액에 대해 최대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준다. 이 금액에 소득수준별 소득세율을 곱하면 돌려받는 금액이 결정된다. 예컨대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인 사람이 400만원까지 불입했다면 여기에 소득세율 6%를 곱한 24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과표 1200만~4600만원(소득세율 15%)인 소득자는 60만원, 4600만원 초과~8800만원(세율 24%)은 96만원, 8800만원 초과~3억원(세율 35%)은 140만원, 3억원 초과(세율 38%)는 152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내년에는 소득에 상관없이 불입액의 12%를 돌려주는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한도인 400만원을 불입했다면 누구나 400만원의 12%인 48만원을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연소득의 25%까지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그 이후부터는 1000만원까지는 체크카드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
연소득의 25%까지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그 이후부터는 1000만원까지는 체크카드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

연금저축, 소득공제서 세액공제로 전환


과표 1200만원 이하라면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게 더 유리해지지만 그 밖의 소득자라면 연금저축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다만 연금저축은 수령할 때 이자소득세(14%) 대신 낮은 세율(3~5%)의 연금소득세를 내는 이점은 유지된다. 또 이번 세제 개편안으로 연금 수령이 아니라 의료비 목적으로 인출할 때도 낮은 세율(3~5%)을 적용해 주기로 했다. 연금저축의 대체상품으로는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세나 연금소득세 모두 내지 않는 비과세 혜택을 주는 개인연금보험이 있다. 연금보험은 생명보험사만 취급하고 있다.

그렇다고 연금저축을 연금보험으로 갈아타는 게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연령이나 직장 장기근속 가능성 등을 따져서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고 한다. 퇴직이 10년 정도 남은 중장년층 직장인이라면 세액공제 혜택보다는 연금소득세를 물지 않는 편이 낫지만, 젊은 직장인이라면 그래도 매년 12%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오랜 기간 받는 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내년에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되는 금융상품에는 저축성보험이 있다. 저축성보험은 기존에 연간 보험료 최대 100만원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줬는데 내년부터는 연금저축과 같이 세액공제율 12%가 적용되기 때문에 연말정산 때 12만원까지 세금을 돌려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내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도 기존의 15%에서 10%로 축소된다. 대신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은 기존의 30%가 유지된다. 언뜻 보기에는 신용카드 사용을 체크카드로 갈아타는 게 유리해 보인다. 똑같이 100만원을 사용해도 신용카드는 10만원(10%), 체크카드는 30만원(30%)을 소득공제해 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소득수준과 카드사용액을 잘 따져야 공제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일단 자신의 연소득의 25%를 넘는 금액에 대해서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고, 카드 소득공제에는 한도(300만원)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봉 6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1년간 신용카드로 1800만원을 쓴다고 하자. 중산층 1인당 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은 1800만원 정도다. 이 경우 연소득의 25%(1500만원)를 초과한 카드 사용액에 대해서 소득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연봉 6000만원 정도면 과표로는 4600만원 이하가 된다. 세율은 15%를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10%로 축소

만약 이 사람이 1800만원을 모두 체크카드로 쓴다면, 1500만원을 넘긴 300만원의 30%(체크카드 공제율)인 90만원이 공제 대상이다. 세율을 곱하면 13만5000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 모두 신용카드로 썼다면 4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 체크카드로 쓰는 게 9만원 이득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1500만원까지 신용카드로 쓰고 300만원만 체크카드로 써도 1800만원 모두 체크카드로 쓴 것과 동일한 공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무래도 체크카드보다는 신용카드가 각종 부가 혜택이 많고, 대금도 한 달 후에 청구되기 때문에 이 방식이 더 유리하다.

그렇다면 무조건 연소득의 25%를 넘는 금액을 체크카드로 쓰는 게 유리할까. 그렇지 않다. 체크카드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사람이 1500만원을 넘었을 때부터 1000만원까지 추가로 쓰면, 1000만원에 대해 체크카드 공제율 30%를 곱한 3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지만, 그 이상 쓰게 되면 추가 공제 혜택은 없다.

반면에 카드사용액이 아주 많은 경우에는 굳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나눠 쓰지 않더라도 카드 소득공제 한도액(300만원)에 도달하기 때문에 나눠 쓰는 유인이 없다. 만약 신용카드 사용액이 ‘연소득의 25% + 3000만원’을 넘어서는 사람은 신용카드만 써도 3000만원에 신용카드 공제율 10%를 곱하면 소득공제 한도액인 300만원에 도달하기 때문에 굳이 체크카드를 쓸 필요가 없다. 결론적으로 보면 ‘연소득 25%’의 공제 문턱을 넘기까지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그 이후 1000만원까지는 체크카드를 쓰는 게 유리하지만, 만약 카드 사용액이 공제 문턱을 넘고 나서 3000만원이 넘어간다면 체크카드보다는 신용카드를 쓰는 게 공제 혜택을 받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카드 사용액이 너무 적어 ‘연소득 25%’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나 공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체크카드를 쓸 필요는 없다.

세제 개편으로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감면이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추가로 세제 혜택을 주는 금융상품도 도입됐다. 하이일드펀드가 그것이다. 정부는 신용등급 BBB 이하의 채권에 30%, 펀드 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에 대해 5000만원까지 분리과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분리과세를 적용받으면 금융상품에서 나온 이자·배당 소득 등이 2000만원을 넘으면 고소득자의 경우 최고 38%(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41.8%)의 세금을 내야 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이자소득세 14%(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15.4%)만 내면 된다. 고소득자들은 최대 24%포인트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예컨대 최고세율(41.8%)을 적용받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하이일드 펀드에 5000만원을 투자해 5%(25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가정하면 분리과세가 없다면 104만5000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분리과세가 적용되면 38만5000원의 세금만 내면 돼 66만원의 세금을 아끼는 효과가 나타난다. 일단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분리과세는 2014~2016년 설정분에 대해서만 적용하기로 했다.

분리과세 투자상품 늘고 기간도 연장

당초 올해 말까지 분리과세 적용을 받던 선박펀드의 분리과세 적용기간도 2015년 말까지 연장됐다. 선박펀드는 선박을 건조하는 데 투자하고 그 선박을 이용하는 회사에서 사용료를 받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다만 분리과세 혜택은 다소 줄어들게 된다. 올해까지는 1억원 이하 투자금은 5%, 1억원 초과분은 14%의 배당소득세율을 적용해서 분리과세했지만, 내년부터는 5000만원 이하 투자금은 9%, 5000만원 초과~2억원은 14%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역시 금융소득 종합과세 세율이 높은 고소득자가 재테크에 활용하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분리과세 투자상품이 고소득자의 절세에 유용한 상품이기는 하지만, 손실 위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이일드 펀드는 최근 회사채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선박펀드는 조선업과 해운업 업황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Tip  |  체크카드 변경 규칙

내년부터 은행·카드사 간 계좌 제휴 활발

내년 세제개편안에서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비율을 연소득 25%를 넘는 사용액의 15%에서 10%로 줄이고, 대신 체크카드 소득공제 비율은 30%로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체크카드 사용이 소득공제를 받는 데 조금 유리해졌다. 하지만 체크카드는 신용카드보다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서 정부는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인 9월 초에 신용카드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체크카드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체크카드의 하루 이용한도가 현재의 200만~300만원에서 600만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긴급한 필요에 의해 일시적인 한도 확대 요청을 하는 경우에도 24시간 콜센터 등을 통해 즉시 처리해주기로 했다. 고가의 제품을 사거나 신혼부부의 경우 혼수품을 마련할 때 한도가 제한돼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내년 상반기부터는 체크카드로 결제하고 나서 취소할 경우 다음날 바로 통장에 빠져나간 돈이 들어오게 된다. 지금까지는 결제하고 나서 취소한 대금을 돌려받는 데 최장 7일이 걸렸다.

자정 무렵 결제가 먹통이 되는 체크카드의 ‘신데렐라 현상’도 사라진다. 이제까지는 은행 시스템이 일일 정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정쯤에 5~15분가량 시스템이 중단돼 체크카드 결제가 곤란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정부는 은행의 체크카드 결제 시스템을 24시간 중단 없이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개편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은행과 카드사 간의 계좌제휴를 확대하도록 했다. 자사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없는 카드사의 경우 은행에서 계좌 개설 제휴를 해주지 않으면 체크카드 상품을 판매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원칙적으로 모든 은행과 카드사가 계좌 제휴를 하도록 유도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 소비자들은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제공되는 체크카드를 고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런 대책으로 15.4%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체크카드 결제 비중(전체 카드 결제액 중 체크카드의 비중)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비중이 미국은 44.7%, 영국은 73.1%, 독일은 98.1%에 달한다.